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kyilbo.com/sub_read.html?uid=366049§ion=sc30§ion2=
지난 24일 열린 고려아연의 제52기 정기주주총회 결과는 우리 자본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의 거센 적대적 M&A 공세 속에서 주주들이 선택한 것은 결국 `경영의 연속성`과 `미래 성장 비전`이었다. 국가기간산업이자 핵심 광물 공급망의 중추인 고려아연이 외부 자본의 흔들기에서 벗어나, 현 경영진을 중심으로 한 지속 가능한 성장 가도를 이어가게 된 것은 천만다행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주총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주주들의 압도적인 지지다.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과 황덕남 의장의 사외이사 재선임, 그리고 미국 프로젝트 크루서블(Crucible) 측 인사의 신규 선임은 현 이사회가 추진해온 글로벌 확장 전략에 힘을 실어준 결과다. 44년 연속 흑자와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구체적인 성적표 앞에서 주주들은 단기적인 차익 실현보다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가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정책에서도 진일보한 모습이 돋보인다. 주당 2만 원의 현금 배당과 더불어, MBKㆍ영풍 측 제안보다 두 배 이상 많은 9,177억 원 규모의 임의적립금을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기로 한 결정은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회사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또한,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명칭을 변경하고 소수주주 보호 및 이사의 충실의무를 정관에 명문화한 것은 한국적 거버넌스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전향적인 시도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 일부 안건이 상대측의 반대로 부결된 점은 여전히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적대적 M&A라는 파고는 넘었으나, 고려아연 앞에 놓인 과제는 엄중하다. 미국 통합제련소 건설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완수하여 주주들에게 약속한 `미래 성장`을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또한 강화된 정관을 바탕으로 투명한 경영을 실천함으로써, 경영권 분쟁의 여지가 기술력과 신뢰라는 방패 앞에 무력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고려아연의 이번 사례는 자본의 힘보다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진정성 있는 주주 소통이 경영권 방어의 가장 강력한 무기임을 일깨워주었다. 이번 주총이 고려아연이 글로벌 핵심 광물 공급망의 허브로 도약하는 진정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