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삿갓이 남긴 시(詩)
가을 어느 날 아파트 놀이터에 거니는데 낙엽이 제법 떨어져 있었다.
무심히 보고 있는데 어린아이 두 명이 오더니 한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낙엽을 가리키며 묻는 것이었다.
"예, 너 낙엽이 무엇인지 아니?"
"뭐긴 뭐야. 낙엽이지."
그러자 처음 물은 아이가 말하기를
" 저건 가을이 떠나며 남긴 발자취야." 하지 않는가.
허허 낙엽을 보고 어린 아이가 저런 표현을 쓰다니 신기해서 내가 그 아이에게 물었다.
"너 몇 학년이니?"
"초등학교 2학년이에요."
초등학교 2학년인 학생이 저런 멋진 말을 사용하다니 나는 그 아이에게 무언가 주고 싶었다.
"학생. 너 앞으로 시(詩)에 소질이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너는 훌륭한 시인이 되겠어"
나는 김 삿갓을 좋아한다.
그가 남긴 시를 보며 어쩌면 한평생 걸인으로 떠돌면서 가는 곳마다 저처럼 가슴을 울리는 시로
풍자와 해학을 남기며 살 수 있을까 감탄한다.
그래서 그가 하루 밤 사랑을 하고 떠나며 남긴 발자국인 시를 몇 수 옮기려 한다.
<가련(可憐)이 하고 남긴 시>
가인*佳人*
對月紗窓弄未休(대월사창농미휴) : 사창에 비친 달을 마주 앉아 희롱을 하다 보니
半含嬌態半含羞(반함교태반함수) : 반은 애교이고 반은 부끄러운 기색을 띠었구나.
低聲暗問相思否(저성암문상사부) : 그토록 사랑하느냐고 낮은 소리로 남몰래 물었더니
手整金釵笑點頭(수정금채소점두) : 손으로 금비녀 매만지며 웃음 띠고 머리만 끄덕이네.
< 對月紗窓弄未休(대월사창농미휴)가 포하동창농미휴(抱下東窓 弄未休)로 표기한 글도 있음>
*감상*
가련은 김 삿갓이 언제 자기 곁을 떠나갈지 몰라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그를 좀 더 붙잡아 두려고 김 삿갓을 데리고 유명 사찰과 산천을 골고루 구경시켜 주었지만
김 삿갓이 곧 떠날 것을 짐작하며 김 삿갓의 글을 받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서 김 삿갓에게 시 한 수
써 달라고 간청해서 지어준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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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인의 수줍음, 이것 또한 한국의 아름다움 이다.
바라지지 않은 여인의 태도,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이런 여인 상은 만인의 사랑을 받으리라.
허난설헌(許蘭雪軒)의 효최국보체(效崔國輔體)''를 소개한다.
接有黃金釵(접유황금채) : 제가 지녀 온 황금 비녀는
嫁時爲首布(가시위수포) : 시집올 때 머리에 장식한 것입니다.
今日贈君行(금일증군행) : 오늘 떠나시는 임께 드리옵나니
千里長相憶(천리장상억) : 천 리를 가시더라도 길이 기억해 주십시오.
출처 : kakaostory 작성자 김성진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