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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학수 실장 김 변호사에게 ‘문자’ 6번 보내 | ||||||||||||||||||||||||||||||||||||
전 삼성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찾아가자 삼성이 뒤집어졌다. 이학수 실장은 얼마나 다급했던지 6번이나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심지어 한밤중에 그의 전처 집에 찾아가 대문을 두드렸다. 김 변호사는 돈 때문이 아니라, 삼성의 터무니없는 과욕과 온갖 부조리를 막기 위해 양심선언을 했다고 고백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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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삼성에서 나왔나?
김 변호사는 “내가 사제단에 몸을 의탁하지 않았거나, 눈에 띄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삼성이 벌써 강수를 썼을 것이다. 삼성에는 이런 일을 처리하는 팀이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비자금 관리하던 사람이 돈 사고를 쳤을 때는 삼성 측이 사립 탐정을 붙이기도 했다. 기자는 이 인물의 신원을 확인했다. 정신이 불안하다는 삼성의 말에 김 변호사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 물타기 하는 것은 삼성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살인에 이용된 피 묻은 칼을 찾아줬더니 인간성이 안 좋고, 정신이 불안하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검찰과 ‘서정’에서 김 변호사와 함께 근무한 권성동 변호사는 “용철이 형이 자존심이 강해서 그렇지 꽉 막힌 사람도 아니고, 정신이 이상한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심선언은 돈 때문인가? 삼성은 김 변호사에게 7년 동안 연봉과 스톡옵션으로 102억원을 지불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한때 1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다. 2002년 김 변호사의 아들이 결혼했다. 법무팀장 시절이었다. 당시 축의금으로 이건희 회장은 100만원, 이재용 전무는 100만원, 이학수 실장은 500만원을 냈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은 계열사 사장 경조사에 보통 30만원을 보낸다고 하니 김 변호사가 좋은 대우를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이 회장은 국무위원 경조사에는 1000만원을 낸다고 한다. 김 변호사의 고백이 돈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10월18일 김 변호사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함세웅 신부를 찾아가자, 삼성이 발칵 뒤집혔다. 밤에 삼성맨으로 ‘암약’하는 공무원들도 적극 나섰다. 청와대·검찰청·국정원 직원들이 전방위로 뛰었다. 삼성 임원들도 직접 나섰다. 10월19일 오후 5시 이종진 전략기획실 상무가 양평에 있는 김 변호사의 컨테이너에 직접 찾아왔다. 이 상무는 “형님 뵈러 양평집 앞에 와 있습니다. 오랜만에 용안이라도 뵐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돈이 목표라면 김 변호사가 의사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이학수 실장·김인주 사장과의 담판을 마다했을 리 없다. 폭로 직전에는 협상력이 가장 크지만, 일단 폭로하면 ‘딜’하기가 어렵다. 카드를 보여주고 도박을 하는 사람은 없다. 사실 이때까지 사제단은 김 변호사를 신뢰하지 않았다. 함세웅 신부는 “사제의 처지에서는 삼성으로부터 좋은 제안을 받아 김 변호사와 가정이 행복해진다면 나무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에서 (내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면 돈을 주겠다고 했고, 로펌을 차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퇴직 후 한 번도 삼성 사람을 만난 적이 없고, 바란 것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른바 ‘고문료’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김 변호사에게 퇴직 후에도 3년 동안 예우 차원에서 7억2000만원을 지급했다고 한다. 지난 9월 김 변호사의 예우 기간이 만료되자, 돈을 달라는 취지에서 회사를 협박하고 있다는 것이 삼성 측 주장이다. 상당수 언론에 이 내용이 실렸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삼성이 고문 기간을 연장하자고 제의했지만 뿌리쳤다”라고 말했다. 양심선언을 결심한 것에 대해 김 변호사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권력 시스템을 영구히 가져가기 위해 삼성은 터무니없는 과욕을 부리고 있다. 삼성의 온갖 부조리와 그것이 국가 사회 시스템을 오염시키는 것을 이제는 막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왜 전 부인이 편지를 보냈나? 김 변호사 문제가 불거지기 직전 삼성 간부들은 편지 한 통을 들고 언론사를 돌았다. 김 변호사 전 부인 양 아무개씨(50)가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 삼성 임원과 검찰 간부에게 보낸 편지였다. 이 편지에는 ‘성실하게 살고자 했던 남편이 삼성에 들어가 망가졌다’라는 요지의 원망이 거친 표현과 함께 담겨 있었다. 삼성 측은 김 변호사 부부가 삼성을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편지를 보여주고 다시 수거해갔다.
양씨의 말이다. “김 변호사는 심지가 굳지 못한 사람이다. 이 점을 이용해 삼성에서 사람을 괴롭히고 망가뜨렸다. 1999년부터 김 변호사의 상관인 아무개 부사장이 내게 전화해 나를 관리하고, 감시하고, 농락했다. 내가 전화하지 않으면 그 부사장은 김 변호사를 골탕 먹이고 노골적으로 망신을 줬다. 나를 빌미로 김 변호사를 관리한 것이다. 너무 힘들어 죽을 것 같아 미국으로 도망가기도 했다. 그런데 그 부사장이 미국까지 전화해 나를 괴롭혔다. 결국 이혼하게 된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런 일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 9월 양씨가 편지를 보내고 나서야 부사장이 자신의 처를 관리했음을 감지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아내가 왜 나와 살기 싫다고 했는지 전혀 몰랐다. 왜 양심상 못 살겠다고 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삼성 전략기획실은 그 부사장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삼성 홍보팀 관계자는 “양씨가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엿 먹으라는 식으로 편지를 쓴 것이다. 아무개 부사장은 김 변호사 부부의 가정불화를 풀어주려 중재자 역할을 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와 양씨는 스무 살에 미팅으로 처음 만났다. 스물두 살 되던 해인 1979년 봄에 약혼하고, 가을에 결혼했다. 2005년 8월 김 변호사는 부인과 이혼했다. 2006년 2월 재결합했으나, 2007년 1월 다시 이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