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약속은 내가 최근에 읽은 소설들 중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 소설이다. 순수하게 재미와 오싹한 스릴감만을 추구하는 추리소설 본연의 목적에 이보다 더 잘 부합하는 작품이 없지 않을까 한다. 최근 몇년간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웹툰으로도 제작이 되었다고 하는데 스스로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야쿠마루 가쿠'라는 작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데 아직 일본추리물을 다 접하기에는 내 독서량의 크기가 한없이 부족하구나를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https://youtu.be/wBy9KGvixPw
유투브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이 작품의 출판사 광고영상이 적절히 스포일러를 피해 최소한의 줄거리만 제공하면서 흥미를 북돋는 것 같다.
과거의 악마와 같은 삶을 청산하고 신분을 세탁하여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무카이 사토시는 아내 가오루, 딸 호노카와 함께 평범한 가정을 꾸려 가는 40대 가장이다. 그러나.. 어느날 그에게 발신인 '사카모토 노부코'라는 이름으로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15년전 자신의 신분세탁에 도움을 준 노파와의 약속.. 바로 그녀의 딸을 살해한 두명의 남자를 살해하라는 지시말이다. 애초에 그 지시를 따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미 사카모토는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며 아무리 약속을 했다지만 새 인생을 살고 있는 지금의 삶을 져버리고 살인자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소설의 전체적인 내용은 딸의 살해협박을 받는 주인공이 범인의 지시를 받는 와중에 그의 정체를 밝혀 내려는 고군분투를 다룬 '도망자'의 컨셉을 취하고 있다. 작가의 필력이 상당하다고 느낀 것이 주인공의 심적묘사뿐만 아니라 액션영화에서나 볼 법한 격투신 또한 실감나게 사실적으로 묘사를 하여 그 현장에 온전히 동화되게 만든다.
정말 말그대로 주인공 후미야의 고군분투 모험기를 그렸다. 더구나 소설이 1인칭 주인공시점으로 씌여져 있어 내용의 99%가 '나' 후미야에게만 집중되어 있기에 한눈을 팔 새가 전혀 없다. 범인의 지시대로 표적을 살해하고자 남의 이목을 피해 전전긍긍하기도 하며 기지를 발휘하여 범인의 시야에서 벗어나 역추적하는 아슬아슬한 스릴러의 면모도 충분히 갖추었다. 심리묘사와 상황묘사가 늘어짐 없이 간결하게 씌여진 탓에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장면들이 눈앞에 그려지는데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하여도 충분한 재미를 보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류의 스토리가 대개 그러하지만 범죄의 실상을 낱낱이 파악하기 위해선 과거의 행위와 연관되는 연결고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늘어지기에 자칫 작위적으로 비춰질 수가 있다. 사실 이 작품의 결말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질 않는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할 수 있는 범인의 정체와 범행동기를 서너가지쯤으로 압축해서 추리를 했는데 역시나 결말은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작가가 승부수를 던진 것은 결말의 놀라움을 배가시키기 위해 범행동기에 흔히 추리소설에서 사용하는 반전의 크기를 키우기보다는 좀 더 자극적인 소재로 충격을 가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다. 뭐, 물론 보는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의 문제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운 부분중 하나이다. 그리고 모든 상황을 컨트롤 하는 거대한 존재로 느껴지던 범인이 유독 2번째 범행지시에 있어선 주인공에게 휘둘리기만 하는데 부분부분 작가가 전체를 아우르지 못한 헛점이 존재하였음도 부인할 수 없는 아쉬움이다.
소설의 마지막은 훈훈하고 따뜻한 결말로 끝을 맺는다. '내가 맛본 그 괴로움을 그가 느끼게 하고 싶진 않았다.'고 말하는 후미야의 인간다운 회고가 그의 새로운 시작에 신이 주는 마지막 기회가 되지 않을까..생각하며 책장을 덮었다.
https://blog.naver.com/queaven/221984577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