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전 튜더 왕조 시절 영국 남성은 셔츠 전체를 덮는 재킷을 입었다. 일을 하지 않아 셔츠를 쉽게 깨끗한 상태로 관리할 수 있었던 신사들은 깃과 소맷부리를 술로 장식하기 시작했고, 재단사에게 재킷에 긴 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들이 입은 흰 셔츠가 얼마나 눈부신지 타인이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셔츠가 더러워지기 쉬운 농부나 노동자와 자신을 분리할 수도 있었다. 블루칼라라는 말이 생긴 이유는 때와 기름 자국을 효과적으로 숨기기 위해 파란색 셔츠를 입어서였다. 말하자면 흰 셔츠는 남성에게 공작새의 '긴 꼬리' 역할을 한 셈이다. 긴 꼬리를 무기로 수컷들이 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점하는 행동의 사례는 역사 속에서도 숱하게 많다. 고대 로마인은 모자이크와 도자기를 사랑했다. 페르시아인은 정원을 사랑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도자기, 비단, 병풍에 집착했다. 21세기로 와도 슈프림 티셔츠에 수십만 원을 지불하고, 롤렉스 시계에 수천만 원을 쓴다. 인간은 실로 화려한 물건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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