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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인간 선생님 문제는 내가 비디 선생님의 수학 시간에 깜빡 잠이 든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래도 변명을 한마디 하자면, 잠이 든 게 완전히 내 잘못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수학은 진짜 따분하니까. 수학이 조금만 더 재미있었다면, 내가 말똥말똥 두 눈을 뜨고있지 왜 잠이 들었겠는가. 나는 정말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다. 수학 시간에 교실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꿈이었다. 그때 비디 선생님이 그 유명한 '쿡쿡 잣대'로 나를 쿡쿡 찔렀다. 나는 하마터면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다. "으이크, 우리가 너를 깨웠니, 케이크?" 비디 선생님은 일부러 '으이크, 케이크' 이렇게 운율을 맞춰서 노래 부르듯이 말했다. 선생님은 재미있는지 몰라도 나는 죽을 맛이었다.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키득거렸으니까. 사람들은 늘 내 이름을 갖고 놀려댄다. 생과일 케이크, 초콜릿 케이크, 컵케이크 등 케이크 종류면 뭐든 내 이름에 갖다 붙인다. 심지어 엄마는 달걀흰자로 만든 스펀지케이크의 이름을 따서 '엔젤 케이크'라고 부른다. 엔젤이 '천사'라는 뜻이니까 엄마는 귀엽다고 그렇게 부르겠지만, 나는 진짜 창피하다. 비디 선생님이 위협적인 표정으로 점점 다가왔지만, 나는 딱히 뭐라고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이들의 눈이 죄다 나한테 쏠려 있어서 더더욱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이렇게 말해 버렸다. "잠 안 잤어요. 그냥 잠깐 눈꺼풀을 쉬게 했을 뿐이에요." 이 말은 아빠가 텔레비전을 보다 까무룩 잠이 들었을 때 엄마한테 잘하는 말이다. 아이들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지만, 비디 선생님은 입 꼬리조차 꼼짝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선생님은 유머 감각이 좀 떨어지는 것 같다. 수학 선생님이라 그런 게 아닐까. 아마 나라도 수학 선생님이라면 잘 웃지 않았을 거다. 비디 선생님은 화를 버럭 내면서 학교가 끝난 뒤에 남으라고 했다. 그러고는 '중요한 수업 시간에 잠을 자면 안 된다." 를 한줄 쓰고는 선생님을 쓱 봤다. 뻔뻔하기도 하시지! 글쎄, 선생님이 쿨쿨 자고 있었다. 세상에는 글씨를 빨리 쓰는 사람도 많겠지만 나는 아니다. 내가 백 번을 다 썼을 때는 이미 밖이 어둑어둑해진 뒤였다. 비디 선생님은 트랙터 같은 소리를 내며 코를 골고 있었다. 나는 비디 선생님 책상으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그리고 선생님의 그 유명한 '쿡쿡 잣대' 로 선생님을 쿡쿡 찔렀다. 비디 선생님은 코를 킁킁거리며 잠에서 깨어나다가,하마터면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다. 흐흐, 이제야 공평해졌다. 선생님이 아까 자로 찔렀을 때 나도 그랬으니까. "다 썼습니다!" 비디 선생님이 무슨 일인지 알아채기 전에 얼른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팔이 빠져라 썼건만, 비디 선생님은 내가 쓴 종이는 본 척도 안하고 어리둥절해서는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몇 시니?" 나는 5시라고 대답했다. 오후 5시는 어린아이가 학교에 남아 있기에는 아주 늦은 시간이다. 날이 일찍 어두워지는 겨울에는 더더욱 그렇다. 나는 반성을 많이 했으며 두 번 다시 수업 시간에 자지 않겠다고 비디 선생님에게 말했다. 선생님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아주 좋아한다. 학생들을 꽉 휘어잡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그런데 비디 선생님은 내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다. 그 대신 책상 위에 펼쳐진 일기장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일기장에는 시뻘건 글씨로 '해 지기 전에 날고기를 잔뜩 사서 집으로 돌아가기!" 라고 적혀 있었다. 비디 선생님은 창밖을 내다보았다. 커다란 보름달이 하늘에 떠 있었다. 선생님은 눈을 점점 크게 뜨더니 몸에 벼룩이 있는 개처럼 귀 뒤를 긁기 시작했다. '선생님 눈이 원래 저렇게 또렷한 노란색이었나?' 아무래도 뭔가 의아했다. 그때 비디 선생님이 번쩍이는 불빛처럼 발딱 일어나더니, 내 코트와 목도리를 건네주면서 손가락으로 문을 가리켰다. "넌 얼른 가거라! 수고했어. 다시는 그러지 마!" 비디 선생님의 목소리가 떨렸다. 선생님은 나를 한시라도 빨리 내쫓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 같았다. 나야 뭐 아무래도 좋았다. 학교에 쓸데없이 오래 있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코트를 입고 목도리를 두르고 막 나가려는 순간, 아까 그 문장을 백 번 쓴 종이가 아직도 내 손에 들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디 선생님이 그 종이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나는 얼른 뒤로 획 돌았다. 마침 미술 도구를 넣어 두는 창고 안으로 선생님이 들어가고 있었다. 선생님은 문을 꽝 닫았고, 곧이어 안에서 쨍그랑 우당탕 쿵쾅 하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래도 고생해서 쓴 반성문은 드리고 가야지.' 나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은 수학 선생님이 저 안에서 대체 뭘 하는지 보고 싶었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나는 창고 문을 두드리며 큰 소리로 물었다. 쨍그랑 우당탕 쿵쾅 소리가 멎었는가 싶더니, 비디 선생님이 내뱉는 '끙' 하는 신음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왔다. 그 소리는 '그래' 라는 말로도, '아니' 라는 말로도 들렸다. "집에 가기 전에 제가 쓴 반성문을 보셔야 하지 않나요?" 나는 귀를 문에 바싹 댄 채 쫑긋 세웠다. 잠시 동안 비디 선생님은 아무 말이 없었다. 곧이어 아주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나는 그 소리를 이런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래, 네가 열심히 쓴 반성문을 보고 싶구나.' 그래서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창고 문을 열었다. 처음에 나는 비디 선생님이 어마어마하게 큰 늑대에게 잡아먹힌 줄 알았다! 그런데 가만 보니 어마어마하게 큰 늑대가 선생님 옷을 입고 선생님 안경을 쓰고 선생님 신발을 신고 있었다. <빨간 모자>라는 책을 보면, 늑대가 빨간 모자의 할머니를 잡아먹은 뒤에 잠옷을 입고 끈이 달린 모자를 쓰고 어슬렁거리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동화 속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내 눈앞에서 일어나다니! 나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내야만 했다. 그것도 지금 당장 말이다. 왜냐하면 어마어마하게 큰 늑대가 커다란 노란색 눈으로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비디 선생님, 선생님이 늑대로 변하셨군요!" 나는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런 게 바로 수학적인 사고라는 것이다. 만약 비디 선생님이 어마어마하게 큰 늑대 인간으로 변하지 않았다면, 내 말을 듣고 무척 흐뭇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수학 선생님은 이미 어마어마하게 큰 늑대 인간이었다. 비디 선생님은 내 손에서 종이를 낚아채서는 커다란 이빨로 갈기갈기 찢어서 꿀꺽 삼킨 뒤, 내 신발에 침을 뚝뚝 흘렸다. 그리고 음흉한 늑대의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내 머리를 훌쩍 뛰어넘어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 대목에서 내가 비명을 내지르며 집으로 허겁지겁 뛰어갔을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솔직히 그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늑대가 무섭긴 무서웠으니까. 그렇지만 늑대 인간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말 궁금했다. 그래서 나는 비디 선생님을 뒤쫓아 뛰어갔다. 비디 선생님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내기란 식은 죽 먹기였다. 왜냐하면 거품이 보글보글한 침 자국이 복도를 따라 한 줄로 죽 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텅 빈 학교에 있으려니 무척 으스스했다. 마침내 내가 비디 선생님을 따라 잡았을 때 선생님은 매점에 있었다. 매점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비디 선생님은 매점 한가운데에서 차가운 햄버거와 포테이토칩과 스파게티를 먹고 있었다. 그냥 맨바닥에서 말이다. 나는 늑대 인간으로 변한 선생님이 슬슬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늙고 따분한 수학 선생님보다는 무조건 백 배는 더 재미있어 보였다. 그래서 나는 비디 선생님을 우리 집에 데려가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선생님이 커다란 혀로 바닥을 핥느라 정신없는 사이에 내 목도리로 털이 텁수룩한 선생님 목을 묶었다. 늑대를 끌고 갈 줄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선생님, 이제 저랑 우리 집으로 가요, 아셨죠?" 나는 음식에 코를 처박은 고집 센 늑대를 복도 쪽으로 잡아끌었다. 늑대는 햄버거를 놔두고 가는 게 못내 아쉬운지 엉덩이를 바닥에 착 깔고는 안간힘을 쓰며 버텼다. 그래서 나는 수학 선생님을 억지로 질질 끌고 갈 수 밖에 없었다. 학교 밖으로 나오자 비디 선생님은 갑자기 사납게 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낑낑대며 고생을 좀 했다. 선생님은 승용차든 버스든 자전거든 굴러가는 바퀴만 보면 뒤쫓아 갔다. 사실 바퀴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게 있다 싶으면 뭐든지 쫓아가려 했고, 그런 선생님을 붙잡느라 나는 젖 먹던 힘까지 몽땅 써야 했다. 큰길을 따라 선생님을 끌고 가는 내내 선생님은 사람들에게 와락 달려들어 얼굴을 핥고 쇼핑한 물건들을 먹어 치우려 했다. 선생님이 이런 행동을 하다니, 나 원 참! 사람들이 마구 비명을 내질렀다. 야호! 나는 신이 났다. 사람들이 모두 꽁무니를 빼는 바람에 우리가 가는 길이 뻥뻥 뚫려 시원했기 때문이다. 학교 친구들 몇몇은 멈춰 서서, 이런 멋진 개가 어디서 났느냐고 물었다. 그러고는 늑대의 몸을 쓰다듬고, 목을 감싸고, 머리를 긁고, 배를 문질러 주었다. 만약 아이들이 그렇게 호들갑을 떨며 만지는 짐승이 사실은 비디 선생님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표정이 어떻게 바뀔까? 그 생각을 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엄마와 아빠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나는 인사를 시키려고 비디 선생님을 데리고 들어갔다. "아니, 너 지금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크고 못생긴 개를 데리고 뭐 하는 거야?" 엄마는 혹시나 발목이라도 물릴세라 두 발을 번쩍 들며 악을 썼다. "이분은 비디 선생님이세요. 지금은 늑대 인간으로 변했지만요. 선생님이 우리 집에 있어도 되죠?" "엄마가 길 잃은 개가 보여도 집에는 절대 데려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 지금 당장 그 못생긴 짐승을 밖으로 내보내!" 엄마는 길길이 화를 냈다. 하지만 비디 선생님이 나지막이 으르렁거리자 엄마는 잽싸게 소파에 도로 앉았다. "길 잃은 개가 아니에요. 정말로 비디 선생님이세요. 학교에 있는 미술 도구 창고에서 늑대 인간으로 변했단 말이에요. 정말이라고요!" "도대체 엄마가 몇 번을 말해야 하니. 황당한 이야기 좀 지어내지 마. 안 그러면 코가 쭉쭉 길어질 테니까!" "하지만 엄마......." "엄마 말 들어라." 아빠가 고개도 한 번 들지 않은 채 말했다. 눈꺼풀을 잠깐 쉬게 하고 있던 이었던 것 같다. 아빠는 좀체 엄마와 나 사이의 말다툼에 끼어들지 않는다. 엄마가 째려보면 무조건 엄마 말이 맞다고 한다. 그리고 그날도 엄마는 아빠를 무지무지 째려보았다." 나는 입씨름을 더 벌여 봐야 나만 혼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춥고 깜깜한 어둠 속으로 비디 선생님을 홀로 내보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몰래 선생님을 내 방으로 데려갔다. 어마어마하게 큰 늑대 인간을 방으로 몰래 데려가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낑낑 떼밀어야지, 쿡쿡 쑤셔야지, 게다가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들어야지. 그렇게 야단법석을 피우다가 늑대의 노란 두 눈이 계단 꼭대기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우리 집 고양이 패티에게 꽂혔다. 패티는 내 새 애완동물을 보고는 그르렁거리며 털을 한껏 곤두세웠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줄행랑을 놓았다. 그러자 비디 선생님이 로켓처럼 튀어 올라 고양이를 뒤쫓아 계단을 올라갔다. 그 바람에 나는 계단마다 쿵쿵 부딪치며 질질 끌려갔다. 그러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이제 곧 엄마가 웬 난리 법석인지 알아보러 오시겠네.' 패티는 가까스로 자기 은신처 가운데 하나를 찾아 그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고양이를 쫓던 늑대는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늑대 인간을 얼른 내 방으로 데려갔다. 내 방에 어마어마하게 큰 늑대 인간을 숨길 만한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엄마가 계단을 뛰어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는 바람에 나는 머리를 재빨리 굴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비디 선생님을 옷장 속으로 꾹꾹 밀어 넣었다. 엄마는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도대체 왜 그렇게 소란을 피우냐, 길 잃은 개를 왜 집에 데려왔느냐,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이야기는 왜 자꾸 지어내느냐 하면서 나한테 호통을 쳤다. 나는 그저 가만히 입 다물고 있었다. 그러면서 비디 선생님도 엄마가 아래층으로 내려갈 때 까지 나처럼 조용히 있기를 바랐다. 그런데 느닷 없이 옷장 문이 삐걱하며 열리더니, 비디 선생님이 씩 웃고 있는 게 보였다. 내 팬티를 머리에 뒤집어 쓴 채로 말이다. 그 꼴이 어찌나 우스꽝스럽던지 나는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엄마는 뒤로 돌아서 있었기 때문에 '머리에 팬티를 뒤집어쓴 채 씩 웃는 늑대' 를 보지 못했다. 대신 엄마는 어른이 말하는데 웃는다며 화를 버럭 내면서, 정신 차릴 때까지 내방에만 쭉 쳐박혀 있으라고 했다. 그렇게 엄마가 내 방을 나간 게 천만다행이었다. 곧바로 우우우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으니까! 하지만 그 소리는 비디 선생님이 울부짖는 소리가 아니었다. 선생님은 그 소리를 듣고 무척 흥분했다. 울부짖는 소리는 바깥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다른 늑대 인간 하나가 잔디밭에 앉아 있었다. 내 방에 잇는 늑대 인간보다 덩치가 더 컸다. 그 순간 나는 늑대 인간 둘을 맞바꾸거나 아니면 둘다 갖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둘을 맞바꾸면 비디 선생님이 무척 서운해할 것 같아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렇다고 비디 선생님만으로도 벅찬데 늑애 인간을 둘이나 키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저기 미안하지만 우리 집에는 이미 늑대 인간이 있거든요." 그렇게 말하고는 창문을 닫으려는데, 정원에 있는 늑대 인간이 대꾸를 했다. "혹시, 그 집 늑대 인간의 이름이 아가사 비디 아니에요?" 늑대 인간이 아주 공손한 말투로 물었다. 내가 미처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비디 선생님이 옷가지를 뒤집어쓴 채 옷장 속에서 튀어나왔다. "조지, 당신이에요?" 비디 선생님이 옷 더미 속에서 뒹굴며 큰소리로 물었다. "우리 남편 조지야." 비디 선생님이 나를 향해 커다란 늑대 이빨을 드러낸 채 활짝 웃으며 말했다. 늑대 인간 비디 선생님이 말을 한다는 사실에 놀랄틈도 없이, 정원에 있던 늑대 인간이 공중으로 훌쩍 뛰어 내 방으로 쏙 들어와 양탄자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 순간 진짜 소름 끼치는 일이 벌어졌다. 세상에, 무슨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소름 끼치고 끔찍한 일이었다. 비디 선생님 부부가 코를 서로의 엉덩이에 대고 킁킁거리는 것이 아닌가! "아니, 지금 두 분 뭐 하시는 거예요!" 내가 두 손으로 눈을 가리며 소리쳤다. "여긴 내 방이라고요. 코를 엉덩이에 처박고 킁킁거리는 건 제발 좀 참아 주시겠어요?" 두 늑대 인간은 서로를 만나 무척 행복해 보였다. 사실 늑대 인간들치고는 꽤나 낭만적이기까지 했다. 과연 내가 늑대 인간 둘을 데리고 살 수 있을까 하고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엄마가 다시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나는 혼이 달아날 정도로 놀랐다. 늑대 인간들도 엄마가 올라오는 소리를 들은 게 분명했다. 코를 엉덩이에 대고 킁킁거리는 짓을 멈추고는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으니까. "이제 그만 헤어져야 할 시간이구나, 얘야." 비디 선생님 남편이 나한테 고개를 한 번 끄덕하고는 훌쩍 뛰어 창밖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비디 선생님도 남편을 따라 훌쩍 뛰어올라 창턱에 앉았다. "잘 있어라, 제이크 케이크. 그리고 반성문 쓰느라 수고했다. 그 종이 진짜 맛있더라!" 비디 선생님이 입맛을 쩝쩝 다시며 말했다. 그러고는 역시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제 늑대 인간은 사라지고 나만 덩그러니 혼자 남았다. 난장판이 된 방에 대해 설명할 방법도 없어졌다. 다만 내 대답을 기다리는 엄마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나는 또다시 위험을 무릅쓰고 진실을 말할 생각은 없었다. 엄마는 그날 밤 나한테 일찍 자라고 했다. 하지만 그전에 먼저 방을 깨끗이 청소하라고 했다. 그러고는 다시는 길 잃은 개를 집으로 데려오지 않을 것이며 황당한 얘기도 지어내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했다. 엄마가 내 방 창문을 닫는 순간, 멀리서 우우우 하는 늑대 소리가 들려왔다.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늑대 울음소리였다. 엄마는 보름달을 오려다보더니 미심쩍은 눈초리로 나를 째려봤다. 그러고는 잠시 가만히 있더니. 얼굴을 찡그리며 커튼을 획 치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다음 날 비디 선생님은 학교에 오지 않았다. 그래서 임시 교사가 와서 수업을 했다.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졸지 않으려고 무지 노력했다. 왜냐하면 비디 선생님 대신 온 선생님은 진짜 고약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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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우!
율화 정말 대단한 아가씨넹~ㅎㅎㅎ
멋져부려요~잉~
늑대인간이 하나도 아니구 둘씩이나 손아귀에 넣다니..ㅎㅎㅎ
점점 늘어가는 문장력 ㅎㅎ
율화, 보통이 아니네... 정말
10여년뒤 서점에서 율화를 볼 수 있겠네^^
고마워 잘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