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극장에 가면 인도가 보인다-이 옥순

[운랑]

극장에 가면 인도가 보인다  

   
 
인도는 시네마 천국이다. 전국에 만 2,000여 개의 극장이 있고 연간 천여 편의 영화를 제작하여 세계 4위 안에 들고
때로 1위도 한다.인구를 고려하면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정작 놀라운 것은 세계 영화 시장을 주도하는 할리우드 영화가
인도에서는 맥을 못 춘다는 사실이다. 세계화에 둔감한 인도인이 국산품만 고집하기 때문이다.
값싼 오락영화는 인도 최대의 쇼이자 지상 최대의 쇼다.
요즘은 라이벌인 TV를 만나서 밀리지만 영화는 여전히 인도 대중의 도피처이며 안식처이다.

예외 없이 영화를 상영하는 시간도 만만디처럼 느리고 길다.
세 시간이 보통이고 중간에 한참을 쉰다. 볼일도 보고 차 한잔 마실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러니 영화 한 편 보려면 오가는 시간까지 꼬박 한나절을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도 인도의 극장이 붐빈다는 것은
인도에 백수들이 엄청 많다는 간접적 증거이다.
사람들은 소풍을 가듯이 식구들이나 친구들과 어울려서 영화를 보러 간다.
외출할 기회가 많지 않은 여자들은 모처럼 예쁘게 차리고 집을 나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영화 한 편 보는 영화관의 입장료는 저렴하다. 인도 영화는 우리처럼 젊은이의 전유물도 아니다.
중산층뿐 아니라 그늘에 누워있는 거지나 가난한 인력꾼도 영화의 열렬한 팬이다.
어쩌면 그들이 더 간절하게 영화의 개봉을 기다리고 주인공을 맡은 배우들을 사랑한다고 할 수 있다.
흑백의 삶을 사는 그들은 자기에게 없는 멋진 애인과 멋있는 컬러의 세상을 보려고 일당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극장 매표원의 손에 아낌없이 넘긴다.

새 영화가 개봉되면 사람들은 일찌감치 표를 예매하고 좋아하는 스타를 만날 생각에 가슴이 부푼다.
이처럼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로 인해서 인도 영화계의 스타는 진짜 슈퍼스타가 된다.
우리나라의 슈퍼스타들이 영화 편당 수억의 출연료를 챙긴다지만 이는 인도 스타들에 비애 턱없이 적다.
게다가 인도 슈퍼스타들은 여러 편에 겹치기로 출연한다. 
"신은 높이 있고 차르(황제)는 멀리 있다"고 한 러시아 농민들과 마찬가지로, 대중은 멀리 있는 총리는 몰라도
가까이 있는 대스타는 기억한다. 가게 안이나 오토릭샤에는 인기 영화배우들의 다채로운 사진이 신의 그림과 나란히 붙어있다.
영화인들 중에는 은막의 인기르 바탕으로 정치에 입문, 주수상에 오른 인물도 세 명이나 된다.
그들은 거의 배우가 아니라 자신이 연기했던 신으로 추앙되었다.국회의원으로 변신한 배우도 많다.

...중략...

영화는 인도 사회를 반영한다. 앞에 인용한 두 장면처럼 영화는 인도의 현실과 거리가 멀다.
화면에는 일상의 생활과 다른 이질적인 삶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평소에 보기 어려운 아름다운 여인의 각선미,
국적이 의심스러운 화려한 의상과 호화판 생활이 들어 있다. 관객들은 로맨스와 폭력, 음악과 춤, 섹스와 코미디가 골고루 버무려진
비현실적인 영화를 사랑하고 그걸 보며 한바탕 꿈을 꾼다.

상업성과 예술성은 영원한 맞수이다. 영화의 구성은 엉성하지만, 여자 배우는 아릅답고 남자 배우는 잘 생겼다.
주인공이 20명의 건장한 악당들을 만나도 조금도 걱정 할 필요 없다. 그는 박수를 받으며 악당들을 다 물리치는 천하무적의 영웅이니까
악당은 늘 비참하게 패배하고 주인공은 언제나 승리한다. 인도 영화의 주인공은 절대로 죽지 않는다.
신과 같은 스타는 영원불멸이 아니랴!
굳이 영화가 예술영화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인도영화 ,특히 양념처럼 모든 것이 버무려진 마살라 영화는 스트레스를 푸는데
최고의 명약이다. 잠시 고단한 일상을 잊고 한바탕의 꿈을 꿀 수 있다.

영화<시티 오브 조이>는 인도에서는 결코 '조이joy'가 아니었다. 매일 보는 지겨운 일상을 돈을 내고 영화관에서도 
또 보는 걸 누가 하겠는가. 배운 사람들은 영화가 현실 도피적이라고 몰아세우고 '집단적 판타지'라고 비판하지만
대중은 사실주의 영화를 경계한다.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에서 발췌;이옥순지음"책세상"펴냄-




 

[지금여기에]

재미있게 인도 이야기를 읽고 있답니다..인도는 할우드대신 델리우드란 이야기가 있을정도
영화를 보면서 추임새를 넣는 모습이 에전에 시골객사장 천막극장에서 영화보며 감동했던 모습이 생각나더군요..
우리나라 오천원이면 거의 눕듯이 볼수있는 극장 그리고 멋지고 이뿐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노래와 춤..
막상 거리로 나오면 소음과 더러움과 가난이 뜨거운 햇살아래 드러나고..^^

[거 울]

운랑님...
...
잘 읽고 있어요감사_()_

[짱아짱아]

ㅋㅋ 잘 읽고 있습니다
얼마전 티비에서 인도 극장이 나왔는데..
극장안에서 먹거리를 팔러다니더라구요.. ㅋ 예전 우리나라 서커스장 비슷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