點字가 출렁~ 보이지 않아도 IT 누린다
시각장애인용 스마트워치 개발… 스타트업 '닷' 김주윤 대표
"정말 제가 이 시계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는 거죠? 대체 언제 출시되나요?"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밀라노 한 공연장 대기실에서 세계적인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감미로운 목소리를 지녔지만, 앞을 못 보는 그는 '시각장애인용 스마트워치'를 만지작거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이 스마트워치는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결해 메시지·이메일 등을 시계에 장착된 점자판으로 읽게 해준다. 지금까지 시각장애인 대부분은 스마트폰·태블릿PC 같은 IT 기기 사용에 한계가 있었다.
시각장애인용 스마트워치를 만든 김주윤 닷 대표는“점자를 읽을 수 있는 기기를 구입하는 데 드는 부담 등으로 시각장애인 문맹률은 90%가 넘는다”며“시각장애인도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IT 기기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창업에 빠져 살다 어느날 회의감
누군가에게 도움주는 일 하기로
6월 출시 앞두고 전 세계가 기대
이 제품을 고안한 이는 젊은 한국인 창업가 김주윤(26) 닷(dot) 대표다. 그는 시각장애인용 스마트워치로 지난해 4월 미국에서 열린 GSEA(Global Student Entrepreneur Award)에서 혁신상을 받는 등 국내외 각종 창업 경진대회를 휩쓸었다. "시각장애인용 IT 기기 개발 시도는 많았지만 상용화는 드물었어요. 시각장애인이 소수이기 때문이다. 돈이 안 된다고 생각한 거예요." 김 대표는 "IT를 통해 세계는 하나가 돼 가는데 시각장애인은 소외되고 있다"며 "전 세계 시각장애인 2억8500만명도 디지털 시대를 누리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2010년 미국 시애틀 워싱턴대로 유학을 떠나 역사학과 창업을 전공했다. 4년간의 유학 기간에 1년 반을 휴학하고 창업에만 매달렸다. 유학생 신분으로 창업을 하는 건 불법이라 사업을 접기도 했고 실패도 맛봤다. 물건을 실어다주는 트럭 서비스 '왜건(wagon)', 유학 컨설팅 서비스 '멘토라(mentora)' 등으로 여러 경진대회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던 김 대표는 모든 걸 중단했다. 회의(懷疑)가 들었기 때문이다. "어머니께서 암 진단을 받으셨다기에, 인터넷으로 명의(名醫)를 검색해 알려드리고 전화를 끊었죠. 이상했어요. 놀라고 슬퍼야 하는데 무덤덤한 거예요. 오랜 고뇌 끝에 알게 됐죠.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고 싶은지 모른 채 달려와 공허해졌다는 걸. 그때 다짐했어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선한 일을 하기로요." 그러던 중 김 대표는 몸집만 한 점자(點字) 성경을 읽고 있는 시각장애인을 보게 됐다. 점자를 읽을 수 있는 태블릿PC는 세상에 없었다. 그는 "컴퓨터 속 글을 점자로 바꿔주는 '점자 디스플레이'가 있지만, 3㎏으로 무겁고 300만~1500만원이라 가격 부담도 컸다"고 했다.
시각장애인용 스마트워치 닷. 블루투스를 통해 IT 기기의 콘텐츠가 전달되면, 점자판의 동그란 요철들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점자를 만들어 메시지를 전한다. /dot 제공
김 대표는 학교를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와 창업할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음향 엔지니어 출신인 아버지와 그 동료들의 도움으로 개발에 들어갔다. 1000여명에 가까운 시각장애인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시계 가격은 290달러(약 30만원). 무게는 230g이 채 안 된다. 김 대표는 "기존 점자 디스플레이의 10분의 1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는 게 목표였다"고 했다. 이 제품은 올해 6월 우리나라와 북미 지역에 출시될 예정이다. 현재는 정부 지원으로 KAIST 연구팀과 함께 시각장애인용 태블릿PC도 개발 중이다.
시각장애인용 스마트워치가 출시된다는 소식이 영국의 BBC, 미국의 타임(Time) 등을 통해 전해지자 전 세계에서 이메일과 전화가 날아들었다. '이 시계는 내 동생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 '이제 우리 딸도 다른 아이처럼 문자를 읽을 수 있겠다' 등 눈물 없인 읽을 수 없는 이야기가 많았다. "시각장애는 93%가 후천적이라고 해요.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재앙을 경험한 사람들이죠. 그들도 우리와 자유롭게 소통할 길을 열어주고 싶어요.".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이다.
첫댓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너무 감동적이라 가슴이 뭉클. 눈물이 주루룩. 첫댓글 올리려고 달려왔습니다. 도계님.
산골엔 택배가 집에 가져다 주지 않아서 8km차편으로 가면서 이 글을 읽고는 이렇게 아름다운 글 올려주신 분께 첫댓글을 쓰고 싶었지만 폰에서는 타자가 늦어서 서둘러 집까지 왔습니다.ㅎ
돈이 되지 않으면 대기업들도 외면하는 일에 뛰어든 김주윤대표의 가상한 기사에 한국의 미래를 기대하게 되네요. 가뭄으로 우울하던차에 산골에도 눈이 펑펑 내리고, 아름다운 소식 접하고.
설날도 다가와서 가족들도 만날 것이고, 넘 기쁘고 행복하네요. 아름다운 소식 올려주신 도계님도 행복한 1월의 주말을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