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닝 데이>를 보기 시작하면서 느끼는 것은 바로 <투캅스>이다. 누가 누구를 베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연히 비슷해진 것일런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닳은 고참형사(덴젤 워싱턴)와 신참형사(에이단 호크)가 함께 보낸 '신병훈련 하루'를 그린, 평범한 듯한 이 영화가 우리 영화 <투캅스>같이 무차별 코메디나 하면서 "이렇게 융통을 부려야 험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라는 생존전략을 신참에게 가르치는 것으로 그쳤다면 아마 이 영화는 그저 평범한 영화로 그쳤을 것이다. 영화는 그 흔한 시원한 액션 하나없이 고참의 거칠은 입담과 그 고참에게 휘둘리는 신참의 제법인 연기력 덕분으로 별 무리없이 관객들의 시선끌기에 어느 정도 성공한다. 그러나 영화의 매력은 오히려 그 이후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영화는 폴리스 스타일에서 완전히 벗어나 분위기있고 농도짙은 드라마로 내닫기 때문이다. 능구렁이와 애송이의 만남은 점차 피가 튀는 대결로 그려지고 결국 고참의 선과 악이 모호하고 잔인한 생존법에 환멸을 느낀 신참은 그의 등에 칼을 꽂는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신참 교육시키기'는 예측불허의 힘의 역학 다시 짜기로 치달아 결국 이 영화<트레이닝 데이>는 그 '평범한'을 뛰어넘어 거대한 반전을 마련하면서 관객의 박수를 이끌어낸다.
이 영화는 뭐 대단한 그런 영화는 아닌 것 같지만(사실 나도 이 영화를 본 이유가 덴젤 워싱턴의 오스카상 때문), 그래도 내가 보기에 이 <트레이닝 데이>의 미덕은 바로 덴젤 워싱턴인 것 같다. 그 옛날 시드니 포이티어를 연상케 하는 점잖고 지적이고 항상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양식있는 시민상의 주인공 덴젤 워싱턴, 그는 이 영화에서 예전의 그와는 다르게 법 위에 군림하면서 잔인함과 강인함을 뿜어내며 적잖이 관객들을 당황시킨다. 그리고 선악이 분명치 않는 그의 정체성은 하나의 모호한 카리스마로 관객에게 인식되어 영화를 리설웨펀으로 대변되는 폴리스스토리로 보다는 느와르쪽으로 방향을 잡아 나간다.
덴젤 워싱턴이 오스카상을 받았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다. 모건 프리맨과 함게 언젠가는 받을 것이다라고 모두들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전에 <뷰티풀 마인드>의 러셀 크로우를 미리 봤기에 과연 덴젤 워싱턴이 그 보다 잘 했을까가 몹시 궁금했었다. 그러나 <트레이닝 데이>를 보고 난 후에도 그건 여전히 미궁이다. <밤의 열기속에서>의 시드니 포이티어와 롯드 스타이거, <아마데우스>의 머레이 에이브러햄과 톰 헐스, 과연 누구에게 오스카를 주어야 할 것인가? 그런 것은 항상 문제이다. 영화 끝부분 주인공의 비장한 죽음, 그것도 잘된 연기에 큰 도움은 되지 않는 것 같은데......어쨌든 <트레이닝 데이>라는 장르불명의 모호한 이 영화는 예상을 뛰어넘는 역할의 변신, 그리고 예측과는 다른 매력있는 스타일로 변해가는 영화의 분위기, '그래도 그렇게 사는 방법은 옳지않다'를 말하는 진부하지만 옳지않은 방법은 제대로 되지않는다는 만고의 진리를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