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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회(UR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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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낭송시 스크랩 우리詩 6월호와 인동꽃
홍해리洪海里 추천 0 조회 83 10.06.06 12:1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좀 늦게 ‘우리詩’ 6월호가 배달되었다. 이번호도 풍성한 작품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권두 시론’으로 고성만의 ‘시의 도반道伴 - 차창룡 시인과 나’를, ‘이달의 우리詩’에는 임보의 ‘법정유음法頂遺音’, 이건청의 ‘야외 전시장에서’, 나태주의 ‘민들레’, 신승근의 ‘집’, 나호열의 ‘독과 약, 또는 독약’, 조병기의 ‘산수유’, 이혜선의 ‘눈부처’, 윤효의 ‘열네 살’, 장종권의 ‘봄은 불려온다’, 이화은의 ‘흑장미’, 김상현의 ‘시인의 발바닥’, 박영원의 ‘도전挑戰’, 이상인의 ‘우산’, 주경림의 ‘엉킬수록 아름답다(?)’, 한승태의 ‘13인의 질주하는 아해들’, 박정순의 ‘장천獐川’, 서범석의 ‘직두리 부부송夫婦松’, 강경호의 ‘아버지의 구두’, 김금용의 ‘섬 할머니와 들풀’, 장하빈의 ‘불영사 가는 길’, 박정원의 ‘물푸레나무’와 각각 1편씩 실었다.


 특별 기획 ‘이 詩, 나는 이렇게 썼다(30)’는 맹하린의 ‘시는 내게 있어 사랑이다’ 조유리의 ‘나쁜 피’, 신작소시집에는 이동훈의 ‘용장사지 삼층석탑’외 5편, 이동훈의 ‘신작소시집 읽기’로 장수철의 ‘참신한 똥덩어리 같은 기특한 시 하나를 위하여’, 홍예영의 ‘득음을 위하여’외 5편, 남정의 ‘길에 대한 여섯 가지 삽화’가 뽑혔다.


 2000년대 등단시인 신작특집으로 강영은의 ‘시인詩人’, 고경숙의 ‘탁본’, 김세형의 ‘정오 12시’, 김필영 ‘빗장 잃은 대문’, 문지숙의 ‘새벽안개’, 박승류의 ‘달팽이 성토대회’, 송태옥의 ‘후박나무 금언’, 유진의 ‘골동반骨董飯’, 이희원의 ‘11분’, 장혜승의 ‘폭설’, 장혜원의 ‘역방향으로 가는 열차를 타고’, 정이향의 ‘들개’, 정하해의 ‘한때’, 정혜옥의 ‘8월에 웬 눈이라니?’의 한석호의 ‘무단전출’, 한옥순의 ‘5월 배나무’ 황구하의 ‘물에 뜬 달’, 황정숙의 ‘솜틀집은 사라지고’외 각각 1편씩 올렸다.


 임보 시인의 詩 창작교실은 ‘당신도 좋은 詩를 쓸 수 있다(16)’를, ‘우리詩’가 선정한 좋은 시는 복효근 추천으로 정일근 문숙 서홍관 윤효 이정록 엄원태의 시를, 한시 읽기(13)는 진경환의 ‘시와 공간(1)’, 영미시 산책은 롤린 J. 웰즈의 ‘늙는다는 것’을 백정국의 번역으로, ‘우리詩’ 월평은 박해림의 ‘너를 위한 변주곡’을 실었다. 그중 맘에 드는 시 6편을 골라 인동꽃과 함께 올린다.



 

♧ 법정유음法頂遺音 - 임보


한 분의 현자가 세상을 떴다

무소유의 화두로 한평생을 맑히던 선사

드디어 마지막 남은 육신마저 버렸다


밀려오는 사바의 물결

떨쳐버리기 어려운 ‘유명(有名)’을 피해

아무도 모른 산속의 너와집에 몸을 숨기던 그

이젠 적멸(寂滅)의 자유 속에 들어 평안하신가


生也一片浮雲起(삶은 한 조각 뜬구름 일어남이요)

死也一片浮雲滅(죽음은 한 조각 뜬구름 사라짐일 뿐)

생사의 경계가 없다고 하지만

돌아가는 길은 얼마나 적막한가


관도 만들지 말고

빈소도 마련치 말고

사리(舍利)도 찾지 말고

남긴 글들도 다 절판(絶版)하라는―


그의 유음이 너무 시리다.



 

♧ 불영사 가는 길 - 장하빈


눈 덮인 골짜기 빠져 들어갔다

금강송 가지에 얹힌 눈 툴툴 털어내며

천축산 지고 가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내 마음의 영지 찾아가는 길

두꺼운 얼음장 깨고 나오는 물소리

발아래, 또랑또랑하다

어깻죽지 움츠리고 앞서가는 사람들

주머니 속, 성냥개비라도 만지작거리는 걸까?

그 옛날 불영사 앉은 자리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 내가 화엄을 꿈꾸고 있는 건 아닌지

천지간 또 한 굽이 돌 때,

우리 잠시 멈춰 서서 물살 지을 뿐이라고

바닷가에서 동행한 바람이 속삭여 주었다

그래, 무수한 이파리 달고 길에서 사뭇 서성대다가

불영사 찾아온 내 꿍꿍이속은

못 속 그림자로 영영 갈앉는 것이리라

 



 

♧ 물푸레나무 - 박정원


사랑이여

그대가 물푸레나무인 줄 몰랐다

물푸레― 라고 숨죽여 읊조리면

그대 우러르는 먼 산이

시 한편 들려주고

돌아보는 뒷모습이

그림 한 장 남겨줬다

물푸레나무 아래서

이 나무가 무슨 나무냐고 물었듯이

사랑이여

나는 그대가 사랑인 줄 몰랐다

웃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고

치어다볼 때마다

정강뼈 아래 물빛을 온통

물푸레로 물들이던

사랑이여

물푸레 옆에서 물푸레를 몰랐다

점점 내가 물푸레로 번져가는 것을 몰랐다

물푸레 물푸레 되뇌기만 하면서

맑은 물 한 종지 건네는 그대를

알아보지 못했다



 

♧ 후박나무 금언 - 송태옥


 인내는 쓰나 열매는 달다라고 쓴 후박나무 마른 이파리가 책상 벽에 붙어 있었다 조카는 후박나무잎이 인내인 줄 알고 책상 위에 올라 후박나무잎을 맛보았다 조카는 나에게 인내는 맛이 없던데 열매는 어디 있어요 열매도 맛이 없겠네요 조카에게 저건 후박나무잎이란다 인내는 힘들어서 쓰다고 하고 열매는 값져서 달다고 하는 거야 맛없는 인내에는 열매도 맛이 없단다 조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후박나무잎을 다시 맛보며 아휴! 맛도 없는 게 엄청도 쓰네라며 혼잣말로 중얼중얼거렸다

 



 

♧ 어둑살무늬 지도 - 황정숙


발끝을 적시고 심장을 품은 물속에 가만히 두레박줄을 내린다

어떻게 닻줄처럼 팽팽한 길이 저 깊은 우물 속으로 이어져 있었을까?

한 두레박 퍼 올릴 때마다 푸르게 지나간 것들이 뒤뚱거리며 출렁거린다

퍼낼수록 더 맑아지는 샘, 깊은 허공을 만들며 드러난 길

물길이 머물던 돌 틈에 뿌리내린 이끼가 어둠을 빨아들이고 있다

낚싯대를 끌어올릴 때 물 비늘 떨어지듯 박힌 돌들을

별로 품은 하늘에 동심원이 퍼진다

두레박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실로폰 소리를 낸다


화음에 맞춰 수면에 퍼져가던 물그림자 그 시간으로 이어진 긴 두레박줄을 흔든다

멱까지 차오른 내 안의 우물물, 날 여기까지 끌어올렸을 어둑살무늬 지도

퉁퉁 불어터진 눈으로 만져본다, 찰랑 허공으로 떨어질 두레박줄 팽팽하다



 

♧ 나뭇가지를 얻어 쓰려거든 - 이정록


먼저 미안하단 말 건네고

햇살 좋은 남쪽 가지를 얻어오너라

원추리 꽃이 피기 전에 몸 추스를 수 있도록

마침 이별주를 마친 밑가지라면 좋으련만

진물 위에 흙 한줌  문지르고 이끼 옷도 입혀 주고

도려낸 나무그늘, 네 그림자로 둥글게 기워보아라

남겨진 나무 밑동이 몽둥이가 되지 않도록

끌고 온 나뭇가지가 채찍이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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