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선생님이 계신 동부시립병원에 어제 다녀왔습니다
동부시립병원은 제 기억속의 낙후된 건물의 병원이 아닌
쾌적한 시설의 병원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3층의 31병동은 완화병실...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으나
특별한 이름을 보면서도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짐작 못했습니다
병실의 문들은 간호사들이 왕래하기 쉬우라고 그랬는지
다 열려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이름자가 표시된 방을 찾는것은 쉬웠고
다른 병실과 달리 그 병실만 선생님 혼자 계셨습니다
선생님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
너무도 달라진 모습에
저는 아무말도 못했습니다
선생님 건강하실적에는 체중이 80여 키로그램 이셨다는데
제 눈에 들어온 선생님은 40여 키로도 안 되어 보였습니다
제가 뭐라 물어 볼 사이도 없이
같이간 친구는 간병인과 얘기를 주고 받고...
(그 친구 어머니도 오늘 내일 하시는 중이시고 요양원에 계십니다)
사모님은 저녁에 간병인과 교대하러 7시에 오신다고...
선생님은 위암이 췌장으로 전이되기도 했지만
뇌경색까지 오는 바람에 급격히 사람을 못 알아보시고
황달에 고혈압 당뇨...그래서
말씀도 못하시고..그래지셨답니다
아산병원에서 더 이상의 치료가 없다고...
퇴원하라 하셔서...천국갈 준비를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호스피스병동에 입원하고 계신것이었습니다
선생님 저 ** 예요
저 알아 보시겠어요 하는 말에
"네~~~" 를 길게 답하셨습니다
다른 의사표현은 말로 못하시고
물 드릴까요? 하고 여쭤보면 당신이 필요하다 싶으면 "네" 라고 답하시고
아니면 대답을 안하시는것으로...
배고프세요 죽 드릴까요? 하면..."네" 하시고
종이컵의 반 컵이나 드셨을까...그 정도 밖에 못 드셨는데
그만 드시겠다고...하십니다
간병인 여사님은
여러 환자들을 돌 본 경험으로 많은 얘기를 해 주셨습니다
너무 많은 분들을 봐와서 인지 너무 덤덤하다 못해
지나치게 선생님을 금방 돌아가실 분으로...
존경받던 선생님을 그저 환자 노인네로 취급하는 것 같아
마음이 언짢았습니다.
제가 도착하고 얼마 있지 않아서
학교 선생님들 10여분이 한꺼번에 오셨습니다
한 분 한 분 인사를 나누고
J교감님 저 누군지 알아 보시겠어요? 라고 물으시면
한결같이 " 네~" 라고 길게 대답하셨습니다
환자에게 제일 오랫동안 또렸한것이 청각이라는 것도
어제 처음 알았습니다.
듣기는 다 들으신다는 것이지요.
그런 선생님 앞에서 제 친구나 간병인이
병문안 오신 분들께...얼마 안 남으셨다는 말을
하는데...선생님이 들으실까봐서 저는 겁이났습니다.
사모님께서는
병원측에서 선생님의 여명을 두어주 정도라고 하시는 바람에
생존에 계실 때 뵙고자 하는 분들께 연락을 드렸던 모양입니다.
학교 선생님들이 가시고 난 후에는
대학교 국문과 동문이라고 다섯분이 더 오셨기에
제가 사모님께 전화하여 그분들과 통화하실 수 있게 해 드리기도 했습니다.
한 결 같이 그 분들은
J선생 훌훌 털고 일어 나야지...라고 말씀해 주셨으나
그러나 선생님은 " 네~" 라는 대답을 안하셨습니다.
병문안 오셨던 분들이 사모님과 통화 하실 적에는
일 생기면 연락주시라는...그런 말씀도 나누시더군요.
8시 무렵 따님보다 좀 더 늦게 병실에 들어오신 사모님.
사모님은 선생님을 병간하는 것이
당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 생각하셔서
간병인 없이 여태 직접 병간하시느라 입술은 터져 피묻은 딱정이가 보였고
원래의 모습이 아니셨을것 같은 모습을 하고 계셨음에도 불구하고
고운결이 보였습니다.
선생님이 참 좋은 분과 살고계셨구나 하는 마음에
선생님이 천국가시기에 너무 이른 61세 이시지만
그래도 당신은 참으로 행복하셨겠습니다...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뇌경색이 온 이후에
옷을 차려입고 밖으로 나가시기에 뒤에서 따라가 봤더니
학교로 향하시더랍니다. 그렇게 두 번이나 하셨고
결재를 해야 한다고 학교에 가야 한다 하시기도 하고...
늘 그렇게 선생님의 기억은 학교에 머물러 계셨던 모양 이십니다
선생님과 병실에 있는 동안에
선생님의 가느다란 다리가 떨리는게 제 눈에 보였습니다.
다리도 아프신가?
눈을 뜰 기력조차 없으신지
눈은 가끔 떴다가 감으셨고 떠 있으셨을 때 조차도
누구를 바라 보는 것인지...잘 모르겠었습니다
선생님 다리 아프세요? 주물러 드릴까요 했더니
" 네~" 하십니다
앙상하게 뼈만 남은 다리..어디를 주물러야 할지 모르겠는 선생님의 다리를
살살 주물러 드렸습니다
선생님 손을 그리 오래 잡아보고 만져본 것도 처음 이었지만
선생님의 다리를 제가 주물르게 되리라고는...
선생님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생각만큼 눈물이 와락 쏟아 지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그렁 그렁하게 눈물이 맺힐 뿐...
선생님 저 누구예요?
선생님이 제 이름을 말해 주시거나
종이에다 제 이름을 적어 주시기 전에는
저 여기서 안가요...해봐도
눈을 엄청 크게 떠서 한 번 쳐다보시고는
바로 눈을 감아 버리셨습니다.
계속되는 통증에
"아이고~, 아이고~" 를 크게 ...
아니면 1~2분 잠깐 까무룩히 잠드시는 듯 하다가
다시 아이고...하며 통증을 호소하시고...
아이고 하시지 마시고 아버지를 외치세요 하면
또 아이고 대신 아버지를 외치시기도 했습니다
사모님은 지난 10월만 해도 괜찮으셔서
올 봄만 잘 넘기면 치료 받으시면서
오래 사실 수 있을것이라고 믿으셨답니다.
그래서 잘 치료 받으셨는데...
치료를 하다보니 혈관이 좁아지고 그래서
뇌경색이...암 보다도 더 무섭게 선생님의 말을 빼앗아 갔고
말을 못하게 되시니...
여보 신혜아빠...당신이 사랑하는 제자 ** 씨 왔는데 봤어?
눈 좀 맞춰봐요. 알아보겠어요?
사모님...에이 그건 아니고
말은 바로 해야지요...제가 짝사랑한 선생님이지
선생님이 저를 그랬던 것은 아니죠..이쁜애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했더니 사모님이 따님과 함께 웃었습니다.
같이 병원에 왔다가 일 때문에 일산에 가봐야 한다고 먼저 간 화옥이가
저보다 훨 이쁘고 키도 크고...그 친구는 학교 다닐 때 선도부에
학도호국단까지 했거든요.
애석하게 사모님을 못 만나보고 갔지만...
말씀을 하실 수 있으실적에
나 죽으면 화장해서 뿌려...라고 하셨다고
그래서 그리하실 생각이시라고...
선생님의 여동생이 젊은 나이에 암으로 가셔서
그때 이런일을 대비해서 검사받고 했었어야 했는데...
그때는 이런 생각 전혀 못했다고...
2년전에 검사 받을 때도 징후조차 없었는데
하시는것 보니 2006년도에 검사 받으셨다는 말씀 같았습니다.
간간히 속이 아프다고 하시다가 검사 받았더니 결과가 그랬다고
그게 2008년 수능보는 날 이었다고...
선생님
저 주일에 다시 올께요.
잠도 잘 주무시고 그렇게 지내세요
제가 또 올께요...하고 돌아왔습니다
선생님이 제게 써 주셨던 편지와 사진들 들고가서
읽어드리고 보여드리고 할 참입니다.
우리 선생님 엄청 달필 이시거든요
한문을 얼마나 잘 쓰시는지
다른 친구들은 선생님 편지 읽다가 뜻은 커녕 음도 못 읽어서 던질 거예요
한문이 얼마나 많이 들어갔는지...
저도 더듬 더듬 읽으면서 아무리 한문선생님 이시라지만
아...심하다 했었거든요.
동창들에게는
생존하실 때 보고싶은 친구들은 찾아 뵈라고 문자로 알리고
카페에 글 올리고...그렇게 했습니다
J선생님이 담임했던 반 반장과 부반장에게도 알리고
그 친구와는 따로 통화도 했습니다.
선생님이 떠나려 하신 다는게 아직은 아무 실감도 안나고
그냥 선생님이 그대로 계셔 주실 것만 같습니다.
선생님은 늘 그렇게 제 마음속에 계실테니까요...
저의 첫사랑 국어 선생님 사연은
이렇게 맺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내일도 가능하면 찾아뵙고
모레도 찾아 뵈려구요
죽는게..참 마음대로 안되지요...암 그렇구 말구요
사랑하는 선생님의 마지막 모습이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누구나 한번은 본향으로 가야한다지만.. 맑은 정신으로
본향으로 갈수있다면 얼마나 좋은까요.
사랑받고 사랑을 나누었던 친구들,,제자들에게...
나 먼저간다 안녕.. 하면서 이 다음에 본향에서 다시 만나자...
먼저 간다고 너무 슬퍼하지마오.. 그런 이별을 기대해 보내요.
네...그래야 겠지요
말씀 고맙습니다
가슴이 많이 아리지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오는순서 있어도 가는 순서는 없으니까.... 틈이 되시면 한번이라도 더 찿아 뵙는게 선생님께 대한 사랑 표시일겁니다. 어떻게 방법이 없으니 글 쓰는 제 마음도 아픕니다. 고통없는 나날이 되시기를 저도 빌어 드릴렵니다.
네. 그래서 어젯밤은 어떠셨는가 사모님께 문자 드렸더니
잘 주무셨는데...붓기가 안 빠지신다고...
수액이 4줄이나 연결 되었는데...그게 잘 돌지 않는가 봅니다
돌고 빠져 나와야 하는데...
내일도 가 뵐까 합니다
나이들어 가면서
누가 아프다 소릴 들으면 가슴이 덜컹!
살면서 친하게 알고 지내던 지인이
돌아가셨거나 암에 걸렸다 소릴 들으면 더더욱 덜컹!
커피씨가 존경하는 스승님을 뵜으니
마음이 놓일꺼라 생각들구요
누구나 살다 가는 인생이지만
아프지말고 건강한 몸으로 살다 갔으면 합니다
제 이름을 불러 주시면
참 좋겠는데..
신음소리는 본능적으로 나오고
다른 말씀은 못하시니...
태어나는 것도 살아가는 것도 죽는것도 한 세상을 살다가 떠나는 일인데 의미 잇게 가고싶네여
잘 죽는게 참으로 어려워요
어떻게 살고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하는지...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선생님을 바라보시는 커피님의 애잔한 마음...
안타깝습니다.....사람이 생노병사를 거스릴수 있다면...
그래도 울상 짓지 않고
애들처럼 까불다 오려구요.
선생님을 흔들어 께워서..수업합시다...해봐야지요
죽음이라는걸 제일 가까이 지켜본 분이 저의 시어머니입니다...
병원에서 손 놓으며 모시고 가라고해서 집으로 모셨을때만해도
어디가 아프다는 표현도 하시고 그랬는데 나빠지기 시작하려니
하루가 다르게 표현을 못하시고 시력을 잃으시고 그리고 귀를 닫으시고~
그렇게 급격히 진행되는게 불과 보름만에 세상을 등지셨으니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시일보다 참으로 빨리 진행되더군요...
이승과 저승으로 갈리는 갈림길이 그리 빠를줄은 그땐 몰랐지요...
선생님의 연세가 가시기엔 너무 이른것 같네요....
커피님의 가슴이 얼마나 아련할런지 조금은 짐작이 되네요...
따뜻하게 쓸어주고 싶네요...
아파 하시는것 보면
편히 가셨으면 싶기도 하고
주사약이 들어가고 있으니...안아프고 오래 사셨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
종잡을 수 없어요
아이고..하는 말씀외에 다른 표현이 안되시니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텐데...하시고 가시게 입과 혀가 잘 움직여 줬으면 하는 바람이어요
지난해에 엄마랑 동생이 하늘나라로 가는 걸 봤기에 얼마 안남은걸 알겠네요...다리에 뼈만 남고 뱃가죽만 남고...인간은 죽을때 너무 비참한것 같아 속상하더군요...잘 보내 드리세요....귀는 다 듣고 계실테니 편지도 읽어 드리구요...교사 부인이라서 그런지 고맙고 또 고맙네요...ㅎ
많은 아픔이 있으셨네요
에고...
저도 엄마가 암으로 투병하시다가~의식없이 돌아가실때까지 그모습~~
염할때보니~한쪽다리는 썩어서~푸르둥둥~~~~~엄마생각나네요~
오늘 병원가서 선생님 뵙고 왔어요
어제부터는 금식이시라고,..그나마도 못 드시게 하신다네요
토하시고.,소화를 못 시킨다고,.
불가에서는 '안,이,비,설,신,의'라 하여 '보고,듣고,냄새 맡으며 촉감과 의식' 이 여섯 단계가 살아있는 잣대가 된다고 합니다.이 여섯 단계를 벗어나면 잠재의식이 있고 또 이를 훌쩍 뛰어넘으면 무의식의 세계에 돌입하게 되지요.여기까지 이르면 깊은 잠이 들어서도 또렷한 의식이 있어 유체이탈까지도 가능하게 됩니다.이 마저 뛰어넘으면 비로소 불타의 경지라 하구요... 그리되면 가고 옴에 있어 자유로운 해탈을 맛본다 하는군요.그래서 옛 조사님들의 경우 때가 이르면 "내 이제 갈란다" 하시며 마치 헌 옷을 벗어던지 듯 편안히 영면에 드시곤 했지요.어찌됐든 이 육의식에 미혹되지 않는 삶만 유지해도 편히갈 수 있답니다 ^^*
엊그제 밤에는 사모님께 " 난 이제 끝났다. 잘 살아라" 하셨답니다
사모님은 그 말씀에 천국가서 기다리면 ...나중에 내가 찾아갈테니 기다리라고...하셨다 하구요
...말씀 고맙습니다
님께서 많이 슬프셨겠다....여고시절 첫사랑이던 선생님께서 환자로 병상에 누워계서서.......ㅠㅠ
이미 고인 되셨습니다
보고싶은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