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가 없어... 생각이 그래서...제목을 '거두절미'로 붙입니다.
술 한 잔 합니다. 머리와 꼬리가 어딘지도 구분하지 못하겠군요.
1.
영결식이 끝나고 노제를 위해 시청 광장으로 들어온 운구 행렬,
사람들은 보는 방향이 각각 달랐습니다.
잘 보이지 않으니 인권위쪽, 남대문쪽, 시청쪽의 대형화면을 보면서
그 내용을 짐작했지요.
DMB로 보기도 하고...
약간씩 전달의 타이밍이 달랐지만, 그래도 대부분 그 흐름을 알았습니다.
만장이 2천여개라 했는데...만장이 어찌 폴리프로필렌 성분의 PVC가 되었는지,
원래 대나무를 사용하는 이유는 그것이 접신(接神)이라는 속가의 법례와 닿아서
그런 것인데...그걸 완전히 무시했으니 그 모양이 너무 서럽게 보이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바뀌어진 예법을 가지고도 시간이 흘러 가면서 옆 사람들과
이야기들은 진행되었습니다.
그것 참 국가가 그리 결정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예절 이야기 하면서...하는 국가가 그러면 안되는 거였지요.
2.
노제를 끝낸 운구가 서울역을 향합니다.
천천히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이미 앞서 있던 사람들이 길을 만들 수 없었기에
그랬던 겁니다.
그러고보면 국민장이라 하지만 노제에 있어서 경찰은 노제가 벌어지기 직전까지도
남대문쪽의 교통마저 제대로 통제하지 않았습니다.
앉아있는 사람들..앞으로부터 밀려오는 사람들의 행렬, 그리고 운구차량의 행렬,
당연히 밀리고 밀리고...속도는 낼 수가 없었지요.
시청 광장에서 서울역까지 더디고 더딘 흐름이 이어집니다.
앞서 곳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다가서고 밀리고,
여러 분들께서 운구차량에 몸을 기대고 쓰다듬고, 붙들고 울고
앞에서 엎어지고.
그렇게 서서히 서서히 가고...많은 이들이 울고. 눈시울 적시고.
3.
서울역에 도착한 행렬은 다시 서울역으로부터 남영역 삼거리까지로
쭉 가게 됩니다. 그 속도도 천천히 천천히 가게 되었지요.
남영역에서 삼각지까지 가기 전에 사람들은 이미 삼각지까지 간 분들도
계셨고, 그쪽에서도 많은 분들이 회사일도 접고 거리로 나와계셨지요.
노제 이후의 운구가 한참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그런 차에 시간이 너무 지체되니 영정사진을 앞세운 차량이
남영 삼거리에서 앞으로 빠지면서 운구차량은 남영역쪽으로 우회전을 하게 되는
급작한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영정과 운구차량의 분리가 벌어지게 되었지만
사람들은 이내 그 차량을 따라갔지요.
날쌘 사람들이 많더군요.
그냥 쭉 운구차량이 가버렸다면 아마 썩 보기 좋은 모습은
결코 아니었을 겁니다.
4.
그리고 한참 실랑이가 용산경찰서 앞에서 벌어집니다.
영정사진을 실은 차량이 다시 오게 되어 삼각지로 가는 고가쪽으로
이동이 벌어집니다.
거기서 전경대들이 등장합니다.
한 패거리, 두 패거리, 세 패거리.
앞과 뒤에서도 함께 등장하는 포위하려는 모습으로.
방패를 앞세우고.
그래서 아주 강하게 충돌을 하지요.
사람들이 쑤근댑니다.
한국 경찰이 저러니 욕을 먹는거야....그 좁은 고가도로에 경찰을 배치하니
이건 서로 싸우는 형국밖에 되지 않습니다.
5시 30분...
유족 가운데 아드님이 차에서 내리고 운구차량 행렬은 그제서야
연화장으로 가게 됩니다.
계획보다 거기서 거의 두 시간 반을 넘겼지요.
그런데 사고는 거기서도 한 차례 벌어집니다.
전경들이 길을 막고 있다가 생겼던 마찰 중에
물병을 맞아서 그랬던 건지 차량이 빠져 나간 이후에
일부 시민을 잡아두는 사태가 벌어졌지요.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만 해결은 됩니다.
5.
그렇게 운구행렬..정확하게는 서울에서 있었던
영결식과 노제라는 견전제 행사는 끝이 나게 됩니다.
마지막에 경찰이 등장했다는 사실이 안타깝지요.
그것은 앞으로도 쭉 등장하겠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니까.
그리고 사람들은 다시 서울역으로 시청광장으로 모이게 됩니다.
시청 광장.
그곳을 막아두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두가 알지요.
촛불이 다시 켜집니다.
그러나 전혀 위협적이지 않는데도
자라를 봤고, 솥두껑까지 봤으니 초동진압을 못한 것에
아주 초조감을 극도로 드러냅니다.
6.
5월 29일 자정.
국민장으로 선포된 추모기간은 끝났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이 기간에서 벌어진 모든 예외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선언인 셈이지요.
어제의 영결식, 노제는 감성의 표현이었던가요, 아니면
다른 그 무엇이었던가요?
돌아와서 인터넷을 열어보니 시급 알바들의 준동이 더욱 격렬해져 있군요.
앞도 뒤도 없는 거의 정신병자 유형의 말들이 가득 채워지고 있습니다.
그동안도 그랬지요. 그게 소통이니까.
그게 쉽게 말해서 이 정권이 말하는 소통의 본질로 등장한지
꽤 되었지요.
이번의 경우도 예외는 아닙니다.
내일, 아니 오늘이군요.
이 주말에 시청광장을 열어줄까요?
7.
그러다가 눈에 띄는 기사 하나가 있어 봅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의 말씀이군요.
이 분은 YS 때 말씀이 참 많았다가 주춤했는데
금년 들어 꽤나 많은 이야기를 하시는 축에 속합니다.
그 몇 대목을 잃다가 마음이 주춤합니다.
원로.(元老)
이 단어는 늙은이 가운데서도 그래도 사회나 나라, 시대 등에서
그래도 손꼽아 주는 지혜를 가진 사람들에게 붙이는 이름이지요.
그 이름을 가지신 분의 이야기치고는 섬뜩해서 그랬습니다.
두 가지만 옮겨 보지요.
"여야는 물론 진보, 보수 진영은 일절 누구를 원망해선 안된다."
그 무슨 유서를 끄집어 내면서 한 이야기입니다.
그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하면서 후렴으로 들어온 말이지요.
8.
'원망해서는 안된다?'
그럼 국민은 어디가서 원망을 해야하는 것이지요?
이 땅에 진보니 보수 이런 정치집단 말고 사람이 없다는 말인가요?
이렇게 묻고 싶더군요.
왜냐하면 어제의 자리에서 나는 그런 정치말고 다른 국민들의 모습을
보기는 봤지요. 물론 그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그래서 집단도 아니라서 다루기는 아주 쉽게 보이는 사람들의
이른바 민심이었지만.
9.
다른 말 한 마디는 좀 더 심했습니다.
대통령에게 하는 말씀이었는데 이렇게 합니다.
"소통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했는데 그 마음 잊지 말고 앞으로도 계속
소통하는 정치를 해주기 바란다."
기사를 잘 챙겨봐주시기를 먼저 부탁드리지요.
행여 앞뒤를 잘라 먹고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실까 봐서 그렇습니다.
그러나 저 문장 하나만으로 읽혀진 생각은 엇비슷할 겁니다.
1) 소통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2) 잊지마라.
3) 지금까지 소통하는 정치했다.
4) 그보다 나은 소통하는 정치해라.
이걸로 해석이 되지요.
아주 좋게 말하면 이 정도라는 겁니다.
다른 이들이 말하는 소통과는 그 표현방법이 아주 독특하지요.
이른바 정치적 어법입니다.
그가 소통하고 있는데 부족하다는 걸 말하는 것인데,
그 소통의 방법은 따지지 않지요.
소통...지금까지의 소통을 어제의 일로도 정리해보면
간단합니다.
국민과 소통한다고 하면서 일단 전경부대 방패부대 보낸다. 그리 처리한다.
사이버에서 소통한다고 하면서 일단 무조건 알바(밥)들을 대규모로 푼다.
그래서 처리한다. 완전히 깽판 만들어서 못쓰게 한다.
..........이런 소통, 계속 하라고 하시는군요.
어제도 그랬고, 아마 오늘도 그리 할 겁니다.
10.
여러분은 질긴 놈이 이긴다고 믿으시나요?
어제도 그런 말이 나오더군요.
"비폭력! 비폭력!"
그런데 마지막에서는 물병이 날아가는 장면이 몇 번 있었습니다.
방패가 등장할 자리에 등장해야지,
경찰이 나와야 할 자리에 나와야지,
그것도 아니면서 마구 등장을 먼저 하는 출연진 때문에 곤혹스럽고,
그런데 지금도 그것을 소통이라고 주장하면서
국민통합을 말하고...단결을 말하는 것이니
이것을 어찌하면 좋습니까!
11.
하루 사이 벌어진 일 치고는 많은 일들이 벌어졌지요.
민심.
그거 아주 제대로 보였다고 뿌듯해 하실 수는 없을 듯 합니다.
마지막에는 늘 지금까지 점유당한 '소통'이라는 행위가
똑같이 나왔으니까요.
그리고 대응도 똑같았습니다.
어디서 과연 이런 잘못 사용된 '소통'이란 단어의 의미가 사라질까?
촛불을 두려워한다구요?
아마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을 겁니다.
작년도 그랬고 금년도 그러니...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볼 건 뻔할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소통의 의미를 지금 되찾기는 어렵게 보이더군요.
그게 오늘 이 시간의 현실 같았지요.
분노는 크지만, 생각은 감상, 행동은 동일한 패턴,
그리고 후처리도 안일...그 단어가 떠오르던 하루였습니다.
그래서 이 말이 다가옵니다.
"영원히 마음 속에서만 자랑스러울..."
그 마음...현실에서 마음도 물타기 되고, 우기기 되는 소통속에서
병들고 지치는 걸 과연 얼마나 더 겪을까에 대한 안타까운 질문이
숱하게 입에서 던져지던 시간이었습니다.
12.
그런 날의 거두절미한 이야기, 주저리 하나입니다.
5월이 갈 때까지는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헐리우드 액션은 아닐 겁니다.
첫댓글 현실적인 냉정한 판단이라는걸 압니다만...오늘은 위로받고 싶습니다. 담당님..전 술 잘 안마시는데도 속이 상하면 간이 상한다구요~ 아~ 간쓰려....
담담당당님 저녁 식사는 제대로 챙겨 드셨는지요...어여 암껏두 생각치 마시고 푹 주무셨음 좋겠습니다. 함께 계셔 주셔서 진심으로 존경하옵고 고맙습니다~!!! 꾸벅 (^^)(__)(^^)
저도 주저리 하나, 그래도 '노란 물결'의 영결식은 슬프면서 아리따운 헤어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요건 분명 추억이 되겠습지요?!
웃어야 할때, 분노해야 할때, 울어야 할때, 다 때라는 것은 적절히 사용하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더 빛이 나고 결과가 보기 좋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민심은 보였어도, 슬픔은 보였어도, 노랑 물결은 가시는 길마다 보였어도 정작 보이지 않은 안따까운 발자취들... 젊음이 없더군요. 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할까요? 모텔에 갔을까요? 아르바이트 할까요? 게임 할까요? 데이트 할까요? 그들이 없는 공간이 주는 슬픔은 가시는 그분 뒷 모습보다 더 슬펐습니다. 정치, 세상 위치, 그것 잘 몰라도 있어야 할 곳에 없는 그들... 만약 그들이 있었다면 어떻을까 생각해 봅니다.
한낱 세상 읽을 줄 모르는 이 바보가 보아도 정말 그들의 태도는 아직 어둠의 터널을 더 지나야 한다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슬픔이 큽니다. 사람의 감정... 그것 바람과 같다는 생각입니다. 슬픔은 그 때에 머물러 돌아서면 잊혀지고, 그 위에 다시 얹혀질 것들이 무섭습니다. 속상해서 어제는 먹지 못하는 술을 먹었습니다. 그냥 컴 화면에 뜨는 그분의 밝은 웃음과 어떤 분의 논란 사진을 보면서 ...미래가 암담할 것 같아 ...
군,경,알밥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유지될수 없는 정권입니다.그들의 폭압이 강해질수록 반동도 커지겠지요.조금은 희망적으로 봐주시면 안될까요?담담당당님.....
님과 애증( 愛憎)의 관계에 있던 그 님이 떠남으로써, 당신은 이제 담 벼락 우에 섯습니다.... ... 물론 나를 포함하여 여럿... ... 하지만, 힘냅시다. 장사 한 두 번 하나.. .... 훗!
우리 이제 어디로 힘을 모아야 하죠?......
이제 기운을 차려야 하는데...쉽지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