도고온천 초정식당 선지국밥- 산골분위기 담백한 점심
겨울온천의 정취란 한마디로 휴식이다. 한적한 골짜기에 피어오르는 다순 김 속에 알몸을 담고 있으면 朦朧(몽롱)한 가운데 포근한 幻影(환영)이 떠오른다. 이런 경우 욕탕에 손님이 좀 뜸한 경우가 더 좋다.
탕에 들어가기 전이나 뒤나 먹을 것이 걱정인데 온천이나 사찰이나 등산로에나 요즘 식당들이란 모두 KS[코리아 스탠다드]가 되어 별미라거나 토속적이라거나 그런 것은 찾아볼 수 없고 마주앉은 손님조차 편안하지 않다. 그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는 그런 분위가 아닌.... 그저 욕탕에서도 식당에서도 무대만 바뀌었을 뿐 그 나물에 그 밥이랄까? 그 조미료에 그 반찬이랄까? 도시생활을 옮겨온 그대로다. 식당의 간판이나 메뉴에 인테리어까지 도시흉내를 내고 있으니 버려두고 온 소음의 도시가 연상되어 좌불안석이다.
도고온천에는 몇 차례 들렀었는데 이번에는 눈으로 덮인 미끄러운 길을 두서너 번 천천히 돌아보았다. 도고온천은 그리 넓지 않다. 큰 길에서 개울을 끼고 옛 건물들이 몇 채 늘어선 사이길이 있는데 식당들이 잇달아 있다. 그 한 집에 드나드는 손님들은 두리번거리지도 않고 서두르지도 않고 이모 집에 들어서는 것처럼 편안해 보였다. 나도 뒤따라 들어가 앞사람이 시키는 대로 선지국을 시키고 맥주를 한병 곁들였다. 一汁三菜[일즙삼채]라는 말은 국 한 그릇 나물 세 접시라는 말인데 어느 나라 임금이 儉素(검소)를 본보인데서 유행한 말이다. 치레상이란 그저 예우의 차원으로 흠모와 정성의 표시이지 정작 주빈이 그 음식을 다 맛보았다가는 아마 배가 터져죽거나 탐식가로 욕먹기 십상일 것이다. 밥이 하는 일이란 허기를 달래는 정도가 좋지, 무슨 양식창고도 아니고 위장을 처지게 할 것은 아니지 않는가?
말이 길어졌지만 이 집은 간단해서 좋다. 밥 한 그릇-선지국-반찬 몇 가지...음식은 재료가 절반인데 선지가 싱싱하고 시래기가 깨끗하고 그 위에 청량고추는 향내가 좋고...반찬 가운데 갓김치 한 점이면 상큼해서 좋고..여기 저기 오순도순 모두 맛있게 먹어서 좋고...
주인은 40년 가까이 이 집을 운영해왔다는데 섭섭하면 수육을 한 접시 막걸리에 곁들여도 좋을 것이다. 아무튼 이른 점심을 하고 냇가를 걷다가 몸은 파라다이스인가? 현대식 욕탕에 담그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시름을 덜었다. 뒤에 듣고 보니 이미 이름난 집이라고 하지만 조미료에 질린 혀가 오랜만에 옛 맛을 본 고마움으로 ...
들고 온 명함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초정식당 충남아산시도고면가곡리160-5 전화 : (041)542-0359 휴대폰 : 011-9483-7954
도고온천 식당가의 초정식당
일즙삼채- 담백한 맛은 세월을 넘어 옛맛을 느끼게 한다
식단은 매우 간단! 아래 작은 글자는 재료는 모두 한국산...
마을사람들과 함께하는 점심
구수한 분위기에 사람냄새가 난다.
40년을 경영한 주방
벽에는 세월을 말하는 홍보물
초정식당이 있는 식당가
큰길에는 인적이 드물고
초정식당주차장에만 차들이...그 넘어 개울이 있고 파라다이스가 있는데 차로 5분거리...
겨울...아직은 겨울
파라다이스 멀리 글로리콘도가 보이고...
알몸은 여기에 담갔다. 파라다이스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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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주막의 등불 원문보기 글쓴이: 양효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