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바나나 선택과 배양
마트 던전에서 바나나를 구합니다.
레이더를 가동해서 풋내가 날 것 같은 새파란 바나나를 찾으세요.
저는 아삭한 식감의 파란 바나나를 좋아해서 찾아 먹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먹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바나나를 키우기 위해서에요.
바나나가 파랗다 = 덜 숙성됐다 = 수확한 지 얼마 안 됐다.
네. 수확한 지 얼마 안 된 바나나일수록 배양 성공확률이 올라갑니다.
파인애플 키우기 편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한 것 같네요.
간택된 바나나입니다. 이 녀석을 칼로 자를 거예요.
우리가 바나나를 키우는 데 필요한 부분은
요 부분입니다.
자릅니다.
잘랐습니다.
필요한 부분만 남겨두고 다듬습니다.
나머지는 필요 없습니다.
중요한 과정입니다. 위의 사진처럼 약 세 곳에 칼집을 내주세요.
'아상 처리(맹아 처리)'라는 과정인데, 우리가 이런 용어까지 알 필요는 없습니다.
저곳에서 싹이 나도록 촉진하는, 일종의 상처를 내는 과정입니다.
기억하시나요. '레몬(식물) 가지자르기' 편에서도
유사한 팁을 설명한 적이 있었습니다.
행운목을 키우시는 분들은
줄기에 돌아가면서 난 칼자국을 본 적이 있을 거예요.
싹이 나오도록 유도된 겁니다.
실제로도 저 칼자국 난 곳에서 싹이 나와 자라고 있습니다.
다듬어 놓은 바나나 조직을 컵에 담고
약국에서 파는 과산화수소를 콸콸콸 부어서 24시간 정도 내버려 둡니다.
보통은 희석해서 사용하지만 여기선 그대로 사용합니다.
바나나 배양의 핵심은 멸균입니다.
바나나 조직이 뜨지 않고 잠기도록 눌러줍니다.
멸균을 위한 용기를 준비합니다.
저는 알루미늄 재질의 과자통(틴케이스)을 준비했습니다.
임시 멸균실(?)로 사용할 거예요.
내용물은 필요 없습니다.
하루 이상 멸균한 바나나 조직을 넣고
희석한 과산화수소를 부어 반쯤 잠기게 합니다.
(500mL 생수에 약국용 과산화수소 5뚜껑)
뚜껑을 덮고, 25℃ 내외의 공간에 2주일 정도 내버려 둡니다.
일종의 무균배양 시스템입니다.
이런 방법은 농업 쪽에서도 자주 활용됩니다.
건강한 고구마 순을 육묘하기도 하고,
희귀종인 난을 여러 개체로 배양할 수도 있습니다.
배양실(?)에 가둬둔 녀석을 확인해봅니다.
2주일 정도 지나면 칼집 낸 곳 중 한 곳에서
애벌레(?) 같은 놈이 튀어나옵니다.
가끔 칼집을 낸 세 곳 모두에서 나올 수도 있어요.
애벌레가 점점 자라납니다.
점점 붉은색으로 변하다가
어느 순간 잎이 확 펴집니다.
잎은 계속 자라다가 15cm 정도 자라나면 더는 자라지 않습니다.
바나나 조직의 양분이 다 된 것이죠.
바나나 조직에서 뿌리가 바로 나와주면 좋겠지만
이런 배양 방법으로는 뿌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삽목이나 물꽂이를 활용합니다.
싹둑, 잘라서
물에 담갔습니다.
녀석은 물을 먹고 조금씩 자라다가 뿌리를 내밀게 됩니다.
이렇게요.
뿌리가 잘 나온 것 같습니다.
화분에 심어줍니다.
이제 잘 키우면 됩니다.
바나나는 얼마나 키워야 달릴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그냥 키워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