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오시는 분들 중엔 요가를 하시는 분도 많으시겠죠?
우리 한국에선 요가의 달인 쯤 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사람
무클 바수라는 인도인이 있는데요. 그는 케이블 방송에서 매일 한 시간 짜리 프로에 나와
임백천과 함께 상품을 소개하면서 전 세계의 문화를 소개한 것으로도 유명하죠.
"이 악기야 말로 우리 조상들이 남긴 유산으로 우리 집에선 제일 아끼는 가보랍니다" 등의 멘트로
우리 말의 뉘앙스를 살려 쇼 프로의 대가인 임백천도 놀라게 했는데요
그가 1993년 "러시아 아가씨 하나 직장 좀 구해줄 수 없을가요?" 하길래
"내가 무슨 힘이 있나" 했지만 "그래도 삼촌 친구들 중에도 없을까요?" 해서
"그럼 한광옥 사무실로 데려와 봐" 해서 나타난 슬라브 족 여인 다닐로예바 예카테리나.
러샤인들의 키가 큰 것이야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사무실에 나타난 그녀를 보자
그 당당하면서도 반짝거리는 금발에 대리석 처럼 흰 그녀 모습,
모두들 와 하고 일어설 정도였으니…그래서 그녀와 만난 것이 러시안과의 첫 인연입니다.
그러다보니 1995년이었어요. 하루는 난데없이 전화가 왔는데요
달마베다난다라는 미국인이 엊그제 하바롶스크에서 왔는데 날 만날 수 없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용건이 무어냐고 물으니까 나를 만난 뒤 얘기하고 싶다고 해서
장소를 정하라니까 우리 집에서 만나야만 20분짜리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설명할 수 있다기에
할 수 없이 그럼 낙성대역으로 오라니까 한 시간 쯤 지나서 도착했다고 연락이 와
집으로 데려왔더니 비디오를 보여주기 시작했어요.
비디오의 내용은 페레스트로이카니 글라스노스트니 하는 소련방 자유화 이후
블라디보스톡이나 하바롭스크 시민들이 어떻게 살고 있나를 보여주는 다큐멘타리였는데요
의류나 난방을 이전엔 국가에서 해결해 주었지만 이젠 자기 스스로 해결해야 하니까
아파트 한 가구에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아이들 4 세대가 사는 것은 물론인데요
게중에는 사촌도 같이 끼어 있는 경우가 허다해서 딱하기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그들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옷이라는군요. 이번 겨울을 보낼 의류가 절대 필요하다는 거에요.
그러면서 지금이 10월 하순인데 11월 말일까지 의류 한 트럭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보내야 한다고 해서
나는 지금은 속수무책이지만 3일 후에 다시 연락하면 답이 있을 것같으니 기다리라 하곤 그날부터 탐문수사.
그러다가 한때 <잘되는 집은 가지나무에 수박 열린다>를 써 베스트 셀러가 된 최래옥.
그 책을 썼을 때에는 한양대학교 교수이며 사범대학장을 역임하고 있었는데요
그가 -더불어 사는 이웃-이란 이름으로 양노원 고아원을 돕고 있던 터라 그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게 됐지요.
그러자 그는 마침 이번은 계획이 없었는데 잘 됐다며 그가 장로로 재임하고 있는 길음교회에서
옷 한 트럭을 장만해주었답니다.
그 옷은 블라디보스톡 나호드카 우스리스크 하바롭스크 4 도시의 장애인 과부 고아들에게 나뉘어져
그 일로 감사장도 받게 되었는데요. 이 일이 러샤인들에게 화제가 되어 러시아 친구들이 많아져
그 당시 한동안은 위 4개 도시에서 오는 사람들을 만나 감사 인사를 듣느라고 바빴읍니다.
나는 4 도시가 옷을 나누어 입었다길래 모두 블라디보스톡의 위성도신줄 알았는데요.
지도를 보니 블라디보스톡과 하바롭스크는 부산과 신의주보다 더 멀어서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다닐로예바 예카테리나는 지금 벨고라드라는 도시에서 유치원을 경영하고 있는데요
한번 러시아에 다녀가길 메일로 재촉하고 있지만 아직은 그럴 계획이 없어 언제나
주고받는 메일로 러시아 행 갈망을 달래고 있습니다.
사진은 날 장인이라고 부르는 그녀 남편과 할아버지라 부르는그녀 딸들. 이중 큰 아이는 내가 2004년도
뻬쩨르부르크에 갔을 때 태어난지 겨우 2달이었는데도 어머니를 따라 20 시간 기차로 와 내가 안아보기도
한 아입니다.
첫댓글 선생님 이야기 들으며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래 오래 행복하고 아름다운 관계 유지하시기 바래요^^
이 아가씨가 (이젠 아주머니지만) daddy라고 부르는 바람에 그 소문이 알려져 지금도 그때의 일을 거론하며 자기도 아버지라 부르겠다는 이태리인까지 생겨 어이없던 일이 있었는데요 한번 연을 맺으면 끝없이 지속되는 것이 아마 우리와는 다른 점이 아닌가 합니다.
이런식으로 나가단 전 세계에 선생님의 자녀들이 없는 곳이 없겠어요^^ 가장 귀한것은 황금보다 사람이 자원이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정말 날 코리안파더라고 부르는 사람은 러시아에 2, 인도에 1. 그러나 엉클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수없이 많아요. 그중 특이한 것이 있다면 이란은 파더 엉클 외에 큰 아버지라는 뜻의 aimoo가 있는데요. 사키네 아크람 둘이서 그렇게 부르니 남미주만 빼고는 내 딸이며 질녀들이 다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편지 대신 메일을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고마운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