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초 한강이가 카톡으로 산에 가자고 연락이 왔다.
고1 아들놈이 산에 가자고 연락온 게 기쁘다.
친구랑 그의 아빠까지 같이 오신다기에 난 산행지를 정할 수 없어
산에 얼마나 다녔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연락을 해도 답이 없다.
결국 연락 온 게 토요일 오전에 금당산을 가잔다.
그래, 금당산은 산이 아니냐?
꼭 무등산을 돌며 보조석굴에서 삼겹살을 꿔 먹지 않아도
서석대 눈을 보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조금은 아쉽다.
전날 오랜만에 만난 병관이랑 술을 많이 마셨다.
바람이 찬데 5시에 해남을 나서며 기훈에게 연락해 병관이르르 보자고 했다.
금요잉 퇴근길이 걱정인데 6시 반이 못되어 기훈이 집 앞에 닿는다.
그와 문화동쪽으로 가서 그를기다린다.
예당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그의 집에서 가장 많이 신세를 졌다.
할머니 어머니 형들 누나들 동생까지 참 친절하게 밥해주시고 재워 주셨다.
그도 광주로 와 초급대학을 마치고 고아고회사를 하다가 어찌하여 나중에
롯데칠성이란 회사에 들어가 영업소장 지점장 등을 할 때 가끔 술을 마시긴 했다.
그러고 언젠가 명퇴를 하고 중국에 가서 일을 한다고 했는데, 무슨 일인지 잘 몰랐다.
기훈이가 가끔 전해주는 그의 소식 가운데는 혈압으로 떨어져 병원에 있다는 아들의
연락을 바도 다녀 온 적이 있다고 한다.
동기들이 100명도 안되는 작은 시골학교를 다니며 많은 시간을 어울렸던 친구나
날 아들처럼 대해 주신 그의 가족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얼마 전 기훈이와 술을 마시며 그에게 전화했던 기억이 나 기훈에게
보러 가자고 한 것이다.
말바우 시장 앞에서 기다리는데 버스에서 내려오는 친구의 모습이 안타깝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조슴스레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어온다.
만나자 마자 환자취급 말라며 힘을 낸다.
오리집에 가서 안주를 시켜놓고 술을 마신다.
어머니도 작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혈압으로 떨어지자 친구들도 연락이 끊겨 전화번호가 사라져버렸다고 한다.
형제간에도 자존심 강한 친구가 어머니 장례를 모시며 친구들 없이
아픈 몸으로 치렀을 모습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나중에 광주에 취직했다는 아들놈이 와 인사를 한다.
대리운전을 불러 부자를 충효동에 내려주고 다시 풍암동으로와 두어군데 거치며
기훈이랑 술을 마신다.
그가 데려다주는 집에 왔을 때는 3시가 넘었다.
무거운 몸을 끌고 10시에 병원 앞에서 한강이를 만난다.
곧 아들 친구 부자가 온다.
한강이는 만나자마자 술냄새 난다고 한다.
난 횡설수설하고 한강이는 그런 날 못마땅해 한다.
승훈이와 그 아빠랑 눈발이 남아있는 능선을 따라 걷다가 정상 아래서
쉰다.
건너편 무등산은 어제 온 눈으로 하얗다. 몸은 무겁지만 무등산을 갈 걸 조금 아쉽다.
황새정에서 유자차를 나눠 마신다.
83학번 함평이 고향인 승훈이 아빠는 전산관리계통에 일한댄다.
12시가 지나 풍암저수지에 도착해 이비가 짬뽕을 먹는다.
한강에게 카드를 주고 계산하게 한다.
한강이가 성탄선물 없느냐고 한다.
뭘 갖고 싶은지 연락하라 하고 목욕하러 가는데 승훈이 아빠가
값을 주겠다고 한다.
승훈 아빠랑 걸어 차 있는 곳으로 돌아올까 하다가 한 말이 너무 많아
산으로 다시 오른다.
쉬지 않고 정상을 지나 출발점으로 돌아온다.
몸은 무겁고 발바닥이 아프다. 술값을 제대로 치른다.
옷도 제대로 안벗고 누워있는데 직장에서 전주에 다녀 온
바보는 벌떡주와 모주, 맥주 등을 가져왔다. 술을 외면하자 그가 나가
얼큰돼지국밥 등을 사 온다.
성탄절은 내게 무슨 의미가 있지?
김흥호 선생의 성서 이야기를 사 두기만 하고 아직 펼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