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출전한 '바둑 올림픽' 응씨배에서 질주하고 있는 신진서 9단. 3명의 중국 강자들을 연파하고 4강에 올랐다. 4강 상대 역시 중국의 자오천위 8단.
제9회 응씨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 8강전
신진서, 구쯔하오 완파하고 자오천위와 준결승
세 명의 중국 강자들을 차례로 꺾었다. 최신 중국랭킹 기준으로 8위 셰얼하오 9단(22), 4위 판팅위 9단(24), 3위 구쯔하오 9단(22).
중국 바둑계의 중추 세력을 구성하고 있는 이들 세 명은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 경력자이기도 하다. 셰얼하오는 2018년에 제22회 LG배를, 판팅위는 2013년에 제7회 응씨배를, 구쯔하오는 2017년에 제22회 삼성화재배를 우승했다. 모두 만 20세가 되기 전에 차지한 메이저 왕관이다.
▲ 개시 2분 전쯤 빠듯하게 대국장에 입실했다.
한국바둑의 자존심 신진서 9단이 제9회 응씨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 4강에 올랐다. 응씨배는 최대의 우승상금, 4년마다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개최되어 '바둑 올림픽'으로 불리는 최고 권위의 메이저 세계대회이다.
신진서 9단은 11일 서울 한국기원 대국장에서 베이징 중국기원 대국장의 구쯔하오 9단과 온라인으로 벌인 8강전에서 5시간 14분, 194수 만의 불계승으로 4강 진출에 성공했다.
▲ 압도적인 점수로 9개월 연속 한국랭킹 1위를 독주하고 있다.
지난달의 중국갑조리그에서 패하면서 상대전적 3승4패에서 구쯔하오와 마주한 신진서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최강수를 연발했다. 팽팽한 초반을 지나 좌상에 침투해 온 이후의 수읽기 싸움에서 일거에 우세를 장악했다. 구쯔하오는 수를 내려하다가 수읽기 싸움에서 밀렸다. 흔들어보기 위해 장고를 했지만 악수로 나타났다.
신진서 9단은 우세하다고 움츠러들지도 않았다. 바둑TV 유창혁 해설자에게서 "독하다"는 소리가 여러 차례 나왔다. 정밀한 수읽기를 동반한 강수로 이번 대회 들어 가장 편한 승리를 거뒀다.
▲ 신진서 9단이 좌상 수읽기 싸움에서 압도한 후 낙승을 거뒀다. 상대전적 4승4패.
신진서 9단의 응씨배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랭킹 1위 자격으로 자동출전권을 획득했다. 지난 2월 제25회 LG배를 우승한 신진서 9단은 현재 춘란배 8강, 삼성화재배 32강에도 올라 있다.
준결승 상대는 한 살 위 중국의 자오천위 8단이다. 16강에서 박정환 9단을 꺾었고, 8강에서는 복병 쉬하오홍 6단을 꺾었다. 중국랭킹은 16위. 상대전적에서 신진서 9단이 3승1패로 앞서 있다. 3번기로 벌이는 준결승전의 일정과 장소는 미정이다.
▲ 신진서 9단의 4강 상대인 자오천위 8단. 첫 메이저 8강을 넘어 4강으로 도약했다.
"서로 만만치 않게 출발했다가 좌상에서 상대가 무리를 하는 바람에 승기를 잡았다"는 신진서 9단은 "우승한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두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한편 반대편 조에서는 셰커 9단이 커제 9단에게 역전승을 거뒀고, 이치리키 료 8단이 타오신란 8단에게 불계승을 거뒀다. 셰커는 진행 중인 몽백합배에 이어 두 번째, 이치리키는 첫 메이저 4강을 이뤘다. 셰커-이치리키는 지난 4월의 몽백합배 8강전에 이어 또 한 번 격돌한다.
대국은 초읽기 없이 각자 3시간의 타임아웃제. 3시간을 초과하면 20분당 2집의 벌점을 받고 두 번까지 연장할 수 있다. 덤은 8집, 무승부시 흑승으로 결정한다. 또한 돌가리기에서 권리를 가진 쪽이 흑백을 선택한다.
상금은 우승 40만달러(약 4억7000만원), 준우승 10만달러, 4강패자 2만5000달러, 8강패자 1만5000달러, 16강패자 5000달러, 28강패자 1000달러. 그동안 조훈현→서봉수→유창혁→이창호→창하오→최철한→판팅위→탕웨이싱 순으로 우승해 왔다. 한국 5명, 중국 3명이다.
▲ 자오천위 8단에게는 3승1패로 앞서 있다. 가장 최근 대국은 지난해 8월의 중국갑조리그.
▲ 서울 한국기원 4층의 대국장. 널따란 대국장에서 모니터 속의 상대와 나홀로 승부를 벌였다.
▲ 베이징 중국기원 2층의 대국장. 5명의 기사가 앞뒤로 앉아 대국했다.
▲ 중국랭킹 2위와 1위를 연파한 셰커 8단. 올 들어 몽백합배 4강의 기세를 응씨배 4강으로 이어갔다.
▲ 지난 4월 신문기자로 취업하기도 한 이치리키 료 8단은 첫 메이저 4강을 이뤘다.
▲ 신진서 9단에게 막힌 중국 3위 구쯔하오 9단.
▲ 쉬하오홍 6단은 현재 8강에 올라 있는 춘란배에서 다시 4강에 도전한다.
▲ 지난해 LG배 4강 타오신란 8단의 두 번째 메이저 4강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 첫 출전한 전기에도, 두 번째 출전인 이번에도 8강에서 멈춘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
▲ 현재 춘란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는 8강전을,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는 32강전을 앞두고 있다. 올해 전적은 49승5패로 90.7%의 승률. 외국기사 상대로는 11승2패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