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중국력사학자가 쓴 책으로서는 그리 오래 되지 않은《中韓關係史》(蔣非非 등 6명, 社會科學文獻出版社, 1998)가 있다.
이 책은 그런대로 잘 쓰인 책이라고 평가받고 있고, 한글로 번역도 되어있다. 번역도 상당히 잘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오자도 있고, 빠진 부분도 몇몇 보이지만, 글을 읽고 리해하는데는 별로 지장이 없다. 그렇지만 군데군데 원문과 번역문을 반드시 확인하여야 할 부분도 나오기도 한다.
그런 문장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기본의 번역자나, 그 글을 지었던 저자의 지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볼 때는 상식적인 문제로서 지리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며, 그것이 력사에서 지리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전혀 파악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데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물론 한반도가 조선(=고려)이라면, 어떤 사료가 어떻게 해석이 되고, 그 주체적인 인간과 함께 행동하는 동물들이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를 생각을 다시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빠져 버리면 온통 허구의 소설에 지나지 않는다.
(1) “楊應誠曾任浙東路馬步軍都摠管, 他向趙構建議, ‘由高麗至女眞路甚徑, 請身使三韓, 結鷄林以圖迎二聖.’”[위의 책, p. 194.]
[양응성은 일찍이 절강동로 마보군 도총관을 역임했다. 그는 조구(남송의 고종: 1127-1162)에게 ‘고려를 거쳐서 녀진으로 가는 것이 가장 지름길이므로, 제(양응성)가 삼한에 사신으로 가서 계림과 동맹을 맺고 두 임금(휘종 조길: 1100-1125, 흠종 조환: 1125-1127)을 맞아오고자 합니다.’라고 건의하였다.]
여기서 사신으로 가겠다는 사람이 양응성이다. 이 양응성이 보직을 맡아서 근무하고 있는 곳이 중국대륙의 동부지역이 되는 절강성 동부이며, 마보군 도총관이다. 양자강 하류의 남부지역이다.
그가 바로 그곳에서 가고자 하는 길이 ‘고려를 거쳐서 녀진으로 가는 길이 지름길’이라고 했다. 이 고려를 한반도로 본다면 그것은 뱃길로 가야할 일이며, 뭍으로는 가려는 그런 말은 결코 아닌 것이다. 그렇게 한 것이 지름길이겠는가?
게다가 그 고려는 곧 “삼한(三韓)”임도 그 말에서 나타나있다. 그 “삼한”도 한반도라면 이 또한 어불성설이다.
(2) 宋朝又遣商人陳舒告諭高麗, 宋欲遣使隨夏國使臣入麗, 商議假道高麗代合事宜.[위의 책, p. 201.]
[송나라는 또 상인 진서를 보내어 고려에 보고하기를, ‘송이 사신을 하국에 딸려서 고려에 들어가 고려에 길을 빌려 금나라를 치겠다는 것을 상의하겠습니다.’는 것이었다.
이 내용은 송나라의 오돈례(吳敦禮)가 고려에 사신으로 1135년 6월부터 9월까지 간 적이 있다. 바로 그 뒤에 송나라 자체에서 론의가 있었던 것이 바로 (2)의 내용이다.
여기서 송은 남송을 말하며, 하국(夏國)이 어디에 있기에 그곳으로 가는 사신을 함께 딸려서 고려로 보내겠다는 말인가?!
바로 여기 나오는 하국이란 서하(西夏)이며 섬서성 서북쪽에 있는 지금의 녕하자치구로 현재의 력사는 설명하고 있다. 본디 하(夏)는 대하(大夏)이며, 월지국(月支國)이며 중앙아시아 천산산맥 서쪽에 있는 박트리아(Bactria) 지역이다. 이것을 동쪽으로 옮겨왔을 뿐이다.
그렇다면 그곳으로 사신이 가는데, 고려로도 보내겠다는 말이다. 만약 고려가 한반도에 있다는 것으로 본다면 이 또한 지리적으로 어불성설의 언급이 아닐 수 없다.
(1)에서 말하는 “女眞”은 그 부족이 세운 나라가 “金”나라이다. 송나라가 금나라의 공격을 받아 멸망하였으니, 그것이 “북송(北宋)”이며, 지금 사신을 보내어 두 임금[二聖]을 구해오겠다는 것은 바로 북송의 마지막 두 황제를 말하며, 그런 행위를 하겠다는 사람들은 양자강 하류 남쪽에 있는 남송(南宋) 사람들이다.
바로 이곳에서 서하(西夏)까지 가는 길목엔 “금”나라가 있었단 말인가? 아니다 바로 그곳에 “高麗”가 있었던 것이다.
이 력사서《中韓關係史》를 읽으면, 여느 책과는 달리, 이 <고대편>에서는 중국대륙의 나라들과 한반도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지만, 그 인용하고 설명한 글들은 결코 한반도가 조선(=고려)인 것으로 모두 설명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 저자들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고 인용하고 서술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회가 있으면 그 책을 한번 읽어보기를 바란다. 그것도 원문과 번역문을 비교해가면서…
분명 조선사의 서술은 중국대륙 자체가 아니고서는 어떤 력사 해석도 거짓일 뿐이라는 말밖에는 더는 할 말이 없다.
이렇게 되면 요즘 중국말로 “一廂情愿”(이샹칭유안: 일상정원)이란 말이 떠오른다. 이 말도 위에 소개한 책에 나오는 낱말이다. 주변의 여러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 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만약 내가 이런 말처럼 ‘내 생각만’ 하는 사람은 아닐까? 나는 반성하며 글을 쓴다.
첫댓글 고려,삼한,계림...모두 같은곳을 지칭하는가요^^
송은 고려의 제후국이자, 고려의 조정의 이름일 뿐이었습니다. 나라 송은 지방제후였고, 나라명 고려에서 송은 고려의 조정을 뜻하는 명사에 불과했다는 것입니다.
참 역사는 어렵고 어려운 행로입니다.
날조사는 참..... 같은 나라, 같은 지역을 가지고.... 지명과 이름의 장난이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