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한 자리에서 산 게 무슨 죄냐?”
“세금 폭탄으로 거주·이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냐.”
“세금 올려봐야 다주택자는 눈도 깜짝 안 한다. 결국 죽는 건 중산층이다.”
강남에 집 가진 사람에게 퇴로가 없다는 지적에 정부가 “싼 곳으로 이사 가면 된다”고 한 보도가 나가자 쏟아진 네티즌의 댓글이다.
올해 부동산 세금 폭탄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보도가 나가자 15일 정부가 서둘러 해명성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현재의 세제를 손댈 생각이 전혀 없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만 확인해 납세자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퇴로’ 있나=권 부총리는 이날 종합부동산세 폭탄을 맞은 사람에겐 ‘퇴로가 없다’는 지적에 미리 준비한 자료를 보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강남의 32평, 50평짜리 아파트를 예로 들었다.
강남 아파트를 팔아서 분당으로 이사 가면 평수를 넓히고도 많은 현금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남권과 분당권의 같은 평형 아파트 시세는 1억~2억 원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논리는 국민의 생활권을 무시한 행정 편의주의 발상에서 나온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반포동 주공 아파트 주민 A씨는 “아들 교육 때문에 3년 전에 이사 왔는데 종부세 낼 형편이 안 되면 이사가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권 부총리가 이날 든 사례도 15년 이상 한 집에 살아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받는 경우를 전제로 했으나 이런 가구가 많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강남구 대치2동 사무소 관계자는 “은마아파트만 봐도 10년 이상 한 집에만 산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서민 부담 없나=정부는 종부세 과세대상자는 집이 있는 가구수의 3.9%밖에 안 되기 때문에 서민 부담은 없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집값이 6억원 이하여서 재산세만 내는 사람은 ^공시가격 3억원 이하는 전년대비 5%, 3억원 초과 6억원 이하는 10%로 상승률이 제한돼 있어 보유세 부담이 별로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방은 수도권에서 거둔 종부세를 배정받아 교육·복지에 쓸 수 있기 때문에 지방 서민은 늘어나는 세금보다 혜택을 더 많이 본다는 게 정부 논리다. 그러나 시장의 시각은 다르다.
대다수 다주택자가 내년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집을 팔지 않고 버티면서 전·월세에 종부세를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집 없는 서민의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는 얘기다.
용산구 B공인 관계자는 “2005년 8·31 대책이 나왔을 때도 다주택자들이 종부세 인상분만큼 전·월세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세금 부담 아직도 적다(?)”=종부세가 늘어도 국내 주택관련 세금 부담은 여전히 선진국보다 적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주택분 보유세는 다 합쳐봐야 10억 원짜리 집의 경우 집값의 0.4%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주요도시 1.5~1.6%나 일본 1%보다 훨씬 낮다는 얘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선진국과 집의 개념이 다른 국내에 실효세율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착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경우 집은 여러 가지 자산의 하나에 불과하다.
게다가 소득과 비교한 집값도 우리보다 낮다. 그러나 한국에선 집이 전 재산인 가구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소득에 비해 집값도 비싸다. 따라서 이런 차이를 무시하고 집값 대비 세금 비율만 비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소득 대비 주택관련 세금의 비율을 비교하는 게 합리적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