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도 없고 신문도 없는
까띠뿌난 마을에
손톱에 때를 묻히며 그는 서 있다
십자가도 초라한 예배당 모퉁이에
뽀얀 살의 내가 부끄러이 고개 숙이니
곱슬머리 맑은 눈의 그가
잘 왔다 인사한다
내가 기다리던 그가
나를 기다리던 그가
온 마을을 사랑으로 불을 밝히고
함께 노래하자 한다
함께 부르는 노래 가락
흔드는 손끝마다
환한 웃음 눈물겹다
물소 달구지를 타고
도시로 떠나는 형제를 위하여
손 흔드는 까띠뿌난의 예수
다시 보자
거룩한 손 오늘도 흔들고 있다
*까띠뿌난 : 필리핀 딸락지방 까빠스 오지마을. 아직 문명의 영향이 거의 없는 곳에 한국 선교사가 현지에 교회를 개척, 원주민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 Faith Essay _ 10여년전 필리핀 최현수선교사가 사역하고 있는 까띠뿌난 지역의 오지마을을 다녀온 적이 있다. 해외선교현장을 다녀올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극심한 가난과 무지 그리고 우상숭배라는 공통된 상황이 존재하지만 원주민의 순수함은 어디에나 동일했다. 까띠뿌난 방문시 만난 현지인 사역자에게서 필자는 적잖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들보다 안락한 생활, 세련된 문화로 포장된 나의 비본질적인 삶의 양식이 오히려 송구스러웠다. 환경이 어찌하든 오직 복음으로 사람들에게 평안의 은총을 전하고자 노력하는 선교사나 현지 가난한 목회자가 진정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려 온 작은 예수가 아닌가? 지구촌에는 여전히 예수를 모르는 사람이 많고 그로 말미암아 자신의 소중함도 모르고, 따라서 죄도 모르는 곳을 향해 작은 예수들이 인생을 송두리째 걸고 화려한 도시가 아닌 오지에서 새로운 천국을 이루고자 눈물의 기도로 사역하는 선교사들과 현지 사역자들의 노고에 위로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