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 / 전원목
가까운 사이일수록 틈이 필요하다는 걸 안 것은 집 안에 가구들이 많아지고부터이다 가구들은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끊임없이 겉의 가구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오래되고 낡을수록 안으로부터 조금씩 부풀어 오른 배들
벽과 벽 사이에도 틈이 숨 쉬고 있었다 이어진 레일 사이에도 틈을 두었다 단단할수록 간극이 필요하다
때로 틈이 사막 같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틈은 너를 너답게 하는 방식이다 건물을 견디게 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너와 다투고 돌아서 바라보는 무연한 달빛 달빛과 달빛 사이에도 틈이 있을 것이다
아스팔트 검은 입술 터진 틈으로 가느다랗게 풀들이 외치며 걸어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너무 꽉 다문 입술들은 갈라진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틈을 비집고 팔을 뻗는다
- 시집『너는 단 한 개의 눈으로 온다』 (천년의 시작, 2026.09) --------------------------------------
* 전원목 시인 경북 경산 출생. 영남대 국문학과 졸업, 대구가톨릭대학교 문학박사. 1996년 『시와산문』등단 시집『지렁이가 밟고 간 길은 뜨겁다』『새는 날아간 만큼 하늘을 품는다』『너는 단 한 개의 눈으로 온다』 시평집 『사랑하라, 두 번은 없다』 2020년 경북일보문학대전 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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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지남에 따라 어떤 물질에 '틈'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집도 가구도, 자동차도 조금씩 헐거워져 삐그덕 거리는 소리를 냅니다. 사물만 그러한 것일까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제 무릎관절이나 척추에서까지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몸까지만 그러하다면 다행이겠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도 생깁니다.
틈은 틈이 생긴 것을 인정할 때 수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우리는 사물의 틈은 잘 발견하면서도 관계에 생긴 틈은 발견하지 못합니다. 아니, 어느 관점에서 보면, 일부러 못본적 하려는 듯 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틈이 다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때때로 필요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틈이란 일종의 숨 쉴 수 있는 통로로 사용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화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단단할수록 간극이 필요하다’라고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부러 만든 간극과 물리적인 마찰 등으로 생긴 틈과는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마음에 생긴 틈을 조용히 짚어봅니다. 이 틈이 물리적 마찰로 생긴 상처인지, 아니면 서로를 더 깊이 품어주기 위해 스스로 비워 둔 숨구멍인지를. 저의 경우는 답답한 가슴에 뚫어 놓은 작은 숨구멍 같은 것입니다. 시가 그러한 숨 구멍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 시 쓰는 주영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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