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옆 국제 업무단지 내 에어조이 쇼핑몰 4층에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장난감 박물관이 개관했다. 어린 시절 누구나가 한 번 쯤은 가지고 놀았을 법한 다양한 캐릭터 장난감에서부터 장난감의 경지를 넘어 예술적 가치를 지니는 최고가의 장난감, 1700년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희귀 장난감을 비롯한 전세계의 앤틱 장난감에서부터 현대의 장난감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장난감들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수십억원을 호가한다고 하니 그저 단순한 어린이 장난감 박물관이라고만 하기에는 왠지 무언가 부족한 듯 싶다.
우선 박물관 입구 매표소 앞의 선명하고 화려한 색상의 벽그림들이 눈길을 끈다. 사선 모양으로 세워진 몇 개의 벽 사이를 지나가니 양쪽 벽에 온갖 종류의 인형들이 벽에 촘촘하게 붙어 있다. 여느 가정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부드러운 봉제 인형에서부터 갖가지 캐릭터들이 얽혀 있다.
여기 입구에서부터 시작하여 박물관은 전체 5개의 전시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1. 캐릭터 매니아
처음 관람객의 눈에 뜨인 것은 300년 전의 서커스 광경 장난감들이다. 가격을 물으니 가히 어마어마한 액수이다. 이 장난감들로 우리는 당시의 놀이 문화를 미루어 짐작해 본다.
좀 더 들어 가니 "노아의 방주"가 나온다. 참 정교하게 만들어진 이것 역시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격 이상으로 비싼 것이라 한다. 왠만한 작은 아파트 한 채 값이다.^^
이곳에선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전세계의 캐릭터 장난감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초기의 미키 마우스부터 시작하여 스머프, 아톰, 스누피, 둘리, 마징가 제트 외에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각종 디즈니 만화영화와 일본에서 건너온 캐릭터들이 한자리에 다 모여 있다. 장난감 박스 모양의 독특한 전시장 안에 오밀조밀 들어가 있는 캐릭터들이 재미있다.
아래 사진은 큐브릭으로 만든 디즈니 캐릭터들이다. (1990년대 후반 일본 메디콤토이(Medicom Toy)에서 발매를 시작한 6cm 크기의 장난감 씨리즈 ‘큐브릭(Kubrick)’은 장난감을 통해 팝 아트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육면체(cube)’와 ‘벽돌 모양 덩어리(brick)’의 합성어인 큐브릭은 디즈니, 쉬렉, 스머프 등 대중에게 잘 알려진 캐릭터를 정육면체 모양으로 왜곡시켜 일정한 크기로 재탄생시킨 장난감 씨리즈의 통칭이다-장난감 박물관 설명)
재미있는 것은 관람이 끝나고 뮤지엄샵으로 가면 이 큐브릭 시리즈(앤디 워홀의 바나나가 함께 들어 있는데, 1990년대와 2000년대로 오면서 장난감이 팝아트의 중요한 표현 도구가 되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가 판매되고 있는데, 겉으로 보기엔 다 똑같은 이 큐브릭 안에 단 몇개의 아주 특별한 큐브릭이 들어 있단다. 물론 그 "특별한" 게 뭔지는 판매하는 사람도 모른다고 한다.
"수천개의 동일한 제품 속에서 우연히 발견할 수 있는 보물" ?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딱 좋은 아이디어다.
2. 인형의 집
이곳에선 최초의 바비 인형을 비롯 블라이스 인형과 마담 알렉산더 인형 등을 볼 수가 있다. 도우미의 설명으로 초기의 바비 인형들은 모두 일본의 무명 화가들이 하나하나 얼굴의 눈을 직접 그려서 완성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에야 기술이 발달되어 기계로 작업을 하지만 당시엔 그 많은 인형의 눈을 일일이 손으로 그렸단다. 그런데 이후에 그들이 화가로서 나름의 명망을 얻게 되자 당시에 자신들이 그린 바비 인형을 모두 사서 불태워 버려 초기의 바비가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여기에 전시된 최초의 바비인형은 그 가격이 얼마일런지... 아래쪽 수영복 차림의 인형이 최초의 바비 인형이다.
세계 각국의 의상을 입고 있는 바비들의 화려한 자태와 마담알렉산더 인형의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 커다란 눈망울에 작은 몸집의 개성있는 블라이스 인형들이 볼거리다. 물론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한국의 바비에게서도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3. 테디베어
요즘은 여기저기에 테디베어 박물관이 많이 있다. 내가 가 본 곳은 아직 제주의 테디베어 박물관뿐이지만 테디 베어는 그 유래를 모르고라도 전세계의 모든 이들이 공통적으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인형이 아닌가 싶다. 나 역시 한 때 이 테디베어를 만드느라 며칠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었다...
여기선 제주에 비해 아주 아담한 사이즈의 테디베어 전시관이다.
오래 전 신문에서 욘사마 테디베어가 한정판으로 제작되었다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이 곳에서 그 욘사마 테디베어를 만날 수가 있다.
테디베어는 워낙에 많이 만들어진 탓에 흔하디 흔한 인형이긴 하지만 오른쪽 사진에서처럼 귀에 라벨이 붙여져 있는 것은 특히 고가의 명품이라고 한다. 물론 그 라벨들의 색상이나 기재 내용도 값어치에 따라 다 다르다고 한다.
색색의 현란한 아티스트 메세지 테디베어나 고급스러움의 대명사인 루이뷔똥 테디 베어를 만날 수가 있다. 특히 루이뷔똥 테디베어는 패션쇼가 끝남과 동시에 다 소각처리하는 것이 원칙이었음에도 이렇게 살아남아 사람의 손을 돌아다니는 것들이 간혹 있단다.
4. 오토마타
한마디로 움직이는 모든 장난감을 오토마타라 할 수 있다고 한다. 전기로든 밧데리로든 혹은 태엽으로든, 움직이는 장난감의 역사를 볼 수가 있다. 장난감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 보면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원리를 알 수가 있다. 전시장 한 쪽에 오르골 형태의 인형이나 태엽식 인형이 있어 직접 만져보고 움직여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사실 내가 해 보고 싶은 건 유리관에 갇힌 인형들이었다. 요즘 아이들이 흔히 가지고 노는 레고나 케이넥스 같은 비싼 교구를 통해 알 수 있는 여러가지 작동 원리를 쉽게 알 수 있는 인형들이 많아서...
특히 아래쪽의 촛불을 켜면 위에 있는 공기의 온도 변화로 인해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삼층집이나 다양한 목재 오토마타들이 눈여겨 볼 만 했다.
5. 양철 장난감
세계 최고가의 양철 인형을 비롯 다양한 앤틱 양철 인형을 만날 수 있다. 요즘에야 왠만해서 찾기 어렵지만 예전엔 대부분이 다 양철 인형이었나 보다.
아이들은 생전 처음 보는 양철 장난감을 보곤 마냥 신기해 한다. 나 역시 양철 인형이라고 하면 고작해야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양철 인형 정도이니...
1950년대 일본의 Yonezawa가 생산한 양철 로보트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최첨단 장치를 갖춘 "입에서 연기가 나는 로봇(일명 스모킹 로봇)"이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실제 확인은 할 수 없었다.
이렇게 각 전시장을 둘러 보고 나오면 거꾸로 만들어진 집이 있는 놀이 공간이 나온다. 간단한 라이더들도 있고, 지금은 북한 장난감이 한쪽에 전시되어 있다. 좀 조잡해 보이긴 하지만 왠지 친근감이 든다. 내가 어렸을 적 정도에 가지고 놀았을 법한 장난감들인지라...
장난감 박물관의 모든 관람이 끝나면 3층에 있는 "밀랍 인형 박물관"으로 간다. 말 그대로 밀랍 인형 전시관으로 국내외의 위인과 저명 인사를 모델로 한 40여 개의 밀랍 인형이 전시되어 있다. 관람료는 무료이다.
우리나라에서 사람보다 더 사람 같다는 밀랍인형들을 이렇게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으리라 생각한다면 아이나 어른 구분없이 재미난 구경거리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만 영종도까지 들어가기가 그리 쉬운 발걸음이 아니라 안타까울 뿐이다.
관람료는 성인 7천원, 어린이 5천원이지만 지금 개관 기념 이벤트 진행 중이라 40% 할인해서 입장할 수 있다. (어른 4,200원 어린이 3,000원)
첫댓글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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