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불소라는 말을 들으면 충치예방을 떠올렸다, 허나 요즘은 불산가스가 먼저 떠오르면서 위험한 물질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불소는 정말 위험한 물질일까? 불소의 성질과 어디에 활용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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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소(fluorine, 弗素)는 원소기호 F, 원자번호 9, 원자량 19이며 할로겐(17족)에 속하는 원소군의 하나이다. 할로겐족 원소는 화학적으로 대단히 불안정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물질과도 쉽게 결합할 수 있다. 이중 불소는 전기음성도(전자를 끌어당기는 성질)가 가장 크고, 원자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반응성이 비상히 크다. 비활성 기체(헬륨·네온·아르곤, 주기율표 18족 원소)를 제외한 모든 원소와 결합해 이온 또는 공유결합 불화물을 만든다.
이 같은 화학적 성질로 자연 상태에서 불소는 항상 다른 원소들과 결합되어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불소를 원소 상태로 분리해내는 실험 중 불소의 강한 반응성과 독성에 눈이 멀거나 플루오린산에 중독돼 죽었다. 과학계에선 그 희생자들을 ‘불소 순교자’라 부르기도 한다. 프랑스의 화학자 앙리 무아상은 1884년에 플루오르 화합물을 연구하기 시작해 2년 뒤인 1886년 플루오르화수소산(HF)에 녹인 불화수소칼륨(KHF2) 용액을 전기분해하여 처음으로 불소를 분리했다.
독보적 반응성을 지닌 불소 – 불소의 재탄생을 예고한다.
불소가 수소(H)와 결합하면 산성을 띄는 플루오린화수소(HF, 플루오르산, 불산)가 된다. 다른 활로겐화 수소(염산)처럼 강산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불소는 독보적으로 전기음성도가 커서 양성자를 빼앗기지 않는다. 때문에 실제로 해리되는 양성자의 양은 적어서 식초수준의 산성밖에 가지지 못한다. 하지만 인체에는 염산보다 위험하다. 만약 피부에 불산이 닿는다면 불소의 강한 반응성으로 신체 속 수소와 빠르게 결합하여 조직을 녹아내리게 만들고 혈류를 타고 돌며 몸 안의 이온을 치환시켜 뼈를 녹인다.
불소의 강한 결합력은 일반적인 플라스틱과 유리를 침식시키기 때문에 보관이 까다롭다. 다이아몬드를 자를 때 다이아몬드를 쓰는 것처럼 같은 불소 수지의 테프론 용기에 보관해야 한다.
테프론(teflon)은 1938년 미국 듀폰(DuPont)사 Roy J. Plunkett 박사가 우연히 발명한 물질이다. 박사는 무독성 냉장고 냉매를 개발하기 위해 사불화에틸렌(tetrafluoroethylene)을 연구하던 중이었다. 어느 날 사불화에틸렌 가스통을 열었는데 가스가 나오지 않아 통 속을 확인해보니 통 안에 하얀 분말이 생겨있었다. 가스통에서 사불화에틸렌이 자연 중합되어 폴리사불화에틸렌(PTFE, Polytetrafluoroethylene)이라는 물질을 만든 것이다. 사불화에틸엔에 대한 연구는 PTFE로 이어지고 PTFE의 독특한 분자구조가 우수한 내열성, 화학적 불활성, 비접착성, 비유성(물이나 기름이 잘 붇지 않는 성질), 강한 내구력 등의 놀라운 특성을 가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후 듀폰사는 PTFE를 테프론(teflon)이라는 상표명으로 소개하고 조리기구 코팅 등의 다양한 응용제품을 개발하여 왔다.
사불화에틸렌과 폴리사불화에틸렌의 분자구조 ⓒ 사이언스올
탄소(C)와 불소(F)사이의 결합력이 대단히 강해서 다른 분자와 결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PTFE의 표면에는 이물질이 달라붙기 어렵다.
불소수지의 이러한 물리적, 화학적 특성은 눈, 비를 차단하고 통풍을 가능하게 한 고어텍스 원단개발에도 활용되었다. 테프론을 가열해서 늘리면 물 분자보다 작고 수증기 분자보다 700배 큰 기공이 생긴다. 이 필름을 라이크라 원단에 부착시키면 커다란 물방울은 차단하고 공기와 습기는 통과시키는 고어텍스 원단이 된다.
고어텍스는 심장질환의 치료에 필요한 인조혈관이나 인대의 재료로도 활용된다. 이는 불소수지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고어텍스의 불활성화 성질로 인해 우리 몸이 고어텍스를 외부물질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불소의 이용 사례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치약이다. 불소는 치아 겉면의 에나멜과 결합하여 충치균에 강한 치아를 만들어 준다. 더불어 치아의 내산성을 강화시켜 산에 녹기 어려운 치아를 만드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불소의 장기적인 과다섭취는 치아가 아니라 뼈가 불소로 치환되어 결과적으로 뼈를 약하게 만든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성장기 아이의 지속적 불소섭취는 ‘치아불소증’ 이라는 치아가 갈색으로 변하는 증상을 유발한다. 이 때문에 볼소가 함유된 치약을 사용한다면 사용량을 정확히 지키고 입 안을 깨끗이 전부 헹궈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