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애초에 그런 것일까 ?
미친 듯 살을 탐하고 가슴속에 잔해만 남기는
텅 빈 꽃게 무덤처럼,,,,
~~~~~~~~~~~~~~소설 "꽂게 무덤" 중에서 / 권 지혜
요즘 계속 건천에서 출장작업 중이야.
오늘 저녁에 밥대먹는 식당에 갔더니 양념게장이 밥상위에 올라왔어.
물론 열심히 먹엇어,,,뼈다귀속에 든 살점을 쪽쪽 발라먹엇지.
어느새 우리 식탁위에는 텅 빈 꽃게 무덤으로 가득찼어.
저녁반주로 소주를 먹으며 게장을 우기적거리다,,,갑자기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게 잇더라..
우리가 열심히 먹고잇는 꽃게의 손가락 끝마디가 모두 잘려있다는 거.
양념이 잘 베어 들라고,,,먹을 때 찔리지 말라고..
먹는 사람들한테 보기 좋으라고...거기에 묻히는 양념이 아까워서....
갑자기 꽃게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누군가가 내 손가락 끝마디를 잘근 잘근 자른다면 ,,,얼마나 아플까 ?
싱싱한 속살에 매운 양념이 비집고 들어와 내장속을 마구 헤집고 다닌다면 얼마나 따가울까 ?
특히 손가락 자를때 큰게는 가만히 있는데,,,어린 게들은 무자게 발버둥 친다고 하더라.
몇달전에 출장작업차 김해공항 옆에있는 공장에서 두달간 일한적이 있다.
그 공장에서는 점심식사를 도시락으로 시켜 먹었는데 매일 먹는 반찬이 다 거기서 거기라
그저 주린 배 채우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어느날 함께 일하는 아주머니가 집에서 간장게장을 만들어왔다.
시장이 반찬이라서 그랬을까 ? 매일 먹는 식상한 반찬 때문일까 ?
간장게장에 완전히 맞들이게 되엇다.
약간은 곰삭은듯 하면서 탱글 탱글한 속살을 간직한 꽃게.
발효된듯 하면서 생살과 뼈대를 씹는 맛을 내는 조리솜씨.
달작지근 하면서도 짭쪼름한 달인 간장 맛.
거의 환상적인 맛이엇다.
사십평생을 살면서 이토록 맛난 반찬은 처음으로 먹어보는 거 같다.
살아오면서 내 식탁에 간장게장은 가끔씩 올라오는 반찬이었다.
하지만 내 입맛은 간장게장을 항상 외면하고 말았지. 차라리 내 스타일에는
양념게장이 훨씬 잘 어울렸거든...
복어를 먹어도 복매운탕은 먹는데 복지리는 별루고,,
꼼장어를 먹을때 양념 꼼장어는 먹어도 짚불 꼼장어는 별루고,,
내가 술꾼이라서 그랫을까 ?
담백한 맛보다는 얼큰한 맛을 더 선호한는 스타일 이엇거든...
하지만 인생이란 대반전이 있기에 살맛나는 거 아닐까 ?
내 입맛 역시 불혹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반전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더군.
어느 순간부터 짚불 꼼장어의 구수한 맛이 혀끝에 느껴지더라.
복지리의 시원하고 담백한맛, 알싸한 식초맛이 얼큰한 매운탕보다 훨씬 좋아지더라.
결국 양념게장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간장게장이 내 식탁의 주메뉴가 되엇어.
나이가 들면서 내 몸과 마음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다니...환골탈퇴라는 게 진짜 있는걸까 ?
신정시장에서 간장게장을 사려면 5마리에 만원 ??
넘 비싸다...그래서 신정시장 칼국수 골목에 잇는 게장 전문식당에 자주 가는 편이야.
간장게장 정식,,,7천원,,,한끼 식사비용으로 약간 부담가는 돈이지만 어쩔수 없엇다.
이미 내 입맛은 간장게장을 향한 맹목적인 충성을 보이기 시작했거든..
그래서 게장 전문점을 물색하다보니,,,시청 앞,,,모아식당,,,
양도 많이 주고,,,가격도 싸고,,,당분간 단골집이 될것같은 느낌이야...
앞으로는 그동안 내가 외면햇던 것에 다시한번 관심을 기울일 예정이야.
나의 매몰찬 눈빛을 서러워하면서도 항상 내곁을 떠나지 않고
그저 조용히 내 곁을 지켜주는 존재.
지금은 비록 이름없는 존재일지라도 어느 순간 내 모든 영혼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소중한 존재...간장게장같은 그런 존재들을 다시 한번 찾아볼 예정이야...
영원한 이등 인생은 없는 모양이야...
아사다 마오에 가려졌던 김연아가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엇듯이...
만년 조연이엇던 전원주 아줌마가 드라마 및 씨에프 퀸이 되엇듯이...
얼굴도 못생기고, 몸매도 영 아니고,,연기력도 별루고,,,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구석이 전혀없는 전원주가 갑자기 브라운관의 여왕이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 얼굴 반반한 중년 배우들사이에서 묻혀진 그녀가
왜 갑자기 최고의 스타가 된 것일까 ?
항상 나를 묵묵히 지켜봐주는 존재...
남녀 사이에도 그런 존재가 잇어,,,
주위에 항상 머무르면서도 있는 듯, 없는 듯,,,
마치 그림자처럼 편안하면서 존재감을 느낄수 없는 이성,,,
바람처럼 머물다 바람처럼 사라지는 사람
옆에 있을때는 공기처럼 느껴지지 않고
곁을 떠났을 때 난 자리조차 느껴지지 않는 사람..
그런 존재가 바로 "천연" 이라는 거야.
인연을 초월한 ,,,,하늘이 맺어준 연분,,,,하늘이 축북해주는 사이,,,,천생연분.
천연으로 만난 부부는 사실 극히 드물어,,대부분 인연으로 만난 부부 사이거든..
왜냐하면 너무 티가 안나서 발견하기가 극히 어렵다는 거야....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후에 어느날 문득 뒤돌아보면,,,그 옛날 내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구나,,,그토록 소중한 사람이 있었구나,,,하며 무릎을 치게되는 거야
보통 천연으로 만난 부부는 전체 부부중 약 5%에 불과하지
나머지 94%는 인연으로 만난 부부이고 나머지 1%는 우연으로 만난 부부거든.
흔히말하는 필이오는 사람,,,딱 꽂히는 사람은 인연에 속하지.
천연부부의 특징을 잠시 열거해보자.
-부부싸움을 거의 하지 않는다
.....두사람 사이는 마음이 찰떡궁합이라서 트러블이 없어. 단 외부의 일때문에 다투는 경우는
가끔씩 생길수도 있어.
-성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육체적인 접합에서 발생하는 만족도는 하등동물의 말초신경에서 발생하는 본능이라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인간은 영장류라서 마음이 교류,,,영혼의 교감에서 휠씬 더
큰 만족감을 얻을수가 있거든....잠자리에서 휏수가 적어도, 시간이 짧아도 영혼 깊숙한
울림을 나눌수 있다는 거,,,그게 바로 오르가즘을 초월한 황홀경이지.
이정도 수준이 되면 관계가 끝난후 허무해지는게 아니라,,,충만해지거든.
-다시 태어나도 그사람과 또다시 부부가 되고싶어한다.
......인연으로 만난 사이는 대부분 파트너를 바꾸고 싶어하쥐.
-특별히 바람피울 일이 없다.
....평온한 가정, 절묘한 잠자리, 안락한 마음,,,이런게 있다면
뭐하려고 밖에서 바람피울까 ?
-나이들면서 둘의 얼굴이 점점 닮아간다.
....마음이 하나가 되면 얼굴표정이 비슷하게 변하거든..
친구사이에도 천연으로 만난 친구가 있어.
우연을 넘어서, 인연을 초월하여,,천생연분으로 만난 친구.
천연 친구의 특징은 천연부부의 특징과는 사뭇 달라.
천연 친두들 사이에서는 트러블이 많이 생기거든...
그러면서 그 모든 상처를 간직하며, 그것을 승화시킬 때,,,,
부부보다 더 친한 천연 친구가 탄생하는 거야.
천연의 존재는 항상 장막속에 살포시 숨어있다.
경계 너머에서 항상 너를 주시하고 잇어.
너의 눈길을 기다리면서
천연이 제아무리 좋아도 난 그저 인연에 만족하고 싶어.
위에 설명한 모아식당에 가서 게장 정식을 시켰더니 간장과 양념 두가지가 동시에 나오더라.
양도 무자게 많이주고,
간장게장이 제아무리 좋아졋어도 다시 양념게장을 먹어주고 싶어
천연은 너무 드물게 만나니,,,다시 인연을 좋아해하지 않을까 ?
게장정식을 먹거픈 친구가 잇다면 언제든지 나한테 연락하렴. (모아식당 게장정식 6천원)
나혼자 게장 먹을때면 이슬이 생각이 간절하지만,,혼자서 한병을 다 먹을수도 없고
이런글 읽으면 진짜로 연락하는 친구가 잇다면 그 사람이 바로 나의 천연아닐까 ?
하지만 인연도 좋고 천연도 좋치만,,,그저 친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잔술 나눌수 잇는 사람,,,,밥 한끼 사줄 인간,,,
그런 친구가 있기에 이 세상이 좀더 살맛나지 않을까 ?
나이들면 잔소리가 많아진다고 하더라
내가 70년 중에 생일이 가장빠른 어른이니,,,
생일 늦은 친구들한테 주책없이 지껄인 소리라 생각해주기 바래,,,
이만 줄인다....
우정이란 애초에 그런 것일까 ?
미친 듯 의리을 탐하고 가슴속에 잔해만 남기는
텅 빈 꽃게 무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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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자찬 이지만...
좋은 글은 이런 글이야....간장게장 하나를 먹으면서도...
인생의 깊숙한 진리를 자연스레 꺼내놓는 글,,,
지고지순한 진리를 생활주변에서 아주쉽게 발견하게 해주는 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99%사람과는 생각이 자못 틀리게 만드는 통찰력이 담긴 1%의 글 ...
여기서 가장 좋은글이 탄생한다는 히워니 생각......
첫댓글 간장게장은 밥도둑인 것도 모르남... 글구 간장게장은 곰삭은 맛은 별루고 신선해야 한다는 것을...
열심히 사는구나
보고싶다야~
간장게장 쪼금은 짜는데...
난 간장 게장 안 먹어 우리 세식구 모두 안 먹음 꽃게 무침하고 꽃게탕은 잘 먹고 간장 게장은 담아서 일주일 이내에 먹어야 제 맛이 난다고 하던데
음! 간장게장!
간장은 거뭇한 빛갈이 전체에스며들어 눈으로 음식의 거의를 먹는 내겐 영 맞질 않음.
양념이 내겐 훨 나은 음식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