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론자나 공산주의자는 '종교' 특히 '기독교'를 싫어한다.
그 이유에 대해 여성철학자 시몬느 베이유는 아주 잘 분석해 주고 있다.
물론 이러한 분석이 100% 옳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종교에 대한 마르크스 사상의 비호감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한 듯 하다.
"마르크스주의가 ‘놀라운 정치적 행운(prodigieuse fortune politique)’을 가졌던 것은 무엇보다 먼저 부실하고, 피상적이며,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교의를 나란히 놓은 덕분이다. 인류는 항상 ‘정의에 대한 갈증(soif de justice)’을 채울 희망을 신에게 의지했다. 그러나 신이 영혼들에게 부재하자, 인류는 그 희망을 포기하거나 ‘물질에(sur la matière)’ 두어야 했다. 인간은 선을 추구하는 존재로서의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한다. 인간은 여기서 ‘전능한 동맹자(allié tout-puissant)’가 필요하다. 그 동맹자가 영(esprit)이 아니라면 물질이 될 것이다. 이는 동일한 심오한 정신의 두 가지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다만 후자의 표현은 결함(défectueuse)이 있을 뿐이다. 이는 ‘잘못 형성된 종교(religion mal construite)’이지만, 엄연히 종교다. 따라서 마르크스주의가 항상 종교적 성격을 지닌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마르크스주의는 마르크스가 가장 격렬히 반대했던 종교적 삶의 여러 형태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마르크스가 자주 사용한 표현을 빌리자면 ‘인민의 아편(opium du peuple)’으로 활용되었다는 것이 특히 그러하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마르크스주의는 ‘영적 신비가 결여된 종교(religion sans mystique)’이다."
시몬느 베이유 : <억압과 자유> 중에서
위의 분석을 쉽게 문학적으로 설명해 보면,
종교나 마르크스 주의는 모두 '이상사회'를 지향한다.
그래서 사실 철학적으로 보자면 마르크스주의도 종교(초월이 상실된)의 일종이다.
그런데 비록 이상이 현실이 되지 못한다고 해도 인간은 이상을 버릴 수가 없다.
인간의 영혼은 이상을 먹고 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정한 이상적인 것은 초월적인 것에서 기인한다.
정도의 차이를 가지고 모든 종교는 초월적인 빛을 가지고 있지만
마르크스 사상이나 유물론자는 이를 부정한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자면 마르크스 사상은 유사 종교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한 숲 속에 두 마리 호랑이는 있을 수가 없다.
종교나 마르크스 사상 중 하나는 사라져야 한다.
하지만 종교는 사랑, 화합, 일치, 용서를 지향한다.
그런데 마르크스 사상은 오직 계급투쟁을 지향한다.
공산주의자에게 있어서 이 세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하는 것은
종교일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