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전남대학병원 암센터로 외래진료를 다녀왔다.
날씨는 싸늘했지만 새하얀 눈을 바라보는것만으로도 마음이 포근하다.
나는 뇌종양 말고도 한가지 병을 더 앓고 있다.
혈소판수치가 정상인보다 수십배가 높다.
그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혈액내과와 신경외과를 번갈아 다닌다.
보통 뇌종양은 양성종양인 수막종, 뇌하수체선종, 신경초종과 악성인 신경교종으로 나뉜다.
나의 병명은 신경교종인데 수술 예후가 나쁠경우 5년 생존율이 대략 7% 이내이다.
하지만 그리 낙담할일은 아니다.
깨끗하게 절제하고 발작, 경련, 언어와 기억상실 등 수술 후 예후가 좋은 젊은 환자들의 경우는 예외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가능성(%)과 객관성을 즐긴다.
그러나 그러한 객관성에는 환자의 마음가짐과 관리능력이라는 주관성이 빠져 있기 마련이다.
발병 초 가능성에 대한 객관적 모든 사실을 알았다.
5년 내 생존율이 0.1% 하더라도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것은 나의 주관적인 노력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당 게시판을 들여다 보았다.
심상정 후보의 사퇴이후 문재인 지지를 놓고 찬반으로 진통이 계속되는 듯 싶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를 지지할것인가?
고심끝에 김소연후보를 떠올렸다.
김소연이 누구인가?
그는 일반인에게는 무명의 인물이지만 노동계에서는 전설적인 투사다.
노무현정부가 노동법을 개악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던 바로 그 때, 그는 기륭전자 노조위원장으로 94일간의 단식을 비롯해 무려 1895일간의 처절한 농성을 주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얻어냈다.
민주노동당 당원이었던 그는 당이 이정희 대표의 주도 아래 참여당과 통합하자 반노동적인
자유주의세력과 같이 할 수 없다며 탈당을 했다.
(이는 김소연의 표현이라는 점을 상기하며, 이쯤에서 참여계 동지들께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민주노총과 통합진보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정당운동이 최근 도덕적 파탄으로 사실상 종말을
고하자 좌파 노동 현장 활동가들의 지지를 받아 이번에 노동자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것이다
(김순자라는 또 다른 노동자 후보도 있지만 그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진보신당의 방침을 깨고 탈당해 개인적으로 출마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현재 마음상태가 이렇듯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문재인후보에게 표를 던지기로 마음먹는다.
물론, 문재인의 민주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자본주의 폐해"를 극복할 수 없다는 객관성에는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객관성이라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왜? 그토록 많은 국민들이 염원한 민주정부로의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는 것일까?
문재인캠프의 '새정치 국민연대'에서 '공동정부론'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나는 문재인의 공동정부가 노동의 가치를 존중할까 끝없는 의구심이 따른다.
노동의 가치란 무엇인가?
이쯤에서 잠깐 노동의 가치에 관해 생각해보자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자본가에게 제공하는것을 '사용가치'라 말하며, 화폐적의미를 '교환가치'라 말한다. 말하자면 두 가지 가치 중 교환가치는 '사용가치'가 임금으로 교환되는 비율을 말한다.
자본가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노동자는 임금을 제공받는다는점에서 대단히 합당한 구조로 보이지만 늘 간과하는 점은 '잉여가치'이다.
생산은 노동력과 생산수단이 결합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생산수단을 노동력이 가공하여 완제품을 만들고 생산수단은 소비된만큼 자신의 가치를 완제품에 이전시킨다. 한편 노동력의 소비는 두 개의 노동시간으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노동자 자신에게 지급되는 임금이며 다른 하나는 자본가를 위한 '잉여가치'이다.
자본주의는 자본가가 주도하는 경제체제이다.
실제로 자본가가 생산수단을 계속 갖게 되는 까닭은 노동자가 만들어준 '잉여가치' 덕분이다.
자본주의 한계의 가장 근본적인 핵심은 저임금, '잉여가치'의 분배의 문제다.
12월 2일 우리당의 심상전 전 대통령후보와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함께 “정권교체와 새 정치 실현을 위한 공동선언”을 진행하였다.
그 중 쌍용차 정리해고, 현대차 비정규직, 삼성반도체 직업병 해결, 비정규직 차별금지 4대 입법, 장시간 노동 저임금 구조 개선약속이 눈에 띈다.
물론, 독일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 등의 정치개혁법과 무상의료, 무상교육, 기본소득제를 합의하였다면 더 좋았겠으리는 아쉬움은 남지만 우리당의 객관적 힘의 한계에서 어쩔 수 없었으리라 본다.
이 시점에서 나는 문재인 대선후보를 도와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룰것을 희망한다.
안철수 총리, 심상정노동이라는 틀에 박힌 공동정부안보다는 노동자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정책연대'에 주력할것을 제안한다. '노동'이 없는 '시민'은 존재할 수 없다.
또한, 진보정의당 내 강력한 '좌파블럭'이 형성되길 희망한다.
강력한 좌파블럭의 형성, 그길만이 민주당과의 공동정부안과 통합진보당, 진보신당과의 진보대표정당이라는 선의적 경쟁 등, 불투명한 우리당의 미래에 희망을 줄 수 있을것이다.
이러한 우리들의 주관적인 노력은 현재의 정치공학적 객관적 불투명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본다.
신경교종 5년 내 생존율 7%의 객관성과 문재인의 민주정부와 정책연대의 정치공학적 한계의 객관성이 왠지 닮아 보인다. 하지만 나와 동지들의 노력으로 극복 될것으로 믿으며 글을 마칠까 한다.
끝으로 마음 깊이 지지하지만 표를 주지 못하는 김소연후보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