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쯤에나 카페에 들어올 줄 알았는데 염치없이 오늘 이렇게 나타났네.
내가 생각해도 참 어이가 없구먼... 그 이유는 계속 읽어보면 알게되네.
어제 계획대로 자전거 일주를 위하여 우선 아내한테 부탁 받았던 이부자리 세탁을 밤 늦게까지하고 여행에 필요한 물품들을 찾아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지.
아침 일찍 일어나 우선 일기변화가 어떻게 될지 인터넷에서 확인해 본 결과 오전까지만 흐리고 오후부터는 개이며 그 뒤로부터는 좋은 날씨가 이어진다고 하여 안심하고 출발하게 되었다.
자전거에 우선 텥트와 은박돗자리, 그리고 비옷등을 챙기고 등에 메는 배낭에는 항공이불 2개, 속옷 한벌씩, 그리고 걷옷, 수건 등도 준비했다. 자전거의 양쪽 짐칸에는 버너, 코펠, 식수, 라면3개, 반찬, 그리고 내 개인 손가방(손가방 속에는 매일 먹는 약에서부터 치약, 칫솔, 면도기, 칼, 라이터, 라디오, 충전기 등 자질수레한 필수품이 들어있다.
다 챙기고 자전거에 실으니 이건 생각보다 엄청난다. 자취방 옮기는 이사꾼 같다. 속으로 걱정이 생긴다. 짐차도 아닌 자전거에 이 많은 물건을 싣고 그것도 하루도 아닌 4일 동안을 돌아다닐 수 있을까?
여기저기 떠벌려 놨으니 이제 포기할 수도 없고... 에라! 맘 먹었으니 어떻게되든 출발하자...
먼저 주차장에서 시험삼아 타고 돌아봤다. 생각보다 이동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날씨는 짙은 구름이 낮게 깔려 금방이라도 비가 올것 같았으나 예보에 점차 맑아진다고 했으니... 그런데 바람은 생각보다 강했지만 바다가 가까운 곳이라 그렇지만 점차 잠잠해 지겠지...
자!! 출발이다. 정각 9시에 빌라를 출발하여 종천길을 나서 애조로로 애월방향으로 갔다. 왕복 4차선 도로인 애조로는 갓길로 널직한 자전거 도로가 있어 전혀 위험하지 않았다. 안전 문제인데 내가 다닌 도로는 갓길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어서 자전거 타고 다니는데 위험하지 않았다. 특히 해안도로는 옆에 자전거도로가 따로 만들어져 있고 [환상의 자전거도로]라는 팻말과 거리까지 잘 표시되어 있어 자전거 여행하기가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길은 아스팔트가 아주 잘 깔려 자전거 타기에는 아주 좋았다. 간간히 햇빛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어 내 마음을 더 부풀게 했다.
조금만 오르막 길이면 편하게 내려 걷고 평길이나 내리막길은 자전거로 신나게 달렸다. 입에서 절로 회파람이 나왔다.
처음 계획에는 이호동에 있는 이호테우해변을 거쳐 갈려고 했으나 시내를 통과하는 것이 조금 어려울 것 같아 곧바로 애월쪽으로 갔다.
어느정도 가니까 오른쪽으로 푸른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구름도 거의 걷치는 것 같고 바람은 아직도 세지만 얼굴에 닿는 느낌이 시원했다.
우선 방향을 하귀-애월해변도로로 잡았다. 작년 11월 동창들이 왔을 때 먼저 가본 그 길이다. 한참만에 구암해녀마을에 도착했다. 재봉이가 친구들을 위해 문어와 소라 해삼을 제공했던 그 집앞에서 인증샷을 하고 다시 출발... 가만히 보니 주변에 여행객들이 굉장히 많았다. 아! 그러고 보니 하절기 피서철이지...
시간을 보니 11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12시경까지 애월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어야지...
애월읍에 도착하니 12시20분. 애월중학교 옆 분식집에 들려 냉면으로 점심 때우고...
1시경에 다시 출발... 곽지과물해수욕장에 잠시 들르고 해변도로를 달렸다. 중간에 휴식터에서 익산에서 온 여행객들을 만나 잠시 담소하고 점점 좋아지는 날씨와 함께 푸르게 빛나는 바다를 보면서 계속 걷다가 타고 타고가다가 걷고... 바람은 점점 더 세어져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
오늘의 목적지인 협재해수욕장에 도착한 시간은 4시 20분경... 생각보다 빨리 온 것 같다. 해수욕장에 들려 사진 몇장 찍고 야영장을 찾아 갔다. 야영장은 해수욕장 옆 솔밭에 있었는데 먼저 온 야영객들이 몇 채 있었다.
우선 바닥이 평평하고 잔 풀로 덮여있는 곳, 가로등이 가까운 곳, 취사장도 가까운 곳, 화장실이나 사워장도 멀지 않은 곳을 생각하여 적당한 곳을 선택하여 텐트를 쳤다. 텐트야 1인용이니 금방 칠 수 있었고 혹시 비가 내리면 빗물을 막을 수 있는 비닐에 차양막까지 덮어 치고 안에 은막 돗자리를 깔았더니 안옥한 자그마한 방이 생겼다.
5시도 못되었으니 저녁은 멀었고 우선 소주 한잔 하기로하고 맥주와 소주 안주 그리고 라면과 같이 먹을 햇반을 샀다.
혼자지만 한잔 마시는 맥소(맥주와 소주)의 맛이란... 그리고 백사장에 나가 젊음을 만끽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으로 나는 만족해야했다.
잠시 구경하고 들어와 저녁 식사를 준비해서 먹고 커피까지 한잔했더니 잠이 소르르... 그런데 한참 후에 탁탁 소리에 눈을 뜨게 되었다. 방충망 밖으로 하늘로 올라가는 불꽃이 보였다. 한참 구경하다 그대로 잠에 빠졌는데.. 간간히 센 바람소리에 선잠에서 깨다자다...그리고 새벽 6시쯤 눈을 떳다.
그런데 날씨가 생각보다 나쁘다. 빗방울도 떨어진다. 여러가지가 걱정이 되었다.
계속 라디오는 들었는데 지금 내려오는 태풍 할롤라가 우리나라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그 영향으로 오늘부터 내일 사이에 제주도에도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다. 만약 비가 온다면 내 소형텐트는 방수도 안되니 어려움이 커진다.
어쩧던 아침을 챙겨 먹고 비가 더 굵어지기 전에 텐트를 걷고 짐을 챙기기로 했다.
몇가지 먹어서 없애고 쓸모없는 기구 한가지를 버렸더니 짐을 어제보다 훨씬 간편해서 자전거에 싣기도 편했다.
마음 크게 먹고 진행하자라고 결심하고 출발! 그때 시간은 9시반... 계획대로 대정까지 가서 점심 먹고 화순해수욕장에서 오늘은 야영하기로...
약간 빗방울은 떨어지지만 괜찮겠지... 금능해수욕장을 지나 월령선인장자생지 해변길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이때부터 빗방울이 굵어져서 도저히 그냥 다닐 수가 없다. 준비한 비옷을 꺼내 입었다.
이때 아내하고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이곳 현재 상태의 일기를 그대로 말했더니 일기가 안 좋으면 이번에는 포기하고 다음에 다시 도전해 보라고... 다음에는 같이 다녀보자고하면서 포기를 권하는 것이다.
이대로 화순해수욕장 야영장에 가서 야영을 못하게되면 되돌아오기도 어렵게 된다. 돌아설까 계속 진행할까 망설이게 되었다. 그런데 비구름은 더 검어지고 바람도 더 세어지고 빗방울은 더 굵어지고... 결국 돌아서게 되었다.
돌아서는 발걸음은 허망한 마음으로 아마 남이 보았다면 힘이 없는 모습으로 보였을 거다.
돌아오는 길에도 계속 비가 내려 잘 돌아섰구나하고 오기는 했는데...
갈때 구경한 길이라 편한 마음으로 느긋이 집을 향했다.
한림쯤 왔을때부터 비는 그치고 바람만 조금 세게 불었다.
한림읍에 잡채밥으로 점심을 먹고 비양도나 들어가볼까하는 생각을 했는데 시간이 맞지 않다. 비양도는 9시, 12시, 15시 3번 배가 다니고 편도 3,000원에 15분쯤이면 건너 간단다. 며칠후 친구가 오면 그때 같이 가 볼 계획이다.
제주를 향해 거의 걷다시피하고(힘들어서...) 오는데 제주에 가까워질수록 햇빛이 쨍쨍 비추는 거다.
이렇게 날씨가 개일 줄 알았으면 그대로 진행하는 건데... 후회막심이다. 오늘 포기하면 언제 이런식의 여행을 또 해볼 기회가 있을가싶지 않은데...
하지만 내일은 시외버스로 모슬포로 가서 올레길11코스를 돌아볼 계획이다.
첫댓글 잠이 오지않아 일어나 책도보고 우리동성13회 정원에도 들렀는데 연흥친구의 기행문이 구구절절 하구먼 ! 물론 계획했던 일정을 다 소화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하지만 아쉬움도 어쩜 더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될수도 있겠지....그래도 쉽지 않은 일에 도전했다는 데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 사고 싶네ᆞ 수고했네. 어? 2 시네 오늘은 부부동반 모임에서 1박2일 일정으로 비무장지대 근처인 경기도 연천으로...
반갑지 않은 태풍 " 할롤라 " 가 어찌나 원망 스런지 ? ~~ 그래도 1박을 했다는건 다행~~ 이렇게 무사히 귀가해서 다음기회와 또 내일 모슬포 . 올레길 11코스를 계획할수있음을감사~~ 또감사~~ 수고 많았어요 친구 ! ! ^♡^
다른때보다 일기예보에 신경이 많이 가드라고 아쉬움은 크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좋은환경에 생활하니 기회는
많이 있지 않나친구 여러모로 부럽네 다음 여정을 기대하며 화이팅~~~
제주 기행1-3 까지 잘 읽고 있네.작년 11월 우리 친구들과 제주여행 했던 아름답던 추억들이 새삼 떠올라 여행중인 친구가 부러워지는군.건강한 몸으로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 되길~
친구들 감사혀!! 친구들의 댓글이 많은 위안이 되는 구먼...
오늘은 계획대로 코스11을 다녀왔는데 사실 자전거 여행보다 더 힘들어서 중간에서 돌아설까하다가 이번에도 포기하고 돌아서면 웃음거리가 될 것 같아 이를 악물고 완주했네. 약 18Km인데 12시 30분에 시작으로 5시에 종점에 도착했으니 4시간30분 동안 걸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내일... 오늘은 피곤해서 조금 일찍 잠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