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월. 진주.
진주바위솔을 만나러 갔습니다. 워낙 잘 알려져서 국민포인트로 명명된 곳에는 다행히 올해도 잘 살아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주변에 있는 숨은 장소로 갔는데 '목숨이 왔다 갔다'할 정도로 위험한 곳이라는 말만 들었었는데 제가 보기엔 그다지 많이 위험해 보이진 않더군요.(찍다가 절벽에서 아래로 떨어졌던 건 절대 비밀!)
다행히 올해는 개체수도 많고, 절정기에 갔기에 풍성한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지만 겨울눈(동아) 상태를 보니 내년은 그다지 기대가 되지 않더군요. 흔히 '엠바고'라고 불리는 비밀 엄수 다짐을 동행한테서 몇 번이나 다짐받았지만, 원래 제가 꽃자리(꽃이 자라는 장소를 뜻하는 꽃 찍새들의 은어)를 입밖에 내지 않는 편이고, 게다가 남이 알려준 장소는 더더욱 비밀을 철두철미하게 지키는 편이라 딱히 그분도 그 걱정은 많이 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은 '자기들만 찍으려고 비밀을 지킨다.'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상엔 인간도 많지만 인간 모습을 하고서도 인간 같지 않은 짐승도 많으니 모든 말을 다 귀담아 들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좋은 사람 말은 듣고, 나쁜 사람이나 싫은 사람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면 되는 거죠. ㅋㅋ
사람을 믿고 비밀 장소를 가르쳐 주면 끝까지 비밀을 잘 지켜줘야 다음에 또 다른 장소를 가르쳐줄 텐데, 약속은 헌신짝처럼 내버리고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일이 일어납니다. 가르쳐 준 사람의 배신감은 둘째 치고 그 장소가 초토화 되기 일쑤입니다. 자기 친한 사람 몇 명에게만 가르쳐줬다고 말하지만 그걸 알게된 사람도 마찬가지 논리로 친한 사람 몇 명에게, 그 사람들은 또 몇 명에게... 그러다 보면 국민 포인트가 되고 식물이 뽑혀나가고 밟혀죽고...
결론 : 어데서 찍었는지 물어보지도 말고, 왜 안 가르쳐 주냐고 따지지도 마쇼. 이른바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말이죠. ㅋㅋㅋ
찍은 지 한 달도 훌쩍 넘어 포스팅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랍니다.
위는 DSLR로 찍은 사진이고 아래는 똑딱이로 찍은 사진입니다. 색감과 화질, 심도에서 차이가 느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