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22일 오후 8시 10분
잠시 후 뭔가 접착된 것이 떼어지는 듯 한 소리가 좌악 하고 들리면서 다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이거, 녹음기 아냐?”
‘젠장! 알아버린 건가?’
박영민의 말 한마디가 나를 얼어붙게 만들어 버렸다. 바로 정지 버튼을 눌러버렸다. 과연 그 다음은 어떻게 죽이는 것인가가 문제가 아니었다. 녹음기를 설치한 것이 들킨 것이다. 분명 그들은 내가 그 녹음기를 가지고 왔으니, 내가 가지고 교실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나는 심호흡을 길게 내쉬고 다시 한 번 대화를 들어 보기로 했다.
“이거, 녹음기야. 누군가 도청하고 있다는 거다.”
“뭐?”
“그럼, 우리 얘기를?”
“그래. 이건 우리 둘만 알아두는 것이 좋겠어.”
“아무래도 뭔가가 있는 것 같아.”
“그냥 가만히 있어보자.”
“왜?”
“훗, 기다려봐.”
“누가 가져가는지 있다 숨었다가 덮치는 거야. 수업 다 끝나고.”
“그럴까.”
“있다가 숨어있자.”
“아니, 잠깐.”
“왜?”
“일단 지켜보기만 하자. 덮치거나 하지는 말고.”
얼마 안 있더니 여기서 테이프가 묵음이 들려왔다. 아무래도 박영민이 정지 버튼을 눌러 버린 것 같았다.
‘쳇, 들켜 버렸군.’
나는 한숨을 내뱉었다. 무엇보다 확실한건, 그 계획을 들켰으며, 그 다음은 어떻게 나올지는 전혀 알 방법이 없으나, 그건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고 오늘의 계획을 일단 접기로 했다.
2004년 9월 23일 오전 12시 40분
“와 있었냐.”
뒤에서부터 따라붙는 눈 따가운 시선과 함께 나는 벤치에 가자마자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도 굳은 말투로 대답했다.
“응.”
“자세한 이야기를 하자.”
“어떻게?”
“대충, 내가 생각해본 건데, 아무래도 우리의 계획이 어느 정도 들켜버린 것 같다.”
“뭐라고?!”
내 말에 그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녹음된 것을 들켰어. 지금 나는 그러니까.......감시를 받기 때문에 그놈들이 날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거지. 그놈들은 나를 어디선가 주시하고 있다는 거다. 내 뒤에 그 녀석들이 지켜보고 있을 거다. 내가 몸으로 가려서 니 얼굴은 잘 안보일거야.”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녀는 고개를 살짝 틀어 그 녀석들을 찾으려고 했다.
“보지 마!!!”
“눈치 안깠지?”
“아직은.”
“어떻게 할거야? 일단?”
“어떻게?”
“그러니까 이번 건은 니 몫이야.”
“그 녀석들, 특히 박영민은 나를 그날 잡아두려고 할거야. 그러니까.......너 혼자 해야 해.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뭔데?”
“그러니까, 안동현의 오토바이의 와이어를 끊어 버리는 거다.”
“어떻게?”
“있다 학교 끝나고 보자. 그때는 나를 잡아두려고 하지는 않을 거니까.”
“빨리 말해.”
“일단, 계획은 이래. 니가 안동현이 없는 사이에, 줄 톱으로 브레이크 와이어를 끊어 버리는 거다.”
“줄 톱?”
“조금만 남기고 브레이크 와이어를 끊어버리면 나중에 가면서 중간에 끊어지겠지. 그게 도로변이어봐. 어때? 죽기 아니면.......”
“식물인간.”
갑자기 그녀는 내 말을 끊고 말을 내뱉었다. 그 대답이 그리 나쁜 대답은 아니어서 나도 별로 반감을 갖지 않았다.
“그러면, 나머지 얘기는 나중에 하자. 내일 방과 후 저녁에 연락하지. 어때?”
“좋아.”
“잘 해야 돼.”
“알았어.”
2004년 9월 24일 오후 9시
오늘 하루는 나는 엄청난 시선들에 시달려야 했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왠지 가는 곳마다 누군가가 나를 따라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덕분에 나는 어딜 제대로 가지도 못했다. 그런 생각들은 뒤로 종이 접듯 접고, 오늘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보기로 했다. 잠시 후 통화 연결음이 울리더니, 여보세요 라는 말과 함께 연결되었다.
“여보세요?”
“아, 나야.”
“흠. 그래?”
“일단 그 얘기를 하려고 전화한건데.......”
“어디서 만날래?”
“흠.......1번가 입구 어때?”
“좋아.”
“그럼, 빨리 만나지. 뭐 옷에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뭐, 상관없겠지. 나도 오늘은 그냥 어디 나가기 귀찮아서.”
“그럼 빨리 얘기만 하고 끝내지.”
2004년 9월 24일 오후 9시 20분
나는 전화를 끊고 옷을 트랙탑으로 갈아입은 뒤, 바로 1번가로 달려 나왔다. 우리 집은 1번가에서 거리가 얼마 걸리지 않기 때문에, 걸어와도 1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아, 물론 줄톱도 가지고 나왔다. 목장갑과.
“왔냐?”
내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먼저 와서 나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그녀도 집이 1번가와 그리 멀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아, 그래. 일찍 왔어.”
“우리 집이랑 걸어서 15분 정도라서.”
“가까워.”
“하여튼, 이거 받어.”
나는 줄톱을 그녀에게 건네어 주었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목장갑도 함께 주었다.
“그걸로, 뭘 어떻게 하라고?”
“브레이크 와이어를 끊는 거야. 어디 있는지는 알지?”
“알아.”
“와이어가 5개가 꼬아져 있어. 잘 미리 피복을 벗겨낸 다음에 3가닥에서 4.5가닥 정도 그러니까 4.5가닥은 4가닥은 완전히 자르고 남은 1가닥은 한 반만 잘라둬.”
“알았어.”
“그렇게 하면, 브레이크를 잡다가 한두 번은 괜찮은데 10번 정도 넘어가면 와이어가 못 견뎌 끊어지고 끊어진 와이어가 바퀴사이로 들어가지.”
“그렇게 되네.......”
“그럼 바퀴회전 때문에 와이어가 당겨지고 핸들이 바퀴 쪽으로 휘게 돼. 그러면 차에다가 그대로 꼴아박는 꼴이지.”
“그렇게 되면 죽거나, 아니면.......”
“식물인간.”
“그렇지.”
그녀는 나의 말을 또 줄톱으로 와이어 자르듯, 같은 식으로 잘라댔다. 식물인간이란 말을 하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뭔가 타이밍이 안 맞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하여튼 반복되는 느낌이 좋지만은 않았다.
“그럼, 되는 거야?”
“응.”
“너만, 믿는다. 니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잡히고 안 잡히는 것이 달려 있다. 기왕 복수할거면 확실하게 해야지. 안 그래?”
“알았으니까. 내일 확실하게 하지.”
“뭐, 대충 그 자식들 코스는 내일 알게 되겠지. 그 전에 끊어 놔야 돼. 알았어?”
“알았어.”
“자세한건 내일 문자로 이야기하지.”
“그럼, 내일 보자.”
※ 이번에 PSP게임인 알바지옥 2000이라는 게임을 구입했습니다. 되게 재미있어요.
어제, 대학교 반 단합대회를 한다고 자기소개를 어쩌다 랩으로 해버렸더니,
뭐, 반응이 나쁘지 않더군요. 그날 과음을 해서 좀 피해도 많이 봤지만....
첫댓글 게임 사서 하세요? 전 스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퍽-)// 흐흐 드디어 죽는 군요! 담편기대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