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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4일(금요일) 아침 일찍 김밥 2줄을 구입하여 4박 5일 일정의 가을 소풍에 나섰다.
출근 시간대를 피하여 일찍 부산을 벗어나려는 계획 이었지만 이것저것 챙기고, 또 빠트린 물건을 가지러 다시 집으로 들어가고 그러다 보니 아침 6시 30분을 지나고 있었다.
집에서 시내를 벗어나는 데는 거리도 짧고 소통도 원활하여 여유 있게 잘 갈수 있었으나 신 양산 물금 구간에서는 잠시 밀리는 현상이 있었다.
청도 가까이 다다르자 안개가 자욱하게 도로를 덮어 시야 확보가 어려워 안개등을 켜고 조심운전 모드로 달렸으나 이 현상은 제법 오래 동안 이어 졌다.
그렇게 달려 대구를 벗어나고, 칠곡 휴게소에서 준비한 김밥 두 줄을, 한 줄씩 나누어 먹으니 그 맛이 일품 이었다. 그 김밥의 이름을 일품이라 하명이라도 해야 할 듯.
운전 중 졸음의 예방을 위하여 좋아 하는 커피는 한 두 휴게소를 더 달려 식곤증이 오면 쉬어 가며 마시기로 하고 곧장 액셀레이더를 밟았다.
그 후 한 두 곳을 더 쉬어가며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도착하니 12시 이전.
간단하게 점심을 챙기고 오늘과 내일의 일정을 견주어 보다 오후에는 감사원 앞길에 가 보기로 하고 지하철을 세번, 그리고 마을버스로 갈아타 감사원까지 도착하였다.
한옥마을 윗 편에 있는 감사원 주변은 조용하고 아름다운 단풍들이 많이 피어 있었다.
온 김에 기념으로 몇 컷을 날리고 다시 마을버스로 안국역까지 내려 온 후에 한옥마을로 걸어 내려 왔으면 했는데 하고 아쉬움이 남았다.
어느 듯 해는 저물어 석양이 깔리는 시각이었다. 지나오는 길에 홈플러스에 들러 필요한 몇 가지 물건을 구입하고 저녁을 지어 맛있게 먹었다.
다음날 아침 먼동이 트자 허준 박물관 길을 가로 질러 인근에 있는 한강변으로 나갔다.
아침 운동을 하려는 다양한 많은 사람들이 강변길을 걷거나 달리고 자전거 라이딩을 하고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이 여러 그룹으로 달리고 있는 것이었다. 아마도 내일 춘천마라톤을 앞두고 몸을 풀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인가 보다.
나는 한강변 가양대교 밑에서 양화대교 밑까지 왕복 12Km를 가볍게 달려 아침 운동으로 대신했다.
서울에서의 점심을 마치고 내일의 결전이 있을 춘천을 향했다.
한강변의 올림픽대로는 주말을 맞아 시내를 벗어나려는 차들로 제법 붐볐다.
시내를 벗어나 춘천으로 향하는 도로변 가을 산은 다홍치마를 두른 그런 모습 이었다.
최근 수년간 매해 이 길을 똑 같이 달렸지만 지금의 이 순간이 가장 아름답고 새로운 것 같아 자연에 감사하며 이동하고 있었다.
설악산으로 향하는 차량들로 다소 혼잡하기도 하지만 늘 상 겪어보던 일이라 태연히 달려 여유롭게 춘천에 도착하였다.
춘천에서의 오늘은 내일 달리게 될 삼악산 아래 의암호반의 마라톤 코스를 드라이브 하는 것으로 정하고 정숙주행으로 의암호를 돌아 다시 시내로 들어서며, 소양강처녀 노래비와 소양강처녀 상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였다.
촬영을 마치고 저녁식사 시간으로는 다소 일렀지만 공지천 주변 ‘우미닭갈비’집에서 춘천 닭갈비로 저녁을 대체하여 숙소인 신라장에서 주말 TV시청을 하며 여독을 풀었다.
새 날이 밝아 바로 숙소 앞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사람들의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는 공지천 주변 마라톤 출발장소에 도착하였다.
많은 사람들로 붐벼대는 대회장 주변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출발의 총성과 함께 모두들이 각 조별로 달려 나갔다.
한 참의 오르막 구간을 지나고 나니 양재천동호회 로고가 새겨진 조끼를 입은 여성 달리미가 눈에 들어 왔다. 나는 내심으로 이 들을 도우미로 삼고 달려 보기로 한다.
왼쪽 발목이 좋지 못하여 조심스럽게 달리긴 하지만 자칫 무리하게 되면 중도에 포기해야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성분은 보폭이 좁아 같이 달려보면 편안하기 때문이다.
무리하지 않고 수월하게 그녀들을 따라 달려 20Km 지점 급수대에서 그만 무리를 놓치고 말았다. 다시 찾아보려 빠르게도, 느리게도 달려 보지만 도통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 후 그럭저럭 달려 마지막 오르막 구간인 소양강댐 둑을 지나고 32Km구간 에서는 왠지 달릴 의욕이 통 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스피드를 낮추어 2~3km만 나아가면 다시 힘이 모아진다는 것을 여러 번 달리면서 체득을 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래 내가 기록을 깨는 것도 아닌데 편안함을 택하자 하고 몇 걸음 걸어가기로 하였다.
그 후로는 줄 곳 걷거나 달려 골인지점까지 왔더니 나의 마라톤 기록 중, 처녀출전 하였던(2002년 11월 24일) 이후 가장 늦은 4시간 51분 이었다
달리던 도중 남녀가 하던 대화(‘마라톤이 가장 정직한 운동이다’)가 스쳐간다.
평소 연습한 대로 달려지고 기록이 나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나 역시 발이 좋지 못하고 하여 장거리 연습에 소홀하였더니 몸이 어떻게 알고 달리기를 멈추라고 하였던 것이다.
풀코스를 달리려면 6개월 정도의 훈련이 필요한데 기간은 보냈으면서도 강도는 게을리 하였음이 나타난 것이다. 아쉽지만 그래도 즐겁게 달렸고 기분은 상쾌하다.
숙소에 들려 간단한 샤워로 땀을 씻어내고 속초 대포항으로 향했다.
설악산에 들리면 항시 들리던 집에서 산채비빔밥을 먹었는데 지난해 가보니 그 집이 폐업을 하고 속초시내로 갔다는 것이다. 이웃 식당에 가 보았지만 정서상 옛날 맛이 나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은 참 교만한 것 같기도 하다.
그 동안 정이 들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였던 정담이 없어지니 그것이 음식 맛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지난해 내려오면서 유명하다는 튀김을 사러갔다가 식사를 하였던 그 집 ‘꽁지수산 횟집’에 가려는 참이다.
개업 한지는 얼마 되지 않은 듯 하고 여주인도 때가 묻지 않아 그런지 아주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땡기는 뭔가가 있었던 곳이다.
남자 주인이 생선회와 매운탕을 60,000원에 해 주겠다고 하여 기다렸더니 역시 멀리까지 찾아간 수고는 가치가 있었다.
그 동안 마라톤 연습 한다고 약주도 절제 했는데 오늘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소주잔을 들이켜 본다. 참아왔던 시간까지 합하여 술맛이 나는 것 같다.
그렇게 식사와 반주를 겸하고 설악산 숙소로 향한다.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아 설악산 소공원까지 내려온 가을 단풍을 이불삼아 하루 동안 지친 몸을 눕혔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느지막하게 마치고 숙소를 나오는데 설악의 아침은 너무나 맑았다.
일기예보에서는 오늘 외설악 일부는 오전에 비가 조금 내리겠다는 보도가 나와서 다소 아쉬웠었는데.
10시경 소공원을 지나 비선대 방향으로 향하였다. 소공원 단풍은 예년정도 수준이었고 각종 공사로 어수선한 가운데 중국관광객을 비롯한 케이블카를 탑승할 사람들로 붐볐다.
소공원을 벗어나자 한가로운 단풍 속 길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맑은 공기와 졸졸 흐르는 계곡물, 이름 모를 새소리와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각종의 단풍에 매료되며 너무나 평안한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섭리로 변하고 지키는 과정을 얼마의 거리를 벗어나면서 잠간의 시간을 이용하여 육체와 마음의 힐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불상, 귀면암을 지나고 양폭대피소에 다다랐다. 불이 나서 다 타 버렸던 대피소도 다시 복원되어져 다수의 사람들이 쉬면서 라면을 끓여 먹거나 허기를 채우고 있었다. 이 곳 까지는 거의 매년 왔다 가는 곳이라 오늘은 희운각 대피소까지 새로운 길을 가 보려 한다. 다소 가파른 경사가 있지만 새로운 길로 들어서 보려는 참이다.
대청봉에서 내려 와 보기는 했어도 오르는 코스는 처음이라.
동행하여 주는 효신당이 흔쾌히 동의하여 마음의 부담은 적었다.
희운각을 오르니 이제 내려가나, 조금 더 오른 후에 봉정암 백담사 코스로 내려가나 반반인 셈이 되었다.
설악산 가을을 연거푸 몇 년을 왔건만 효신당이 그 토록 가보고 싶어 하였던 봉정암은 늦가을의 일몰이 빠르다 보니 가보지 못하였었는데 오늘 일을 내려는 참이다.
물론 시간상 제약이 있어 해가 지고 나면 어두운 밤길을 걸어야 한다.
소청봉에 오르니 설악의 대부분 봉우리들이 발아래 펼치는 장관으로 되었다.
참으로 오르기 잘했다는 효신당의 말은 나의 산행부담을 한결 가볍게 해 준다.
내가 우겨서 가다가 피곤해 지거나 힘들면 원성이 나에게로 쏠릴 것이 자명한데 별일 없을 것이라는 힌트를 주는 것이다.
저만치 바라보이는 중청. 대청봉을 뒤로하고 이제 봉정암을 향하여 내려가려는 참이다. 잠시 후 봉정암 위 탑 마당이 보이고 부속 건물들의 지붕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봉정암”이다. 가보고 싶어 하던 봉정암.
낮 시간이 짧아 늦가을 당일은 어려워 1박을 해 볼까 하여 문의도 해보고, 당일치기를 해 보려고 시간도 그려보고 하였었는데, 별 생각 없이 오전 늦은 시각에 소공원을 출발하여 제일 힘들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코스를 거쳐 봉정암에 다다른 것이다.
어떤 해에는 나 지신의 다리가 여유치 못하여 양폭 대피소까지도 다다르지 못하고 계곡에서 쉬다가 돌아 간 적도 있었지?
봉정암에서 다소의 시간을 보내고 이제 백담사계곡을 향하여 길을 재촉한다.
해가 떨어질 시각이 얼마 남아 보이지 않는다. 내려오면서 혹시나 보름의 근처면 달빛의 혜택이라도 있을까하여 손가락을 곱아 보지만 거리가 먼 것 같다.
가파른 산길을 신념 하나로 무장하고 봉정암으로 향하는 불자와, 1박을 하며 산을 오를 등산객들만 가끔씩 만나질 뿐 산을 우리처럼 내려가는 사람은 없었다.
백담사계곡의 쌍폭에서 다수의 사람들을 만나며 어둠이 깔려오는 광경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수렴동 대피소 쪽으로 하산 한다.
얼마 더 가지 않아서 어둠이 길을 막아서고 배낭에서 랜턴을 꺼내어 각자 하나씩 나누어 가졌으나 얼마 더 가지 못하여 효신당이 내리막 계단을 한 발은 잘 디디지 못하는 느낌이다. 이상 유무를 물으니 애써 태연한 척은 하는데........
완전히 어둠이 깔리고 사방이 조용한데 저 만치서 흔 듯 불빛이 보인 듯하다.
이 어두운 밤에 누굴까? 우리가 이제 다 다다른 것인가 하고 잠시 착각 아닌 착각도 해 본다. 잠시 후에 만난 사람은 헤드랜턴을 한 여자 세분이었다.
야간 산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을 만나고 나도 다소 위안이 되었다.
모두가 따뜻한 심장을 가졌고 튼튼한 두 다리가 있음에 향하는 일이라!
다시 힘든 발길을 재촉하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바로 머리위에서 주먹만 한 별들이 떨어질듯 하였고 수많은 별들이 하늘을 수놓고 있는 것이다.
나 어릴 때 전기도 오지 않는 시골에서 자랐지만, 이렇게 밝고 큰 무수한 별들을 바로 머리위에서 본 적이 없었다.
그 순간은 이 세상 어떤 구경거리와 견줄 수 없지 않았을까 싶다.
맑은 공기와 수려한 계곡물, 이름 모를 새 소리와 온갖 단풍잎에, 세월에 지쳐 떠내려간 흔적에 위용을 과시한 절벽과 봉우리, 그리고 아름다운 밤하늘까지 나를 감동시키지 못하는 것이 없었고, 힐링이 않될래야 안될 수 없었다.
이대로 멈추어 돌부처로 이곳에 망부석이라도 될까 싶었다.
주변에는 온통 어두움이고 움직이는 것은 효신당과 나뿐 이었다.
다시 정신을 수습하여 밤길을 재촉 한다.
그렇게 한 참 후에 다시 먼 불빛을 보고 수렴동 대피소까지 다다랐음을 알았다.
여기서 백담사까지는 한 시간이다. 그런데 어둡고 지쳐서 속도가 나지 않는다.
지루하리 만치 어려운 길을 터벅거려 도착한 곳이 백담사는 아니고 백담사 자연관찰탐방소 였다.
이 길도 내려오기는 처음이나 올랐던 길이다. 수년 전 그날도 진부령에서 자고 늦게 백담사 주차장에 도착하여 오세암 금강굴 비선대 소공원으로 가려고 하니 늦어서 어렵다고 말리던 것을 외면하고 유유이 완등을 하고 저녁에 이곳까지 다시 와서 차를 가지고 갔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탐방소를 지나 제법 더 내려오니 등산로는 끝이었고, 칠흙 같은 밤은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조차도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먼 곳 불빛을 찾아서 경내로 들어서고 난 한참 후에 스님 한분과 신도인 듯한 여자 분을 만나 길을 묻고 콜택시를 묻고 하여 콜택시를 부르고 한 25분 후에 불빛을 만나고 차를 탈 수 있었다.
그런데 택시요금이 부르는 것이 값 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금은 65,000원이란 것이다. 이를 어쩌라 싶지만 그 어둠속에서 벗어나게 해 준 것만도 고마워해야 할 판이었다.
심신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지만 설악의 식당들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라 허기를 때우려 다시 속초시내로 들렸다.
한 식당에서 황태구이 정식을 시켰더니 푸짐하게 차례 주는 데다 시장이 반찬이라 맛있게 저녁식사를 마쳤다.
다시 설악에서 하루 밤을 더 청하고 다음날 집으로 향하기로 하였다.
강릉에서 서울을 향하는 길은 단풍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저 먼 산위에서 풍차가 돌아간다. 저기가 대관령목장이 있는 곳이다. 아주 어마어마한 산이 초지로 조성되어 있고 간혹은 젖소들이 풀을 뜯고 있었던 곳이다. 면적이 넓고 바람이 심하여 차로 이동하면서 구경했었는데 풍력기는 멀리서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은데 바로 밑에 가보면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이곳 가까이는 오대산의 월정사 상원사 등이 있어 또한 가 볼만 한 곳이라 망설이게 한다.지금은 단풍이 오대산 주변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라 참 멋있을 것 같다.
수년 전 월정사 전나무길, 상원사로 오르는 계곡과 단풍, 그리고 적멸보궁도 둘러보고 소금강에도 갔었으니 오늘은 이만 지나면서 회상만 하기로 한다.
오는 도중에 횡성휴게소에서 횡성의 쇠고기와 안흥 찜빵을 맛 보기로 하였다.
횡성 버섯 한우탕은 제법 먹음직스러웠으나, 안흥찜빵은 아니올 시다. 고속도로 휴게소 중에서 좋기로 랭킹순위에 드는 곳인데도 말이다.
그렇게 하면서 쉬엄쉬엄 쉬면서 집으로 돌아오니 하루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었고 4박 5일의 가을 소풍은 막을 내린다.
몸과 마음의 힐링을 끝낸 지금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지만,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고 곧바로 다음날 9시간 30분의 산을 완등 하였다는 것은 믿기지도 않을 뿐 더러 무모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한울님과 부모님의 은덕에 자연이 준 섭리에 의하여 조그만 나의 노력에 의하였음이니 항시 감사하는 마음과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
포덕 155(서기 2014)년 11월 02일
정암 현모 심고
첫댓글 강건하심을 감축드립니다.
여수님! 감사합니다.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