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락호 김용환
“파락호”라는 말은 양반 집 자손이 집안 재산을 몽땅 탕진하는 난봉꾼을 가리킵니다. 일제강점기, 경북 안동에는 천하의 파락호라 불린 인물이 있었습니다. 퇴계 이황의 제자 김성일 종가의 13대 종손, 김용환. 그는 도박판을 전전하며 집안 재산을 탕진했습니다. 종갓집과 전답 18만 평, 심지어 외동딸의 혼수 장롱값까지 노름에 써버렸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그를 “집안을 망하게 한 종손”이라 손가락질했지요. 그러나 진실은 달랐습니다. 사후에 밝혀진 사실은, 그가 흥청망청 써버린 돈이 모두 만주 독립군의 군자금으로 흘러갔다는 것입니다. 죽을 때까지 그는 망나니 행세를 하며 가족에게조차 진실을 숨겼습니다. 왜경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임종 무렵, 동지가 “이제 사실을 말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묻자, 그는 “선비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았습니다. 평생 아버지를 원망했던 외동딸은, 뒤늦게 밝혀진 진실과 함께 아버지가 건국훈장을 추서받던 날, “우리 아배 참봉 나으리”라는 글을 남기며 눈물로 존경을 고백했습니다. 김용환,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파락호. 그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 위대한 애국자였습니다.
첫댓글 오랜 세월 군자금을 보내느라 가족들과 주위에서의 비난과 질타를 참고 견디어낸 당신은 진정한 애국자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