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제나비 – 종적이 묘연한, 멸종위기종 Ⅰ급
상제나비는 나비목 흰나비과에 속하는 곤충이다. 날개 편 길이는 수컷 53~59mm, 암컷 65~68mm로 흰나비무리 중에서 크다. 날개는 흰색을 띠고, 시맥 및 시맥과 외연이 만나는 부분은 흑갈색을 띤다. 앞날개 아랫면은 윗면과 비슷하나, 외연에 흑갈색 무늬가 없거나 미약하다. 시맥은 뚜렷하게 보이며 흑갈색 또는 갈색을 띤다. 눈나비와 유사하나 뒷날개 아랫면 기부에 황색 무늬가 없고, 앞날개 제7 맥이 제8 맥의 2/3지점에서 분지하고 있어 쉽게 구별된다.
남한지역에서는 5월 중순부터 6월 상순에 걸쳐 나타나고, 북한지역에서는 6월 중순부터 8월 상순에 걸쳐 나타난다. 3령 유충으로 월동을 한다. 한반도 중북부 지역에 국지적으로 서식하는데, 최근 관찰기록이 없어 멸종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국외에는 일본, 아시아 및 유럽, 아프리카 북부 등지에 광역 분포하며, 우리나라가 분포의 남방 한계 지역이다. 북한 북부 및 극동 러시아 지역에서는 개체 수가 많다.
상제나비는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는 나비로서 여러 해 동안 종적을 찾지 못하는 유일한 종이다. 1998년 이후로 이들의 존재에 관한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남한 땅에서 이들의 종적이 묘연하다. 상제나비는 날개가 큰줄흰나비 봄형과 유사하지만, 반투명한 상태로서 반점이 없어 금방 구별할 수 있다. 상제나비는 기본적으로 북방계 나비이다. 따라서 중국의 만주와 시베리아의 동북부가 주 분포 지역이고, 일본 쪽으로는 위도가 높은 북해도에만 산다. 그곳에서는 보통종인데 남한에서는 종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1985년부터 강원도 ○○의 작은 마을에서 채집되었다. 매우 희귀했던 나비가 한 장소에서 적지 않은 수로 나왔다. 나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입소문을 타고 한 번쯤 갖고 싶어 했다. 어찌 보면 이것이 작은 지역 집단을 가진 상제나비의 불행이었다. 흔한 종은 아무리 채집을 해도 그 집단이 유지되지만, 상제나비처럼 지리 분포의 중심에서 먼 변두리 집단은 여러 요인과 더불어 채집 열풍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원인을 확인할 새도 없이 강원도 ○○의 작은 마을에 상제나비 집단은 1997년의 발견기록을 끝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상제나비가 기후 온난화 때문에 사라졌을 거라는 주장도 있다. 상제나비가 사는 곳이 마을 주변의 나무가 별로 없는 구릉지 같은 곳이다. 이런 곳에 사는 살구, 개살구 또는 털야광나무가 이 나비의 삶터이자 먹이이다. 특히 애벌레는 잎을 실로 엮어서 집단으로 겨울을 난다. 구릉지가 있고 개살구가 자랄 수 있는 곳은 여러 곳이지만 그곳 모두에 이들이 정착하지 않는다. 한지성 종으로서 미기후가 충족되는 곳에만 국소적으로 분포해 왔다. 그런데 기후 온난화로 곳곳에서 미기후가 영향을 받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우리 마을에 개살구가 있는데,
우리 마을에 상제나비가 있나?
유심히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