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32강전]
구리와 창하오의 양날개가 부러졌다!
9월 3일 대전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에서 벌어진 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32강전에서 한국 기사 5명이 16강에 진출했다. 중국은 9명의 기사가 승리해 한국을 큰 차이로 제치며 숫자에서 우위를 보였다. 3명이 출전한 일본은 와일드카드 고바야시 고이치 9단만 패하고 나머지 기사들이 모두 승리하며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켜냈다.
한국은 진시영 3단과 이영구 7단이 중국의 투톱을 무너뜨리는 놀라운 전과를 일궈냈다. 전야제 석상에서 구리 9단을 지목한 진시영 3단은 그를 이길 확률이 로또에 당첨될 확률과 비슷하다며 좌중을 웃기기도 했으나 그 말은 단지 농담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진시영 3단은 대국이 끝나고 간단한 인터뷰를 통해 “점심시간 봉수할 시점에 형세가 워낙 좋았어요. 그 때 승리를 예감했었죠.”라며 덤덤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구리 9단은 진시영 3단에게 당한 패배가 믿기지 않는 듯 홍조가 된 얼굴로 급하게 자리를 떴다.
이영구 7단도 대역전극을 펼쳤다. 창하오 9단의 두터움에 막혀 시종 고전했던 이영구 7단은 종반 창하오 9단의 방심을 틈타 신들린 끝내기를 행사하며 275수 끝 백반집승을 거두고 16강행 열차를 잡아탔다.
그러나 중국은 나머지 기사들이 전승에 가까운 혁혁한 전과를 거둬 전망을 밝게했다. 한국은 2명의 기사 외에 이세돌, 이창호, 조한승 9단만 살아남는 저조한 성적으로 중국에게 수적인 우위를 내주고 말았다. 일본은 랭킹 1위 야마시타 게이코 9단이 씨에허 7단을 잡는 대박(?)을 터뜨렸고 4위 다카오 신지 9단이 루이 나이웨이 9단을 잡아내면서 이들이 어디까지 치고 나갈 것인지 궁금증을 자극하고 있다.
16강전이 끝난 후 현장 분위기는 한국이 참패하긴 했어도 아직까지 대등한 상황이라는 평가다. 아무래도 우승후보인 양이(이창호-이세돌 9단)가 살아남은 한국과 구리-창하오가 떨어진 중국과는 입장차이가 크다는 생각이겠다. 하지만 재추첨을 하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올라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이 계속 승리할 경우 8강전에서 만나게 돼 국내팬들의 아쉬움을 덧붙이고 있다.
계속되는 16강전은 9월 5일 오전10시 같은 장소에서 속개된다. 사이버오로는 16강전 모든 대국을 생중계하며 32강전 최고의 활약을 선보인 진시영 3단과 리저 6단의 대국을 메인으로 선정해 프로기사의 해설이 곁들여진다.
한국방송공사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삼성화재해상보험에서 후원하는 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의 우승상금은 2억원이며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5회다.
◇제13회 삼성화재배 32강전 대진 결과(파란색이 승자)
-저우루이양 5단 vs 윤준상 7단 (204수 백불계승)
-콩지에 7단 vs 박영훈 9단 (175수 흑불계승)
-이세돌 9단 vs 스위에 4단 (197수 흑불계승)
-진시영 3단 vs 구리 9단 (284수 흑반집승)
-천야오예 9단 vs 조훈현 9단 (308수 흑1집반승)
-왕시 9단 vs 박정상 9단 (301수 흑3집반승)
-리저 6단 vs 박정환 2단 (172수 백불계승)
-장리4단 vs 고바야시 고이치 9단 (237수 흑2집반승)
-이창호 9단 vs 정옌 2단 (262수 백불계승)
-야마시타 게이고 9단 vs 씨에허 7단 (164수 백불계승)
-조한승 9단 vs 리캉 6단 (291수 백1집반승)
-다카오신지 9단 vs 루이 9단 (220수 백불계승)
-저우허양 9단 vs 유창혁 9단 (234수 흑반집승)
-이영구 7단 vs 창하오 9단 (275수 백반집승)
-황이중 7단 vs 홍성지 7단 (254수 백불계승)
-딩웨이 9단 vs 목진석 9단 (285수 흑반집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