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에의 동경을 절제된 영혼으로 풀어낸 가곡, 브람스의 <가슴 깊이 간직한 동경>
음악사조에서 고전주의가 이성의 시대였다면, 낭만주의는 감성의 시대였다.
고전주의적 인간이 시공(時空)의 범주를 따랐다면, 낭만주의적 인간은 상상력
을 통해 시공을 넘나들었다. 고전적 경향이 음악의 규칙과 조화로운 미를 확립
했다면, 낭만적 경향은 격식없고 무한한 음악의 가능성을 확립하였다.
낭만주의자들이 중시한 동경(憧憬:Anbetung)은 현재를 만족하지 못하고 무한에
대해 끊임없이 갈구하는 태도를 의미하였다. 18세기 말엽 관념론 철학자 피히테
(J.G.Fichte:1762-1814)는 무한과 유한 사이에서 유동하는 자아, 무한과 유한 어느
한 영역에 정착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그 둘 사이를 유동하고 부유하는 자아의 느낌
을 동경이라 하였다. 동경은 유한한 인간이 무한한 욕구를 가질 때 생기는 기대감과
공허함의 복합 감정이다. 낭만주의자들은 유한한 세계에서 무한을 지향한다.
그런데 무한의 대상은 무지개나 별처럼 멀고 아득하다. 다가갈 수 없는 무한성 앞
에서 인간은 한 순간 고뇌하다 또 다시 나아간다.
그렇게 무한은 또 다른 무한을 낳고 동경은 또 다른 동경을 구한다.
그침없는 전전(輾轉)과 무목적의 표박(漂迫)속에서 방황하는 지성은 현실의 모든
책임과 고뇌에서 벗어나 유토피아와 동화, 무의식과 상상, 유년시절과 자연, 꿈과
광기, 기괴함과 신비성의 세계로 도피하려 한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고 낭만에의
순항(順航)은 구속받았다. 낭만주의자들은 이렇게 현실과 상상의 회귀선(回歸線)을
오가며 생을 불태우면서 아름답고 환상적인 음악들을 만들어 내었다
브람스의 가곡, <가슴 깊이 간직한 동경(Gestillte Sehnsucht)>은
"알토와 비올라, 피아노를 위한
두 개의 노래(Zwei Gesange fur eine Altstimme mit Viola und Klavier)"
작품 91의 첫 번째 곡이다. 그의 나이 서른 살 때 착수했는데, 20년 후인
1884년 여름에 완성되었다. 서랍 속에 머물러 있던 초고를 꺼낸 브람스는
아버지와 도보여행을 하던 추억이 서려 있는 곳, 스틸리아(Styria)의
뮈르츠슐라크(M rzzuschlag)에서 이 악보의 마침표를 찍었다
Gestillte Sehnsucht
In gold'nen Abendschein getauchet, Wie feierlich die Waelder stehn! In leise Stimmen der Voeglein hauchet Des Abendwindes leises Weh'n. Was lispeln die Winde, die Voegelein? Sie lispeln die Welt in Schlummer ein.
Ihr Wuensche, die ihr stets euch reget Im Herzen sonder Rast und Ruh! Du Sehnen, das die Brust beweget, Wann ruhest du, wann schlummerst du? Beim Lispeln der Winde, der Voegelein, Ihr sehnenden Wuensche, wann schlaft ihr ein?
Ach, wenn nicht mehr in gold'ne Fernen Mein Geist auf Traumgefieder eilt, Nicht mehr an ewig fernen Sternen Mit sehnendem Blick mein Auge weilt; Dann lispeln die Winde, die Voegelein Mit meinem Sehnen mein Leben ein.
금빛의 저녁햇살에 잠겨, 숲은 얼마나 장엄하게 서 있는가! 새들의 상냥한 목소리들 속으로 저녁바람이 부드럽게 한숨처럼 섞여드네. 바람은, 새들은 무엇을 속삭이는가? 그들은 세상에게 잠들라고 속삭이네.
그대, 이 가슴 속에서 잠시의 쉼도 멈춤도 없이 끊일줄 모르고, 솟아나 오르는 너희 갈망들이여! 너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동경이여, 바람과 새들은 속삭이는데, 너는 언제나 멈추고, 언제 잠들건가? 아! 금빛 날개를 단 내 영혼이 저 멀리 노을진 지평선을 방황하지 않고, 내 갈망하는 눈이 저 먼 하늘의 외로운 별을 찾지 않을 때; 그 때 바람은 속삭이고, 새들은 지저귀며 모든 나의 갈망도 그때는 잠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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