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시린 사연
새벽에 대전의 근린생활시설 건축현장으로
내려갔습니다.
토목공사 마무리하고 정화조 매설로
구청 담당공무원 현장 방문한다기에 일찍 내려가서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데 설비 사장님이
농담반 진담반으로...커피 안사주나요?? 하시네요.
알겠다 하고서 현장옆 마트에 캔커피를
사러 가는데
행색이 참으로 남루한 한 남자가 서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기에 눈을 마주치지 않고
그냥 지나치려는데 다가와 저를 부릅니다.
"저기요..
"저요???네.왜요..??..
"음..어.....혹시 여기에 용접이나
경량일 많이하는 동네 아세요??..하시는 겁니다.
"아니 왜요?"
워낙 남루하고 이도 닦지 않은듯하여
관심없었는데
그냥 지나치기엔 좀 사연이 있어보여 물었습니다.
"일좀 하려는데 요즘 일거리가 없어서...
두달동안 3일밖에 일을하지 못해서요...
하고 말끗을 흐립니다.
"일이 없어서 매일 이렇게 밖으로 돌아다녀요"...
"어,,?? 그럼 건축현장일 하세요???
남루한 행색에 전혀 현장느낌이 없어서
되물었습니다.
"네.."
"고향이 공주인데 두달전 집사람하고 이혼하고서
어린 아들하나 데리고 무작정 집을 나와 이렇게.....,
"네??? 이혼을요?..직업이 없어요??
"아저씨..저기 현장 보이시죠?
거기 현장사무실 앞에가서 계세요..
금새 갈테니깐.".
하고서 캔커피 몇개를 사서 현장으로갔습니다.
현장 옆 휀스에 기대고 서있는 표정이나 행동들이
영락없는 노숙자입니다.
"이리와 보세요..하고 커피하나를 건네고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올해나이 마흔셋..저와 같은나이 입니다.
두달전 아내와 이혼을 했답니다.
본인 얘기로는 얼마안되는 재산 모든걸
아내에게 주고서
본인은 정작 돈한푼없이 6살짜리 아들하나 데리고
무작정 일을찾아 대전으로 왔는데 일거리가없고
가진 돈 한푼 없어서 주민등록증을 맡기고
여인숙에 있었답니다.
한달에 25만원하는 방값을 그것두 돈한푼 내지 못하여
두번을 아들과 같이 길거리로 쫒겨나고..
어떨때는 아들과 함께 노숙을 하고....
아들때문에 또다른 곳을 사정하여 일해서 돈받으면
방값 준다하고서 지금 여인숙에 있다고 합니다.
순간 내가 멍청해져서 얼굴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그 남자는 땅만 쳐다보고...있네요..
"왜 일을 못했는데요???
"전화는 있어요???" 했더니...
전화는 요금못내 끊긴지 오래고
현장일은 가끔 가는데 안전화가 없어서쫒겨났답니다...휴....
(건축현장엔 안전화 및 개인 안전도구를
갖추지 않으면 일을 시키지 않거든요)
"아니 그럼 안전화를 사시지요...했더니...
그럴만한 돈이 없답니다....그런돈이 없어서.
.정말 돈한푼이 없어서...
그런 소리를 들으니...참으로 서글퍼집니다.
설비사장님께 하루 조공으로 써보라 했습니다...
무작정..인건비는 내가 줄테니...하고서.
점심때 함께 식사를 하는데....
그분이 식사를 하지 않네요..
"아저씨 식사하세요"...했더니...
밥 안먹은지 몇일되서 탈이 날까봐서요..
.합니다.
이런...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어리숙한 모습으로 밥한술 뜨는 모습이
마치 세상에 주눅든 사람처럼
주변사람들을 말을 잇지 못하게 만듭니다.
겨우 밥한공기 뜨는둥 마는둥 하고서는 바로
현장으로 가 버립니다.
속이 안좋은건지 그냥 답답해서인지...
오후내내 현장에 함께 있었는데 식은땀까지 뻘뻘흘리며
참 열심히도 일을 합니다...
용접 설비 전기 경량...현장야방까지 모든것을
다 해봤다하고
연장다루고 알아서 일처리하는 모습이 거짓은 아닌듯하여
두어달 현장으로 무조건 출근하라 했습니다...
오늘은 그냥...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반까지 해서
5만원을 쥐어줬습니다.
처음에 "얼마드려요?? 했더니..
"그냥 조금만 주세요..저는 일을 시켜주셔서
그냥 고마울뿐입니다"....하네요..
일안하고 노는게 너무 힘이들어서 죽고만 싶었답니다.
삽질하는 오늘이 너무 행복했다고...
오늘 일당은 아들 맛난거 조금사주고 방값 계약금
주고 내일 일해서 받는돈은
아들 교회에 위탁하는데 아들 비용으로
준다고 하는데...
근데...모르는 이사람을 두고 내가 왜이리
가슴이 시릴까요??
알지도 못하는 한남자가 왜이리도
가슴한구석을 아프게 하는지....
글을 쓰는 지금도 흔히 한잔 술값도 안되는
몇푼 받아 굽신거리며 인사하고 돌아서며
또 인사하고 가는 모습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습니다.
모레 다시 현장에 가면 저녁시간에 삼겹살에
쐬주한잔 사줘야겠습니다.
행색이 서글픈 아버지와 어린아들...
마흔셋에 노숙자같은 아버지...왜 자기가
혼자인지도 모르고
아빠따라 슬픈생활을 하는 아들녀석...
그리도 무서운 부정이 있기에 그남자는 현장주변을
돌아보고 있었나 봅니다.
사람이 어찌하여 저렇게까지 되어버렸나..
하는 생각을 하다보니
나 자신두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생각이 듭니다.
여인숙에서 답답하게 지내고 있다는
그 어린 아들은
아버지가 사들고 온 맛난 과자의
내용을 알까요?
......작년 부도나서 어려웠던 시절의 사연이
소개되어
아시다시피 돈한푼없던 제가 너
무 어려워봐서
이사람 그냥 지나쳐지질 않습니다.
제가 할수 있는만큼 일어설 수 있을때까지
도와주고 싶습니다.
오늘두 그 한남자는 현장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근데 왜 멀리서 지켜보는 내가
가슴이 이리두 아픈지...
지금의 꽃샘추위만큼이나 갈팡질팡
저사람을 보는
내 가슴이 시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