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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리브스의 <기도하는 즐거움>을 읽었다. 너무 짧아서 금방 읽어서 별로 즐겁지는 않았지만 (빨리 읽는 것은 즐거웠지만 7천원 가량주고 샀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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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리브스를 통해서 기도할 때 내가 죄인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기도에 대해 설교할 때면 마치 내가 기도의 대가가 된 것처럼 , 기도에 아주 능숙한 사람인것처럼 이야기 할 때가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다 기도에 능숙하지 못한 죄인이며, 늘 기도하기 싫을 때가 있는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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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인정하지 못하면 기도하기를 싫어하는 자신을 정죄할 수도 있고, 기도를 열심히 하는 자신의 의를 드러낼 수도 있는 것 같다. 마틴 루터는 하루에 3시간씩 기도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마이클 리브스는 반대로 마틴 루터가 기도하기 싫다고 고백하는 편지를 소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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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토트도 기도를 하려고 하면 기도하기 싫어하는 마음이 들어서 마귀가 주는 기도의 방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임을 인정해야 한다. 기도하기가 쉽지 않고, 또 기도하려고 무릎을 꿇으면 곧바로 기도로 들어가지 않고 잡생각이 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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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결국 오늘 내가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은혜를 누린 것은 나의 노력이나 실력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죄인됨을 인식하며 기도하는 또 다른 유익은 하나님 앞에서 숨길것이 없는 자유를 누리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무언가를 숨기며 살아간다. 거짓으로 꾸미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을 어쩔 수 없이 포장하며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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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아이가 집에 들어오면 엄마 아빠에게 어리광을 좀 부리듯이, 사람은 가장 편한 대상에게는 무장이 해제된다. 나도 여러가지 힘든 일들이 있을 때는 아내에게 위로를 얻고 싶어서 애교스럽게 말하기도 한다. 밖에서는 할 수 없는 가장 편안한 행동들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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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도는 아내에게도 부모에게도 할 수 없는 가장 절대적인 인간 존재의 외로움과 아픔을 있는 모습 그대로 다 내어놓을 수 있는 자리이다. 복음은 내가 하나님께 무엇을 더 함으로 더 나아진다고 말하지 않고,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신다고 말한다. 우리의 기도는 하나님께 더 인정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받은 은혜를 확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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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나의 모든 것을 아신다. 나의 모든 생각을 아시는 분이시다. 내 머리에 화면이 달려서 나의 모든 생각이 24시간 실시간으로 외부에 중계된다면 아무도 나를 존경하거나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나란 존재의 본성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모든 것을 다 아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죄인을 사랑하시는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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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의 죄인됨을 인정하는 것은 기도의 자리에서 세상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참된 자유를 느끼게 해준다. 그곳에서 흐느끼고, 그곳에서 호소하고, 그곳에서 분노해도 괜챦다. 그 방향이 하나님이라면 그 모든 것을 하나님은 받아주시고 이해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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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기도하기 보다 내 마음대로 하기를 좋아하는 존재이다. 하나님을 의지하기 보다 내가 하나님이 되기를 선호하는 본성을 가진 사람이다. 이런 죄악된 나를 오늘도 기도의 마음을 부어주셔서 기도하게 하시고, 받아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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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또 마이클 리브스는 늘 삼위일체 하나님으로 우리 생각을 인도하는 힘이 있다. 기도의 즐거움에서도 삼위 하나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벌레같은 인간의 기도를 삼위 하나님이 이렇게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것이 참 감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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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도하면서 무릎으로 천천히 읽어내려가면서 기도하면 더 유익한 책이다. 그러나 내용은 좋지만 분량이 너무 작고, 분량에 비해 가격은 (독자의 입장에서) 너무 비싼 편이다. ^^ 5천원 정도 했으면 기쁘게 사라고 권유하고 싶을 책이다. 오늘 아침 이 책을 읽으면서 기도했다. 은혜를 많이 누렸고, 자유를 누린 시간이었다. 그러나 기도를 마무리하면서 책을 덮었는데 가격보고 책 값때문에 좀 찜찜했다. ^^ 은혜와 찜찜함을 동시에 주는 놀라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