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
김미순
아주 오래전에 이 소설을 알았다. 제 3회 한겨레문학상을 타서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한참 소설쓰기에 열을 오리던 시절, 나는 꼭 읽어야지 했지만 28년이 지난 지금에야 손에 잡았다. 학교일, 전교조 일로 무척 바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여수 태생인 나에게 아주 친숙한 작품이다. 국동, 신풍, 가막만, 소호 등 지역사회의 명칭이 쉽게 상상하게 했다. 특히 신풍의 도축장에 대한 표현은실제로 그곳에 다니던 동네 아저씨를 알기 때문에 실감났다.
홍합을 따서 가공하는 공장의 일상이 뚜렷이 표현되는데 일꾼들의 기막힌 사연이 아주 감동적으로 묘사된다. 누구하나 아주 평범한 사람이 없이 굴곡지고 아프고 서글픈 사연이 가슴아프게 했다. 그야말로 못 죽어서 사는 밑바닥 인생들이다. 그러면서도 해학과 기지에 능란한 민중의 속살을 드러낸다. 욕이 다반사고 술이 인생의 위로를 책임지지만 사람들끼리의 돈돈한 정이 뚝뚝 떨어진다. 더불어 마음에 드는 과부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간직한 주인공 문기사가 참으로 아름답다. 꿈을 갖고 공부하는 밥집 세자, 남편을 먼저 보낸 아낙네들끼리 동병상린의 소박하고 후한 인정이 눈물나게 했다.
호흡이 빠르고 재미있어서 순식간에 읽었다. 좋은 작품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