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든 싫어하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접하고 귀에 익숙한 음악 쟝르가 트로트이다.
흔히, 뽕짝이라고 표현하는 트로트는 기본적으로 4/4 박자의 형식을 취하고 있고, 때에 따라서는 2/4 박자의 형식을 취하기도 한다.
4/4 박자의 경우는 쿵(강)짝(약)쿵(강)짝(약) 으로 전개가 되며
2/4 박자의 경우는 쿵(강)짝(약)으로 전개가 되기때문에 뽕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뽕짝이라는 표현은 트로트를 비하한 표현이라서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설명을 위해 표현함.)
대부분의 사람들이 트로트에 대하여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가장 큰 것이
"트로트는 한국의 정통 음악이다"
라고 인식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트로트의 기원을 따지고 올라가 보면 상당히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가 흔히들 모던댄스(Modern Dance)라고 부르고 있는 음악의 뿌리를 왈츠(Walts)에서 찾고 있는데, 이 왈츠의 영향을 받으면서 파생된 음악이 폭스트롯(Fox Trot)이다.
트롯이라는 영어 단어는 '빠르게 걷다', '바쁜 걸음으로 뛰다' 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폭스트롯"은 음악이 주는 느낌이 여우가 빠르게 걸어가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20세기 초반의 주류 음악은 째즈(Jazz)와 폭스트롯(Fox Trot) 이었다.
어떤 음악 평론가는
"Rock 이 등장하기 이전의 20세기 초반 음악은 째즈와 폭스트롯밖에 없었다“
라고 할 정도로 이 두가지 음악이 당시의 중심 음악이었다.
1914년 이후 미국과 영국 등에서 4분의 4박자곡으로 추는 사교댄스의 스텝 또는 그 연주 리듬을 일컫는 폭스트롯(fox trot)이 굉장히 유행하면서 인기를 끌었는데 요즘 서양에서는 사교댄스 용어로만 남아 있는 실정이다.
물론, 그 당시 폭스트롯은 왈츠의 영향을 받은 춤곡의 형식이라서 지금 우리의 트로트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데 트로트 특유의 꺽기 창법이나 박자에 강약을 주는 멜로디와는 상당히 달랐다.
폭스트롯의 대표곡을 꼽는다면,,,
-I'm gonna sit right down and wright myself a letter / Billy Williams
초기 폭스트롯의 대표곡으로 호주출신의 배우겸 가수인 빌리윌리엄스가 1914년에 불렸던 곡이다.
-Sinking of the Great Titanic / Vernon Dalhart
미국출신의 폭스트롯가수 배넌 달하트가 1928년 발표한 작품.
당시 싱글 챠트 정상에 올랐던 폭스트롯의 대표곡인데 이곡은 1912년 4월 대서양을 횡단했던 타이타닉호에서 당시의 밴드들이 연주를 했던 곡으로 유명하다.
-Trot the fox / Michael Lloyd
1932년 발표된 폭스트롯의 히트곡을 마이클 로이드가 현대적인 분위기로 1987년 리메이크한 곡으로 영화 "더티댄싱"에 삽입이 된 곡이다.
-Shall we dance / Deborah Kerr
미국출신의 뮤지컬 배우이자 가수인 데보라 커의 1956년 작품으로 "율 브린너"와 열연했던 뮤지컬 영화 "왕과 나"에서 데보라 커가 직접 불렀다.
최근에 상영된 일본 영화 쉘 위 댄스의 주제곡으로 사용이 되기도 한 곡이다.
그렇다면 이런 폭스트롯이 우리나라에는 어떻게 토착화가 되었을까?
우리보다 먼저 서구문화를 받아 들인 일본은 서구의 음악인 째즈와 폭스트롯을 쉽게 받아 들였는데, 음악적으로 난해한 째즈보다는 듣기 편한 춤곡인 폭스트롯이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고, 일본의 고유음악과 섞이게 된다.
그렇게해서 일본의 "엥까(엔카演歌)"가 탄생하게 된다.
일본의 식민 지배하에 있던 1920년대말 부터 레코드 제작이 본격화 되고, 1930년대 이후부터 조선어 말살 정책등의 시기를 겪으면서 우리의 노래는 일본의 엥까에 의해 철저히 지배 당하게 된다.
광복될때까지 우리나라에는 "엥까풍"의 노래들이 어쩔 수 없이 들려지게 되고 동화되면서 우리나라의 음악이 되어 간 셈이다.
광복 이후 이런 잔재를 없애고 주체적인 우리나라 가요의 제작이 시작되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엥까"가 일본 전통음악과 "폭스트롯"이 합쳐진 음악인데, 여기서 일본 전통 음악적인 부분을 걷어내고 "폭스트롯"의 요소만 유지한 채로 서양의 팝과 재즈의 기법들이 섞이면서 우리나라 대중가요에 "트로트"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된다.
이런 과정은 1960년대부터 본격화 되어서 "폭스트롯"의 4/4박자 형식을 기본으로 하면서 "쿵짝 쿵짝"하는 특유의 비트인 강약이 생겼고, 독특한 꺽기 창법이 들어가는 지금의 "트로트"가 1970년대에 정립이 된 것이다.
정리를 하자면, 20세기 초반의 서양 춤곡인 "폭스트롯"이 일본에서 "엥까"로 바뀌고 이"엥까"에서 일본적인 요소를 빼고 다시 서양 음악적인 요소가 가미되면서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한국만의 음악이 만들어 진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일본적인 요소를 100% 걷어내지 못했기때문에 음악계에서 "트로트"는 "왜색"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일본을 통해 받아들여지긴 했지만 해방 이후 "엥까"와는 달리 독자적으로 발전을 했기때문에 뿌리만 같지 "엥까"와는 완전히 다른 음악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제는 사라져 버린 서양의 음악이 한국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한 셈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트로트에 대한 편견 중에 또 하나는 "옛날 노래는 트로트다"라는 인식인데, 실제로 트로트가 국내에 지금의 형태로 완성이 된 시기는 1970년대 이후다.
그리고 4/4박자가 아니면 일단 트로트에서 제외가 된다.
(물론 2/4박자도 있기는 하지만)
그러니 3/4박자인 "김정구"의 "눈물 젖은 두만강" 같은 노래가 트로트 일수가 없다.
"옛날 노래는 트로트"라는 인식과 "성인 취향의 노래들은 트로트"라는 인식은 버려야 할 것이다.
비록, 그 뿌리가 서양의 음악이었지만 우리의 음악으로, 한국적으로 변모한, 우리만의 음악이라는 점을 이해한다면, 아주 중요한 부분을 생각 해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발전"이다.
트로트가 젊은층에서 외면 받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가 변화없이 안주한다는 점이다.
천편일률적인 사랑 타령조의 깊이 없이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가사의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급격하게 변모하는 음악의 흐름에 변화 없이 동일한 멜로디라인과 단순한 악기들만으로 연주되는 조잡성이 현재 트로트가 가진 모순이며 맹점이다.
최초의 레게뮤직은 단순했고 좀 서글픈 음악이었지만, 시대의 흐름을 타면서 밝고 경쾌한 이미지를 갖추었고 여러 장르의 음악들과 융화하면서 엄청나가 다양해졌다.
트로트와 거의 유사한 작은 섬나라의 음악이 전 세계의 신세대들에게도 어필하게 되면서 세계적인 음악으로 발전한 것이다.
트로트를 하는 많은 가수나 작곡, 작사, 편곡 및 음반 제작 관련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값싼 음악으로 찍어 내기 보다는 젊은이들에게 다가갈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며, 젊은 음악을 하는 가수나 기타 음악인들도 트로트를 현대화 시켜서 젊은팬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전에 영턱스 클럽이 "정"이라는 노래를 발표 하면서 트로트를 사용한 것과 같은 그런 노력이 이어질때 "트로트는 나이 들면 하고 듣는 음악"이라는 벽을 깨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