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썰, 쥐어박고 싶은 놈들
이 봄날, 그물망으로 담장 친 남의 밭에 몰래 들어와 냉이 캐가는 놈들, 쥐어박고 싶은 놈들이다.
냉이만 캐간 놈은 그나마 낫다.
싹이 막 나는 쪽파 밭을 마구 밟으면서 냉이 캐간 놈이나, 피던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버려두고 냉이 캐간 놈은, 더 쥐어박고 싶은 놈들이다.
전철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중의 장소에서 큰소리로 전화를 거는 놈도 그렇고, 한쪽 다리를 꼬아 올려 옆 사람 불편하게 하는 놈도 그렇고, 택시를 타고 어디 가자고 목적지를 알리는데도 아무 답이 없는 운전자도 그렇고, 쥐꼬리만 한 권력을 가졌다고 사람 깔보는 놈도 그렇고, 돈 안 쓰면서 돈 많다고 자랑하는 놈도 그렇고, 빌려간 돈 아예 갚을 생각 안 하는 놈도 그렇고, 목욕탕에 들어오자마자 샤워하지 않고 곧바로 탕으로 들어오는 놈도 그렇고, 첫 밥 조금 담아주고는 공기밥값 챙기는 밥집 주인도 그렇고, 냉면사리 값 더럽게 비싸게 받는 냉면집 주인도 그렇고, 나이도 어린놈이 저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 가르치려고 덤벼드는 놈도 그렇고, 직원들을 위해 쓰라고 받은 판공비로 저 가족 외식비로 쓴 놈도 그렇고, 대통령 선거할 때 조근조근 설득할 생각은 아예 하지 않고 마누라를 우격다짐으로 저 좋아하는 후보 찍게 하는 남편도 그렇고,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하면서 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놈도 그렇고, 엉덩이를 옆 사람 쪽으로 쓱 들어 소리 없는 방귀 뀌는 놈도 그렇고, 여럿이 밥 먹으러 가자고 몰려가는데 그 사람들 기다리게 해놓고 화장실 볼일 보러 가는 놈도 그렇고, 돈 번 사람으로부터 돈 어찌 벌었는지 배울 생각은 안 하고 그 사람 번 돈 빼앗아 먹을 생각만 하는 놈도 그렇고, 공돈 주겠다는 놈을 졸졸 따라 다니는 놈도 그렇고, 고급 대형차를 타고 끼어들기 하는 놈도 그렇고, 노래방에서 남이 노래 부를 때 뒤늦게 끼어들어 더 크게 노래 부르는 놈도 그렇고, 남 논문 베껴서 학위 받은 놈이 같은 방법으로 학위 받은 놈 탓하는 놈도 그렇고, 부하가 세운 공을 가로채서 자기가 상을 받는 높은 놈도 그렇고, ‘말아톤’이라는 말은 틀린 말이고 ‘마라송’이라고 해야 한다고 굳이 남 틀린 것 고쳐주려고 하는 놈도 그렇고, 그 거리가 42.159km라고 뭐 좀 많이 아는 척하는 놈도 그렇고, 남 잘한 짓 칭찬할 줄 모르는 놈도 그렇고, 감사하다는 말을 굳이 입술에 바르지 않고 마음으로만 감사해도 충분하다고 끝까지 버티는 놈도 그렇다.
그 모두가 내 인생경험 속에 있는 놈들이다.
그렇듯, 쥐어박고 싶은 사람들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2022년 3월 25일 금요일인 바로 엊그제의 일이다.
내 고향땅 문경의 우리들 텃밭 ‘햇비농원’의 봄 농사를 좀 지으려, 이날 오후에 아내와 함께 길을 나섰다.
차를 몰아 경부고속도로에 영동고속도로를 거쳐, 여주쯤에서 중부내륙도로 하행선으로 들어섰을 때가 오후 2시쯤이었다.
화장실 볼일을 좀 볼 생각에서, 곧 나타난 졸음쉼터에서 차를 주차시켜놓고 볼일을 다 봤다.
그리고 막 출발할 참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빠아앙!
귀를 찢는 경적소리가 길 건너에서 있었다.
대형 화물차의 경적소리가 분명했다.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곧이어 그렇게 여덟 번의 충격음이 있었다.
소리 나는 쪽으로 시선을 옮겨갔다.
역시 짐작한대로 사고였다.
중앙분리대 너머 1차선에 SUV 또는 승용차 아홉 대가 정차해있었고, 그 모두가 크고 작은 파손을 입고 있었다.
잠시 뒤에 그 아홉 대의 차에서 운전자들이 내리고 있었고, 그들 모두 핸드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전복된 차는 한 대도 없었다.
외견상으로 큰 부상자도 없어보였다.
상황을 정리해보건대, 대형화물차가 승용차와 추월경쟁을 하면서 경적을 울린 것 같고, 고막을 찢을 정도로 큰 그 경적소리에 놀란 운전자가 급정거를 하면서,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채 그 뒤를 따르던 여덟 대의 승용차가 연쇄추돌을 한 것 같았다.
경적소리가 몰고 온 황당한 교통사고 현장이었다.
그러나 사고 원인을 맨 처음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대형화물차는 이미 까마득히 멀어져간 뒤였다.
그 운전자, 그 놈 또한 쥐어박고 싶은 놈이었다.
그나저나, 나 또한 그렇게 쥐어 박힐 수 있는 놈일 수도 있겠다 싶다.
신새벽 시간인 오전 5시를 막 넘어서고 있는 지금 이 시각에, 주위 곤한 잠 깨우면서 이런 글을 게시하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