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리그의 '우승청부업자'로 불린 드라큘리치(왼쪽)와 데니스 락티오노프는 수원과 성남에서 우승을 합작했다.(사진제공=성남 일화) |
한국프로축구에서 최초로 그라운드를 밟은 외국인선수는 1983년 6월 26일 국민은행전에 투입된 포항제철의 호세다. 그러나 국내 올드팬들에게 인식되고 있는 첫 외국인선수는 1984년 현대에 입단해 맹활약했던 네덜란드 출신의 장신 수비수 렌스베르겐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1979년 말 MBC에서 차범근이 활약하는 분데스리가 중계방송을 시작했다.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린이들은 많은 외국인선수들이 한 팀에 모여서 경기하는 장면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봤다. 그들 가운데에는 나도 있다. 이후 네덜란드 출신의 렌스베르겐이 한국프로축구에서 활약하게 됐고, 외국인선수들이 뛰는 것을 보면서 국내팬들도 이제 한국도 프로축구를 하는 구나,라는 느낌을 갖게 됐을 것이다. 아마도 이 세대가 클럽축구 문화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프로축구 0세대’일 것”이라고 말했다. 렌스베르겐은 수비수였으나 세트피스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큰 키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입단 첫해에만 9골과 9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해 럭키금성에서 섀도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던 이용수 SPORTS2.0 편집위원은 “현대와의 경기에서 렌스베르겐이 나를 전담마크 했다. 워낙 키가 커 내가 그 선수 앞에서 있으면 고목나무에 매미가 달라붙어 있는 것 같았던 기억이 난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피아퐁, 그리고 라데와 샤샤
최근 K리그에서는 외국인선수들이 득점랭킹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그러나 프로축구 초창기에는 많은 득점을 올리는 외국인선수들이 드물었다. 그래서 외국인선수들이 골을 터뜨리는 것을 은근히 기대했던 팬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 준 최초의 선수가 태국 출신의 ‘수퍼스타’ 피아퐁이다. 1984년 럭키금성에 입단한 피아퐁은 이듬해 12골과 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득점상, 도움상을 휩쓰는 대기록을 남겼다. 박항서 경남 FC 감독은 “그때 같은 방을 썼는데 성격이 원만해서 한국선수들과 잘 어울렸고 착한 친구였다.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득점력뿐만 아니라 스피드도 매우 뛰어난 아시아 최고 수준의 공격수 가운데 한명이었다” 며 피아퐁을 칭찬했다. FC 서울 구단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피아퐁은 현재 태국 공군팀에서 감독생활을 하고 있다.
피아퐁 이후 최고의 외국인선수 계보를 잇는 선수는 1992년 포항제철에 입단한 보스니아 출신의 라데 보그다노비치다. 그는 가장 많은 팬을 보유했던 외국인선수 가운데 한명으로 꼽힌다. 홍명보, 황선홍과 함께 활약한 1994년부터 1996년까지 세 시즌 동안 그는 43골과 28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대활약을 펼쳐 포항 스틸러스를 전국구 인기구단으로 만들었다. 포항팬들이 ‘라데 라데 라라데’ 라는 응원구호를 만들어 외국인선수로는 처음으로 개인 응원구호를 갖는 영예도 누렸다. 그는 한국을 떠난 뒤 일본과 네덜란드, 그리고 스페인과 독일 등 여러 리그에서 활약하다 은퇴해 현재는 고국인 보스니아의 클럽팀에서 기술고문과 스카우트 일을 함께 하고 있다.
피아퐁과 라데에 이어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샤샤 드라큘리치를 빼놓을 수 없다. 샤샤는 1995년 대우에 입단해 2003년 성남에서 활약할 때까지 104골을 터뜨려 외국인선수 최다골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샤샤는 1997년 부산 대우를 리그 우승으로 이끈 뒤 이듬해인 1998년 수원 삼성으로 이적해 수원의 리그 2연속 우승을 견인했다. 2001년에는 성남에 새 둥지를 튼 뒤 2003년까지 성남의 리그 3연패에 이바지하며 K리그에서 6시즌이나 우승을 경험하는 ‘우승청부업자’다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샤샤는 십자인대 부상에서 회복한 뒤 세르비아 리그 믈라도스트 아파틴에서 후반 교체 요원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올시즌 4경기에서 1골을 뽑아냈다. 소속팀 아파틴(4승1패)은 리그 최강팀 크르베나 츠베즈다(4승)와 시즌 초반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다.
K리그를 발판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이들
K리그에서 활약했던 외국인선수 가운데 현재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사람은 감독으로 깜짝 변신한 전(前) 수원 삼성 수비수 올리다. 그는 루마니아 명문 슈테아우아를 지난 시즌 UEFA(유럽축구연맹)컵 4강과 올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32강에 올려 놓으며 유럽 축구계의 주목을 받는 젊은 감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K리그 출신의 브라질 공격수들도 자국 리그와 J리그에서 여전히 막강한 파워를 뿜어내고 있다. 안양과 수원에서 활약하며 큰 인기를 모았던 뚜따(플루미넨세)와 울산에서 2003년 27골을 기록하며 A급 공격수 시대를 열었던 도도(보타보고)는 브라질리그에서 나란히 9골을 기록하며 득점 공동 4위를 달리고 있다. 전북 출신의 마그노(감바 오사카) 또한 녹슬지 않은 득점포를 가동하며 14골을 기록해 J리그 득점 3위를 기록 중이다. 재미있는 골 세리머니로 부천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다보는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두바이 클럽을 거쳐 현재는 알제리 최강 클럽 JS 카빌리에에서 주공격수로 활약하고 있으며 최근 아프리카 챔피언스리그에서 팀의 승리를 안기는 귀중한 결승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2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추억의 선수들도 눈에 띈다. 부산과 수원에서 맹활약했던 우르모브는 세르비아 2부리그 라드에서 왼쪽 수비수로 활약하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고 부산에서 뛰었던 공격수 제이미 큐레튼은 잉글랜드챔피언십(2부리그)에서 시즌 초반 4골을 터뜨리며 득점 3위에 올라 있다. 인천의 창단 멤버였던 터키대표 출신 알파이는 독일 2부리그로 강등된 FC 쾰른에서 중앙 수비수로 활동하며 팀의 1부리그 재승격을 돕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 K리그에서 활약했던 외국인선수들 또한 K리그를 발판 삼아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지난 시즌 벤피카 소속으로 챔피언스리그 8강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는 수원 출신의 마르셀은 스포르팅 브라가로 팀을 옮겨 다시 한번 빅 클럽 입단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인천 돌풍의 주역이었던 아기치는 크로아티아의 최강팀 디나모 자그레브 소속으로 올시즌 챔피언스리그 3차 예선에 진출했으나 아스날이라는 높은 벽에 가로막히며 분루를 삼켰다. 2004년 K리그 MVP인 ‘원샷 원킬’ 나드손은 브라질 명문 코리티안스에서 8월말부터 출전해 첫 경기에서 곧바로 결승골을 기록하는 등 웨스트햄으로 이적한 팀의 간판 테베즈의 공백을 훌륭히 메워 주고 있다.
축구 인생을 끝내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다
슈테아우아 감독인 올리는 SPORTS2.0과의 인터뷰(16호 76p 참조)에서 “바데아는 축구를 그만두고 개인사업을 하고 있으며 비탈리 또한 은퇴한 뒤 사업 구상을 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해왔다. 바데아는 1996년 수원 삼성의 창단 멤버로 활약하며 외국인선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고, 우크라이나 출신의 비탈리도 1995년부터 8년간 전북과 수원 등에서 뛰며 50골을 기록해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로 이름을 떨쳤다. 1990년대 후반 비탈리, 샤샤 등과 함께 K리그 중흥을 이끌었던 부산 출신의 미드필더 뚜레는 현재 크로아티아에서 선수 에이전트로 일하며 유소년 선수 발굴에 힘쓰고 있고, 2001년부터 3년간 울산 수비의 버팀목으로 활약했던 끌레베르는 브라질에서 축구교실을 열겠다는 뜻을 최근 구단과의 전화통화에서 밝혔다.
전남 허정무 감독은 “얼마 전 브라질에서 마시엘을 만났는데 농장을 경영하면서 옷 가게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자기 관리가 워낙 뛰어난 선수였기 때문에 사업도 잘 할 것”이라며 자신이 발굴한 애제자에 대한 최근 소식을 알려줬다. 마시엘은 K리그에서 뛴 최고의 외국인 중앙수비수로 꼽힌다. 포항에서 활약하다 고국으로 돌아간 마케도니아 출신 공격수 코난은 최근 전화 통화에서 “K리그에서 번 돈은 우리나라에서 왕처럼 생활할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액수다. 그 돈으로 무엇을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자랑을 했다고 구단 관계자가 전했다.
SPORTS2.0 제 17호(발행일 9월 18일) 기사
장지현 기자
ⓒmedia2.0 Inc.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및 재배포시 법적 제재를 받습니다.
첫댓글 아.. 전남의 레전드 마시엘이여.. ㅠ.ㅠ 보고싶다. ㅋ
나드손 ㅜㅜ
마시엘 예전에 귀화 추진했던 선수 아닌가 ㅋㅋ
코난 ㅋㅋㅋ
샤샤,,, 올스타전 기억난다
마니치,샤샤,나드손 그립다............ㅠㅠ 피아퐁의 명성은 익히 들었음....ㅎ
가브리엘 포페스쿠..ㅡㅜ..
울 K리그 관중동원만 어느정도 되면.. 한류열풍에 발 맞추워 가망성 있는 아시아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면 괜찮을듯 싶은데..
라데 진짜 싸인도 잘해주고 잘웃어주는 선수였는데..
마시엘 그립다.. 마시엘하고 김태영 있을때 진짜 수비는 걱정없었는데....
그때 무적의 쓰리백 김태영-마시엘-강철 홀딩맨 유상수? ㄷㄷㄷㄷ
그시절 유상수선수 없었습니다ㅎㅎ 그땐 김태영 마시엘 강철(X) 김태영 마시엘 김정혁라인이었죠ㅎㅎ
에드밀손에드밀손에드밀손에드밀손에드밀손ㅜㅠㅜㅠㅜㅠㅜ
우르모브.. 보고 싶은데..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