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아끼던 개운죽은 왜 죽었나 / 개운죽 사망일지
[등장인물]
소녀
개운죽
엄마
꽃1,2,3,4
[배경]
현대, 어느 화창한 가을 소녀의 집
[설명]
주인에게 관심과 물을 받지 못해 결국 메말라죽어버린 개운죽의 이야기
주인은 처음에는 개운죽에게 관심을 쏟았지만 나중에는 개운죽의 존재조차 잊어버렸다.
반드시 생명을 키울 땐 책임감과 사랑, 신중함이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주제]
식물도 동물도 가벼운 마음으로 분양해와서 키우면 안된다. 반드시 책임감이라는 것이 따라야 한다.
Chapter.1
[소녀] “엄마, 엄마 나도 예쁜 꽃 키우고 싶어. 나 닮아서 예쁘장한 꽃!”
온갖 장신구를 치렁치렁 달고 반딱이는 빨간 드레스를 빼입은 소녀는 꽃보다 아름답다.
[엄마] “너, 죽이지 않고 잘 키울 자신 있어?”
[소녀] (다급하게) “당연하지! 날 닮은 꽃인데 말이라구 해! 엄마도 참~”
[엄마] “아휴, 알았어 그럼 이따 저녁에 꽃집 여니까 가보자”
[소녀] (뛰어가며) “아싸~”
.
.
.
띠링- 문이 열리며 주인은 온데간데없고 동시에 옆에 자고 있던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강아지] “왈! 왈!”
[소녀] “야, 너 조용히 못해? 어디 시끄럽게 굴어?”
[강아지] “아우우웅..."
[소녀] (웃으며) “그럼 어디 찾아볼까~ 화려하면서도 수수하고 고급진 꽃~ 어디있니 주인이 왔단다 나와보렴”
그냥 들었다면 그것은 그저 맑은 웃음이었겠지만 맑기엔 더없이
탁했다
[꽃1] “야, 야, 니들 조용히 해.”
[꽃2] (앵앵대는 큰 목소리로)“저 땅콩만한 여자애는 누구야? 으, 쟤랑은 가기 싫다.”
[꽃3] “조용조용! 우린 누군가에게 팔리려고 꽃집에 매일 앉아있지만 사실 우리는 다 팔려 가기 싫잖아? 특히나 저 여자애한테는 더욱 말이야.”
[꽃4] “맞아 맞아!”
[꽃1] “우리 이러고 가만히 있다간 팔려가고 말거야, 얼른 조치를 취해야 해.”
[꽃3] “다 같이 이동하는 게 어때? 몸을 숨겨서 저 여자가 못 사게 하는 거지.”
[꽃1] “좋은 생각이야, 어디 숨을 건데?”
[꽃4] “주인의 옷장에 들어가자, 그곳은 쟤가 열어보지 않을 거니까.”
[꽃1] “좋아 빨리 이동하자, 신속하게 움직여!”
하나둘씩 짝지어서 총총 뛰어가는데,
저어 진열대 구석진 곳에 있는 풀때기는 접착제로 붙인 듯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소녀] “(콧노래를 부르며) 흠-흠- 어디 볼까?”
[소녀] (많이 놀란 목소리로)“아니, 이게 뭐야! 꽃이 다 어디 갔어, 벌써 다 팔린 거야?”
[꽃1,2,3,4] “키키키긱, 킥,,...”
[소녀] “이씨, 응? 저 풀때기는 뭐야?”
(어느새 일어난 풀때기가 말한다.)
[개운죽] ‘나 풀때기 아니거든, 개운죽이라고 임마!’
하지만 소녀에게 들릴 리가 없지.
[소녀] “너 조금은 볼품없지만 나랑 같이 가자, 이리온 풀때기”
[개운죽] ‘나 풀때기 아니라고!!
.
.
.
[소녀] “야, 넌 이름이 뭐냐? 아이, 뭐야. ....개운죽? 참도 촌시럽게 지어났네.”
“안녕, 개운죽 잘 지내보자”
Chapter.2
소녀와 개운죽은 집에 도착하였다.
*여기부터 개운죽의 일지입니다.
2020년 10월 3일 주인상태: 맑음
주인은 어디 놀러가기라도 하는지 신나서 옷을 걸쳐 보고 있다.
참나, 어딜 가길래 저렇게 신이 난 건지, 인간은 왜 저렇게 들쑥날쑥해?
앗, 주인이 날 빤히 쳐다본다. 왜 쳐다보는 거지?
주인은 날 들어올리더니 베시시 웃고는 말한다.
“개운죽, 난 오늘 너를 내 친구들에게 소개시켜줄거야. 어때 기대되지?”
뭐라고! 나에게 상의도 없이... 정말 제멋대로다.
“어머, 이 아이가 개운죽? 너가 새로 샀다던?”
“어, 조금 초라하지만 그래도 귀엽지?”
주인은 내가 식물이라 못 듣는 줄 아나보다. 다 들리는데 우씽
2020년 10월 7일 주인상태: 행복함
주인은 지금 탁자에 앉아 무얼 끄적이고 있다. 저게 뭐지? 궁금해 나도 보여줘!
주인이 나에게 다가온다.
“개운죽 생각해보니 지금 물 줄 시간이네. 물 먹자 개운죽아~”
주인은 영양제까지 꽂아주었고, 화분도 예쁘게 꾸며주었다.
참 행복한 하루다.
2020년 10월 10일 주인상태: 쿨쿨
일주일이 지났다. 지금 해가 중천에 떴는데 주인은 아직도 쿨쿨 잠만 잔다. 돼지!
2020년 10월 13일 주인상태: 우울함
뭘까, 뭐지? 주인이 금방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아직도 저기압 상태다.
그나저나 난 목이 너무 말라 타버릴 것만 같다. 물 먹고 싶지만 주인은 자고 있다.
2020년 10월 20일 주인상태: 모름
나는 한 번 반항을 해보기로 했다. 주인은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다. 나를 데리고 온 건 자기면서 날 한 번을 보살펴주지 않는다. 소리를 내서 주인을 부르기로 했다.
있는 힘껏 몸을 움직여 옆에 놓인 유리컵에 내 몸을 박치기 하였다.
그러자, 유리컵은 떨어져 깨졌다.
쨍그랑-
“아이 뭐야!”
주인이 깼나보다. 나는 심장이 덜컥했고 빨리 뛰는 듯했다.
“아얏! 따가워, 유리가 왜 혼자서 깨져 있지? 이거 엄마가 제일 아끼시는 건데...”
주인은 유리컵을 청소하고 나서 오더니
“개운죽 너가 잘못해서 그런 것 아냐. 화분이 다 깨졌네,
일단 여기 페트병에 들어가 있어. 나중에 화분 사서 옮겨줄 테니깐.”
이럴 수가. 나 흙 메말라있는 거 안 보여? 하지만 난 곧바로 후회했다.
다시는 주인을 이렇게 힘들게 하지 말아야지.
2020년 10월 26일 주인상태: 설렘
주인이 간만에 기분이 좋아 보인다. 덩달아 나까지 기분이 좋다. 하지만 나에게 물은 언제
주는 걸까? 설마 까먹은 것일까? 아냐, 오늘은 주겠지.
주인은 오늘 저녁 데이트를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아니 사실은 일방적으로 짝사랑하는 상대를 만나러 가는 것 같다. 잘 갔다와 주인!
2020년 11월 3일 주인상태:
그 이후로 주인은 계속 들어오고 있지 않고 있다. 주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너무 걱정이 된다. 내게는 왜 다리가 없고 목소리가 없을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존재가 초라하게 느껴진다.
2020년 11월 13일 주인상태:
주인이 돌아왔어. 하지만 다치거나 아파 보이지 않았어. 오히려 더 좋아 보였어.
날 두고 어디 갔다 온 거야? 나 목 타서 죽는 줄 알았어. 많이 기다렸다구
물을 곧 먹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들떴어. 그런데 주인은 바로 방으로 들어가 버렸어.
이제 영양제도 다 떨어져 나가고 더 이상은 버티다 정말 죽을 것 같아
2020년 11월 26일 주인상태:
오늘 엄마랑 주인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주인이 친구들과 캠핑을 간다고 한다.
주인은 무척 들떠보였고 엄마를 설득하려고 말이 빨라지는게 느껴졌어.
결국, 주인은 캠핑 가는 것을 허락받았고 신나서 방방 뛰었어. 잘 갔다와...,,,,.....,.주인
창가에는 갈색빛의 개운죽만이 싸늘하게 말라있다.
The End.
(공백제외 2,5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