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얼음과 남편 길들이기
저는 봄에 얼음통에 물을 넣고 꽃을 띄워 꽃얼음을 만들어 둡니다.
얼음통에 물을 반쯤 부은 다음 꽃을 넣고 다시 물을 채우면 됩니다.
언젠가 책에서 본 거를 저도 흉내내 본건데 너무 좋은 거 있죠?
5월 단오전의 꽃들이 얼리기에 좋대요.
이 예쁜 꽃얼음들이 앞으로 어떤 마실거리와 음식에 사용하게 되는지는
나중에 사진으로 올려드릴께요. 정말 말로는 설명이 안돼요. 너무 예뻐서....
앞으로 조금 더 만들어 뒀다가 날씨가 더워지면 사용할 겁니다.
제 남편이 이 꽃얼음을 아주 맘에 들어 합니다.
이제 철쭉과 진달래꽃만 조금 얼리면 됩니다.
오늘 새벽에 일어나 잠 좀 깨려고 작은방 책상에 가서 앉았어요.
창문을 열고 바로 앞 빈 공터를 봤더니 그 새벽에(5:30) 어떤 할머니께서
유채꽃들을 마구 뽑아버리고 계셨었어요.
보니까 다른 모종을 심으실 모양이더라구요.
순간, 꽃얼음 생각이 나서 축 쳐진 꽃들을 몇 개 따왔습니다.
밥 앉혀 두고 젓가락으로 꽃을 집어서 얼음통 2개에 넣고 물을 채워서
냉동실에 넣고 일터에 갔다 와 보니 이렇게 얼음이 예쁘게 얼어 있더군요.
노랑유채꽃과 흰색유채꽃은 모두 먹을 수 있는 거라서 아주 좋아요.
제가 예전 회사생활 12년동안 흙,먼지 뒤집어 쓰면서 남자들하고만 같이 일하다보니
남자들에 대해서는 거의 반 관상장이가 다 됐어요.
아침에 출근한 여러명의 기혼남성들의 표정을 보면 알려고 안해도
어느날 부턴가 저절로 그 사람들의 가정생활을 거의 엿 볼 수 있었습니다.
그 기혼남성들이 사석에서 쏟아내는 집(혹은 아내)에서의 불평불만들을
들으면서 제가 참 인생공부를 많이 했어요.
뭐, 그거에 대해서 이곳에 논문을 쓸 수는 없고요, 결론은 아내안테서 인정받는
남편들이 밖에서도 대부분 밝고 당당하고 우쭐하고 매사에 자신감이 있었어요.
(이 부분에서 오해가 없으시길....)
제가 결혼을 하고보니 자연 그때 일이 떠 올라 남편에게 잘해 줄려고 노력했지요.
그런데 그 잘해 준다는 기준이 어떤 건지는 모르지만 저만의 기준은 이랬어요.
1. 무조건 따뜻한 아침밥 먹이기.
사람이 배가 부르면 짜증이 덜 나지요.
그리고 마음에 여유가 생겨요. 그러면 자연 표정이 밝아져요.
건강 목적으로 일부러 아침밥을 거르면 어쩔 수 없지만 먹고 싶은데
먹지를 못하면 그거는 정말 스트레스죠.
2. 아침에 장갑끼고 남편신발 닦아주기.
저희 집에는 두꺼운 면장갑이 신발장에 여러개 있습니다.
남편신발과 제 신발, 아이신발 닦는 거에요.
신발이라고 해 봤자 두꺼운 작업화지만 저는 밥상 차리기전에
장갑끼고 남편신발을 한번 슥 닦아요.
닦으면서 마음 속으로 남편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되내이지요.
그런 다음 제 신발과 아이 신발 닦으면서도 ‘고맙다’고 속으로 얘기합니다.
이렇게 하는데 1분도 안 걸려요. 매일매일 합니다.
이게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저에게는 참 엄숙한 시간입니다.
3. 방목하기
우리에 가둬서 키운 가축들이 우리를 벗어나면 길을 잃고 헤맵니다. 집을 찾아오질 못해요.
그런데 들판에 풀어놓고 키운 가축은 절대 길을 잃지 않습니다. 자기가 알아서 돌아와요.
어느날, 제 남편을 풀어놓고 키워야(?)겠다고 결심을 했어요.
제 남편이 유일하게 집에서 밥 먹는때는 아침밖에 없어요. 늘 바쁘지요.
특히 저녁에는 사람들 만나고 술 마시느라 바쁩니다.
그게 일의 연장이라 어쩔수가 없어요.
처음에는 저도 남편의 이런 행동이 머리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영 적응이 안 되고 정말 괴로웠어요.
불면의 밤들을 보내다 완벽하게 방목해 버리자고 다짐하니까 거 정말 살만하대요.
덕분에 널널한 저녁시간에 저 할 일 하면 되니까 오히려 너무 좋았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방목은 무관심이나 방종으로 흐를 수 있으니까 몇 가지 명심하는 게 있어요.
밖에만 나가면 늘씬한 팔등신 미녀들이 많은 세상에서 제가 외모를 가꿔 본들 아무 소용이 없고
대신 저는 화려한 외모 가꾸기 대신에 저만이 할 수 있는 정말 사소한 것으로
남편을 길(?)들입니다.
길들인다는 어감이 그렇지만 어린왕자가 여우를 길들인다는 그 의미와 같습니다.
그게 바로 1번, 2번과 남편이 좋아하는 친구들을 저도 같이 좋아하고
진심으로 반기는 것, 맛있는 것 남편 친구들과 같이 먹기, 음료수를 하나 만들어도
꽃얼음 띄워주기등...
그렇다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니에요. 물론 기본적인 반찬값이야 들겠지요.
실제로 남편친구들과 어울려 보니 제가 다 즐겁더군요.
제 착각일지 모르지만 이렇게 만이라도 진심을 담아서 남편을 대해주면
도시의 사냥꾼이 되어 밤거리를 헤매다가도 자석처럼 집으로 안 올 수가 없지요.
남편이 어느날은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문득 술잔에 꽃얼음을 띄우고 싶은 생각이 들더래요.
또 음료수를 보면 거기에도 꽃얼음을 띄우면 좋을텐데 하고 우리집 꽃얼음을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런게 바로 '길들여 진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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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남편이 부산으로 출장을 가는데 출장가방을 챙긴 다음 꽃얼음을
비닐에 담아 정리하는데 남편이 그러더군요.
‘유채꽃 얼음을 만드는 집은 우리집 뿐’일 거라고....
유채꽃을 봐도 남편은 꽃얼음을 생각하겠지요.
저의 실제 생활은 늘 구질구질하고 정신이 없는데 꽃얼음 사진을 올린 이 순간만큼은
편안하게 느껴지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 제 글이 몇몇분들 마음을 얹챦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사과드립니다.
선배님들, 죄송합니다.
첫댓글 님이 넘 멋지고 사랑스러워요.. 꽃얼음.. 넘 이뿌고... 이 꽃 먹어도 탈은 없나요?
현명한 아내로 살고 계시내요 선배님들께서두 배워 두시면 사랑 듬뿍 기쁨 두배로 ....난 마음으로 간직 일 핑계로 미안해 울남
열매 꽃들이 많이 지고난 뒤에 이 정보를 봐서 아쉽네요...먹는 꽃들좀 많이 알려줘요~참고로 여긴 시골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