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
탑골공원 담장 기와도 흠씬 젖고
고가 차도에 매달린 신호등 위에 비둘기 한 마리
건너 빌딩의 웬디스 햄버거 간판을 읽고 있지
비는 내리고 장마비 구름이 서울 하늘 위에
높은 빌딩 유리창에 신호등에 멈춰서는 시민들 우산 위에
맑은 날 손수건을 팔던 노점상 좌판위에
그렇게 서울은 장마권에 들고
다시는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 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
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비가 개이면 서쪽하늘부터 구름이 벗어지고
파란하늘이 열리면 저 남산 타워 쯤에선 뭐든 다 보일게야
저 구로공단과 봉천동 북편 산동네 길도
아니, 삼각산과 그 아래 도 세종로 길도
다시는,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보라, 저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 높이
훠이, 훠이, ...훠이, 훠이..훠이, 훠이.
빨간 신호등에 멈춰 섰는 사람들 이마위로
무심한 눈빛 활짝 열리는 여기 서울 하늘위로
한무리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높이
훠이, 훠이, ...훠이, 훠이..훠이, 훠이 훨훨훨 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