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메라 리가의 수면 위로 급부상한 새로운 '노란 잠수함' 카디스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빅토르 에스파라고 감독이 정든 라몬 산체스 피스후안 스타디움(세비야의 홈구장)을 실로 오랜만에 방문한다. 현역 시절 우루과이 대표팀 소속으로 70년 월드컵에 참가하기도 했던 에스파라고 감독은 라 리가 무대에서도 세비야의 중심 미드필더로서 명성을 떨친 바 있으며, 지도자가 된 이후에도 수케르, 사모라노 등이 활약하던 90년대 중반의 세비야를 이끌었던 '네르비온의 레전드'로 유명한 인물. 세비야를 빼놓고 에스파라고 감독의 축구인생을 설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셈이다.
에스파라고 감독은 정든 친정팀과의 재회를 앞두고 간략하게 소감을 밝히는 한편, 세비야의 신성 헤수스 나바스를 '경계대상 1호'로 손꼽아 눈길을 끌었다. 오른쪽 날개 나바스는 사비올라, 카누테, 파비아누 등의 잇따른 부상으로 인해 카디스 전에서 셰도우 스트라이커 역할을 부여받게 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중.
빅토르 에스파라고 - "감독으로서 피스후안을 방문하게 되어 매우 만족한다."
"나는 세비야에서 선수로서, 감독으로서 즐거운 시절을 보냈다. 세비야와의 재회는 너무나도 기쁠 것이다."
"세비야는 훌륭한 스쿼드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나바스는 매우 뛰어난 선수이며, 빠른 스피드와 지능적 면모를 겸비하고 있다."
"나바스는 앞으로도 더욱 크게 성장할 것이며, 상대팀에게 거대한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선수다."
"가까운 미래에 스페인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거듭날 것이라 생각한다."
카디스는 셀타 비고가 지난 시즌 막바지에 선수 등록 문제와 관련, 승점 3점을 박탈당함에 따라 세군다 리가 챔피언에 올랐던 경력을 갖고 있는 팀. 다소 행운 섞인 우승을 차지하긴 했더라도, 카디스는 05/06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홈에서 특히 강한 면모를 보이며, 우수한 수비력과 조직력을 겸비하고 있다" 는 호평을 받아 왔다. 실제로 카디스는 레알 마드리드, 비야레알을 상대로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인상적인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비야레알과 마찬가지로 유니폼이 노란 색상일 뿐 아니라, 3부리그와 1부리그 사이에서 승격과 강등을 반복해 왔던 그 동안의 행보로 인해 '노란 잠수함'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카디스의 올 시즌 목표는 프리메라 리가에 잔류하는 것. 유럽의 수면 위로 급부상한 비야레알 만큼의 돌풍을 일으키긴 어렵겠지만, 카디스가 1년만에 세군다 리가로 '잠항'하는 일은 예상보다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시즌 초반에 불과하긴 하더라도, 강등후보 1순위로 손꼽혔던 카디스의 전력이 그리 만만치 않아 보이기 때문.
한편 세비야는 헤수스 나바스가 셰도우 스트라이커로 위치를 옮김에 따라 다니엘 알베스의 라이트윙 기용이 유력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고 있으며, 알베스가 맡아 왔던 라이트백 위치에는 유스팀 출신의 마누엘 블랑코가 포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전방에는 파비아누가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할 경우 카를리토스의 선발 출전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