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문장 만들기

[개여울(안영미)]

깔끔한 문장 만들기

                                                                                        김이랑

복수형

글을 읽다보면 복수 접미사 ‘들’을 남용한 글이 많습니다. 영문 번역체를 그대로 받아들인 탓입니다. 심지어 신춘문예나 문학상에 당선된 작품에도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말은 굳이 ‘들’을 붙이지 않아도 복수란 사실을 짐작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복수형는 복수임을 알릴 때 또는 단수인지 복수인지 애매할 때 쓰는 게 좋습니다.

- 많은 시민들이 모였다.

- 여러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 과일들이 열려 있다.

- 대중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상점들이 즐비했다.

위 예문은 ‘들’을 붙이지 않아도 의미 전달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여러' 또는 '많은'이 앞에 있으므로 '들'은 필요 없습니다. 또한 '과일'은 낱낱이 아닌 집단을 나타내므로 이 역시 복수형으로 쓸 이유가 없습니다.

‘시민’이나 ‘대중’은 무리를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문제는, 무리를 하나의 단위로 보느냐 개개의 모임으로 보느냐에 달렸는데, 전후 문맥에 따라 달라집니다.

- 생각들이 뇌리에 맴돌았다.

‘생각’은 추상명사이기 때문에 복수형을 쓰지 않습니다. ‘여러’ 또는 ‘많은 생각이’로 해도 무난합니다. 꼭 쓰고 싶으면 ‘생각의 조각’처럼 개별 단위로 쪼갠 다음 ‘들’을 붙이면 어법에도 맞고 추상의 의미를 더하는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의존대명사 - ‘것’

오래전, 국립국어원이 조사를 거쳐 발표한 수치를 보면 문학작품, 신문, 잡지에 실린 글 중에서 ‘것’이 가장 많이 쓰였다고 합니다. 이를 증명하듯 수필 문장에도 ‘것’이 가장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장에 ‘것’을 많이 쓰면 자칫 어휘력이 모자라거나 어휘를 조립하는 솜씨가 떨어진다고 지적받기 십상입니다.

자연보호주의자인 나로서는 물고기를 어항에 가둔 것에 대해 내심 못마땅해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렇게나마 물고기를 가까이 두고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가 없는 것이다.

위 예문은 첫 문장에 ‘것’이 두 번 쓰였고, 또 둘째 문장에도 두 번이나 쓰였습니다. 특히 둘째 문장에서는 번역체 ‘아닐 수 없는’과 ‘것’이 연속으로 충돌해 의미 전달은 물론 문장의 흐름도 턱턱 막힙니다. 문맥에 따라 다르나 첫 문장 ‘물고기를 어항에 가둔’은 여기서는 ‘사실’이므로 ‘것’을 사실로 바꾸고, ‘못마땅해 한 것’은 ‘못마땅하다’로 서술하면 문장이 간결해집니다. 둘째 문장도 마찬가지…,

‘것’ 앞에 나오는 ‘절’은 대부분 그 내용이 사실, 경우, 장면, 사건, 까닭 등입니다. 그리하여 ‘것’을 ‘사실, 경우, 장면, 사건, 까닭’으로 대체하면 좋습니다. 하지만 되도록 ‘것’을 덜 쓰도록 노력해야 문장력이 좋아집니다. 문맥상 어쩔 수 없이 연속으로 써야한다면 ‘걸’, ‘게’, ‘건‘으로,

골목에서 놀던 나는 부리나케 달려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내 방에서 책을 펴고 공부하는 척 했다. 시장에 간 어머니가 오고 있었던 것이다.

위 예문은 ‘것’을 유용하게 썼습니다. 앞 문장을 보충하고 강조하고 완결하는 역할을 하며 문장에 힘을 실을 경우입니다.

꾸밈과 겹꾸밈

‘꾸밈’은 문장에 화장을 하거나 옷을 입히는 일입니다. 수필 문장에서도 꾸밈은 필요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의미에 혼란을 일으키거나 문장을 산만하게 합니다.

1> 와이셔츠를 반듯하게 다려 입은 대학 철학 교수.

2> 목사님의 설교의 오묘한 뜻처럼.

3> 노파의 생을 지키는 늙은 몸속의 낡은 내장.

4> 나의 어머니의 옷고름.

5> 꾸미지 않은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

6> 실과 바늘은 붙어서 함께 가야하는 끈끈했던 삶들이었다.

수필을 읽다보면 위 예문과 비슷한 언어 배열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멋을 부리려는 욕심 또는 의미를 확장해보려는 억지가 만든 기형아입니다. 또한 분량을 맞추려 문장을 늘이다보면 이렇게 됩니다.

1>은 ‘와이셔츠를 반듯하게 다려 입은’의 주체가 ‘대학’인지, ‘철학’인지, ‘교수’인지 아리송하지만, 와이셔츠를 입었으니 ‘교수’입니다. '대학'은 빼는 게 좋겠지요. 또한 ‘반듯하다’는 어의로 보아 ‘다려 입다’와 어울리지 않으니 차라리 '깔끔하다'가 낫습니다.

2>는 ‘의’라는 고개를 두 개나 넘어 ‘뜻’에 닿습니다. 숨이 차지요? 그냥 ‘오묘한 설교처럼’ 하면 고생을 덜할 텐데 말입니다.

3>은 구절양장 고개를 넘어야 ‘내장’에 닿습니다. 풀어쓰면 ‘늙은 몸속의 낡은 내장이 노파의 생을 지킨다.’인데, ‘지킨다’ 보다는 ‘버틴다’ 또는 ‘지탱한다’가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문장은 낱말과 낱말을 결합해 화학반응이 일어나면 새로운 연상을 일으킨다는 차원으로 구사할 수 있으나, 이마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늙은 노파의 생을 지탱하는 낡은 내장’이라고 해도 답답하지요. 비유와 꾸밈, 모두 실패한 경우입니다.

4>는 ‘내 어머니’로 표현하면 간단합니다. '나의 것'보다 '내 것'이 발음도 간편하듯,

5>는 ‘천진’에 ‘꾸미지 않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둘 중 하나는 빼야겠지요.

6>은 문장도 비문이지만, ‘붙다’, 함께 가다‘, ’끈끈하다‘가 삼촌 또는 사촌입니다. 언어에도 근친교배는 좋을 게 없겠지요. 무리하게 배열하다보니 비문이 되고, 지나치게 꾸미려다보니 화장에 얼룩이 진 경우입니다. 시詩에서는 일부러 비문을 만들고 그 너머로 독자를 밀어넣어 묘한 여운을 남기는 수법도 쓰지만, 수필에서는 문장만 해칩니다.

그런가 하면 ‘겹 꾸밈’을 잘 쓰면 리듬과 효과를 살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 콩 심으면 콩 나는 정직한 땅.

나> 사계절이 어김없이 순환하는 약속의 땅.

위 예문은 ‘정직한 땅’과 ‘약속의 땅’을 적절히 강조했습니다. '콩 심으면 콩 나는 = 정직한'이지만 겹 꾸밈의 효과를 살려 언어에서 느끼는 지평을 넓힌 경우입니다.

조사 ‘의’

‘의’는 일본어 'の' 를 번역한 투인데, 요즘엔 워낙 많이 쓰다 보니, 뭐랄까요, 습관이 되었다고 할까요. 아무튼 수필문장에도 대수롭지 않게 쓰고 있습니다. 물론 쓰임새가 많다는 증거지만, 문장력을 높이려면 되도록 줄이는 게 좋습니다. 그 예를 볼까요?

* 나무의 인간취급이 엉뚱한 일은 아닐 것이다. ☞ 나무를 인간으로 취급하는 일은

* 마을의 수호목인지 여부도 알 수 없다. ☞ 마을을 수호하는 나무인지

* 은행나무를 유교의 상징적 나무로 여긴다. ☞ 유교를 상징하는 나무

* 화투의 짝 ☞ 화투짝

* 영화의 한 장면 ☞ 영화 한 장면

* 동굴의 천장 ☞ 동굴천장

* 짐승의 울음 ☞ 짐승울음

* 여성의 문제 ☞ 여성문제

* 사회의 문제 ☞ 사회문제

이처럼, ‘의’를 쓰지 않아도 얼마든지 편안한 문장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 자연의 아름다움을 화려한 색깔로 표현했다.

* 아름다운 자연을 화려한 색상으로 표현했다.

위 문장은 얼핏 같은 의미로 보이나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 차이는 <자연의 아름다움 - 아름다운 자연>과 에 있습니다. 첫째문장은 시선이 가깝고 둘째문장은 시선이 멉니다. ‘나무’와 ‘숲’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색깔 - 색상>도 거리에 맞게 썼습니다. 미묘한 어감 변화가 느껴지십니까?

* 아버지의 사진

아버지가 소유하고 있는 사진인지, 아버지를 찍은 사진인지, 모호하지요?

‘~의’는 워낙 광범위하게 쓰이고 또 쓰임새마다 어감이 미세하고 다양하게 변해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습니다. <A의 B>와 <B의 A>, 이 미묘한 변화를 감각으로 익혀두면 정밀한 문장을 구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위(爲)하다

한자에서 ‘爲’는 ‘하다. 만들다. 베풀다. 성취하다. 배우다 등으로 해석합니다. 일어도 비슷하지요. 그런가하면 우리말에서는 ‘어떤 목적을 이루려 하다’, ‘이롭게 하거나 돕다’, ‘물건이나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다’, 이런 뜻으로 씁니다. 뜻이 다양하다보니 수필 문장에서도 많이 나타납니다.

* 건강을 위하여

* 가정의 평화를 위하여

* 글을 쓰기 위하여

위 형태로 나타나지요. 그런가 하면

* 등산을 위하여

* 쇼핑을 위하여

* 설악산을 등산하기 위하여

이렇게 쓰기도 합니다. 술자리에서 '위하여'를 합창하는 문화 때문일까요. 남용하고 있습니다. ‘등산’이나 ‘쇼핑’은 ‘지향’이나 ‘목적’이 아니라 '행위'이므로 되도록 '동사'를 뒤에 쓰는 게 좋습니다. ‘등산을 가기 위하여’, ‘쇼핑을 하기 위하여'로 써도 뭔가 어색합니다.

* 건강을 지키려

*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려

* 글을 쓰려

* 등산을 가려

* 쇼핑을 하려

* 설악산을 오르려/설악을 등산하려

이렇게 쓰면 굳이 ‘위하다’를 쓸 이유가 없습니다. 남의 나라 말투를 남용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주격조사

① 한 여성이 ‘육아비용은 국가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② 한 여성은 ‘육아비용은 국가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문장은 비슷하나 그 의미는 다릅니다. ①번 문장은 단순한 사실에 그치지만 ②번 문장은 사실 뒤에 다른 입장이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이, 가'는 문장 주체의 행위와 관련된 사항만 말하는 주격조사이며, ‘은’과 ‘는’은 비교, 대조. 전제를 깔고 있는 보조사입니다.

* (참석자 대부분은 말이 없었으나), 한 여성은 ‘육아비용은 국가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주격조사와 보조사의 쓰임새를 잘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또한 ‘꽃은 아름답다’는 사물의 속성을 나타내며, ‘꽃이 아름답다’는 묘사라는 점 알아두십시오.

접미사 ‘~적(的)’

일본식 한자어인 '~적(的)'은 ‘과녁’을 말하며, ‘상태, 성질, 경향’을 나타낼 때 씁니다. 우리말로 해석하면 ‘~다운, ~성질을 가진, ~에 가까운’이 되겠지요. 주로 논문이나 논설에 많이 쓰는데, 이는 논문이나 논설을 쓰는 학자(문법에 관심 없는)가 편리대로 쓴 결과입니다. 이러한 논문이나 논설을 읽으며 공부한 학생도 ‘적’을 남용하게 되지요.

* 경제 문제

* 윤리 문제

* 학문 성과

이처럼 ‘적’을 빼도 아무 문제가 없으며,

* 국제적 수준에 근접했다.

이렇게 잘못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적’에는 ‘가깝다’라는 뜻이 있기에 ‘근접하다’는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문장에 한껏 멋을 냈지만 실은 무식의 소치며 남용입니다. '국제수준에 근접했다'가 바른 표현입니다.

* 개인적 생각으로

‘내 생각으로’하면 될 것을 굳이 개인에게까지 ‘적’을 썼지요. 잘못된 표현입니다.

* 포괄적 뇌물죄

법원은 ’포괄적 뇌물죄‘라는 희한한 신조어를 만들어 과녁(的)의 범위를 넓히기도 했습니다. 유식이 넘쳤는지 아니면 권력의 눈치를 보았는지, 특정인을 겨냥한 정치 판사가 한 짓입니다. 이 희한한 신조어는 방송 토론에서도 널리 쓰입니다. 전문 용어를 쓰면 유식해보인다는 무식쟁이나 하는 짓이 아닐까요.

* 효과적 방법 ☞ 효과가 있는 방법

* 다각적 이유 ☞ 다양한 이유

* 가급적이면 ☞ 되도록

* 윤리적 측면 ☞ 윤리면

* 윤리적 소비 ☞ 윤리에 맞는 소비, 윤리를 따르는 소비

* 상식적으로 ☞ 상식으로, 상식을 기준으로, 상식 선에서

이처럼 다른 말로 바꾸어 쓰니 문장이 훨씬 부드럽지요?

‘적’은 수필 문장에서도 잘 쓰는데, 되도록 지양하고 꼭 써야할 곳에만 쓰는 게 좋습니다.

조사 ‘~(으)로부터’

‘~(으)로부터’는 행위가 출발하는 지점을 뜻합니다. 그런데, 영어 ‘from’이 사고를 치는 바람에 ‘~(으)로부터’가 우리말에 만연합니다.

* 아버지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

* 북한으로부터 온 탈북자

* 일본에서부터 출발했다.

* 상대방으로부터 한 대 맞았다.

유치하지요? 그냥 ‘~에게’나 ‘~에서’를 쓰면 자연스러운데,

* 자유로부터의 도피 (Escape from freedom)

‘에리히 프롬’의 저서지요. 누가 번역해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 모르지만 아마 영어 깨나 한다는 사람이 저지른 짓(?)이겠지요. 그래선지

*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 아내로부터의 선물

이런, 해괴한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굳이 명사절로 할 것 같으면,

* 일상에서 탈출하기

* 아내에게 받은 선물

이러면 될 것을,

‘시키다’

* 포토샵으로 사진을 확대시켜보니 내 얼굴의 잔주름이 드러났다.

* 마트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키를 빼지 않은 채 문을 잠근 것이다.

수필에 쓰인 문장입니다. 얼핏 문법에 맞는 문장 같지만, ‘시키다’가 잘못 쓰였습니다. ‘시키다’는 ‘3자에게 어떤 일을 시킨다’인데, 위 예문은 ‘확대’와 ‘주차’를 한 주체는 ‘나’이기에 ‘시키다’는 ‘하다’로 바꿔야 합니다.

* 심부름시키다(하다)

* 청소시키다(하다)

‘심부름’과 ‘청소’는 행위의 주체에 따라 ‘시키다’와 ‘하다’를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 사람을 소개시키다.

* 빨래를 건조시키다.

* 원서를 접수시키다.

‘하다’가 붙는 말 중에서 그 대상이 원래 3자인 경우, ‘소개, 건조, 접수......,’ 등은 ‘시키다’를 쓰지 않습니다. 행위의 주체를 잘 구분해 쓰기 바랍니다.

* 환경청은 수질을 개선시키기 위하여,

* 법원은 홍길동을 구속시켰다.

이제, 위 두 문장이 틀렸다는 사실을 아시겠지요?

덧붙이면,

* 가입을 하다.

* 개선을 하다.

* 시작이 되다.

* 준비가 되다.

이렇게 한 단어에 ‘을’이나 ‘이’를 붙여 두 단어로 가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하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 ‘do’가 이간질해 우리말의 사이가 벌어진 경우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가입하다'처럼 붙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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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여울(안영미)]

도움이 되겠어서 퍼왔습니다.

[숲그린(조성숙)]

감사합니다. 글을 쓸때 비문이 되지 않도록 신경 많이 쓰는 편인데도 가끔 나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