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복주머니난(털복주머니란) [Spotted lady’s slipper]
요약 :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강원도 이북의 높은 산지에 분포하며 양지바르고 배수가 좋은 관목림과 풀밭에 무리 지어 자란다. 동유럽, 러시아, 중국, 몽골, 일본, 알래스카, 캐나다 북부에 분포한다. 주머니 모양의 꽃이 피는 복주머니속 중에서 털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남획으로 멸종 위기다. 높이는 30cm 정도며 5~7월에 피는 꽃은 매우 크고 백색 바탕에 홍자색 반점이 있다. 순판은 백색 바탕에 홍자색의 무늬가 있어 다른 복주머니난과 구별된다.
주머니 모양의 꽃이 특징적인 털복주머니난
분류군
식물
학명 : Cypripedium guttatum Sw.
생물학적 분류
문 : 피자식물문(Magnoliophyta)
강 : 백합강(Liliopsida)
목 : 난초목(Orchidales)
과 : 난초과(Orchidaceae)
속 : 복주머니난속(Cypripedium)
지위 :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한국 적색목록 위급(CR)
목차
서식 특징과 국내 분포도
털이 많은 복주머니난
[글상자 1] 털개불알꽃? 털복주머니란? 털복주머니난?
점박이 무늬의 주머니를 닮은 꽃이 특징
곰팡이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식물
[글상자 2] 털복주머니난이 한국 고유종?
서식 특징과 국내 분포도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의 식물로서 동유럽, 러시아, 중국, 몽골, 일본, 알래스카(알류샨열도 포함), 캐나다 북부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 이북의 높은 산지에 분포한다. 양지 바르고 배수가 좋은 숲 주변 관목림 및 풀밭에서 무리 지어 서식한다. 꽃은 5~7월에 개화한다.
털이 많은 복주머니난
털복주머니난은 난초과(Orchidaceae)의 복주머니난속(Cypripedium)에 딸린 여러해살이풀이다.
복주머니난 무리 중에서 몸에 털이 많아 털복주머니난으로 불린다. 털개불알꽃, 털주머니꽃, 조선요강꽃, 애기작란화 등으로도 불린다. 복주머니난 무리는 주머니 모양의 크고 아름다운 꽃이 달리는데 관상용으로 가치가 높아 무분별하게 채취하는 사람들 때문에 개체 수가 급속히 줄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번식률이 낮아 우리나라에서는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복주머니난속 식물은 털복주머니난 외에도 복주머니란(C. macranthum), 노랑복주머니란(C. calceolus), 광릉요강꽃(C. japonicum) 등이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 털복주머니난과 광릉요강꽃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복주머니난은 II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글상자 1] 털개불알꽃? 털복주머니란? 털복주머니난?
복주머니난 종류를 흔히 개불알꽃이라고 부른데, 꽃의 모양이 여름에 축 쳐진 개의 불알과 닮아서다. 1949년 원로 식물학자 정태현(鄭台鉉, 1882~1971) 선생을 주축으로 조선생물학회 펴낸 『조선식물명집』에서 주머니난(C. macranthum)을 ‘개불알꽃’이란 이름으로 처음 발표했다. 학계에서는 우리말 이름도 학명처럼 가장 먼저 발표한 이름을 따른다는 선취권을 관례적으로 인정하고 있어서, 개불알꽃이란 이름이 한동안 널리 쓰였다. 그래서 털복주머니난도 털개불알꽃으로 불렸다.
그러나 이화여대 이영노(李永魯, 1920~2008) 교수 등 일부 학자들이 이름이 저속하다는 이유로 ‘털복주머니란’으로 고쳐 부르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바뀐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개불알꽃’이란 이름을 끝까지 고집하시던 서울대학교 이창복(李昌福, 1919~2013) 교수도 유작인 『원색대한식물도감』(2003)에서 ‘털주머니꽃(털개불알꽃)’으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개불알꽃이 더 정겹다는 사람들도 있어 어떤 이름으로 부를지 논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난초를 뜻하는 한자인 난(蘭)을 표기할 때 ‘난’ 또는 ‘란’으로 표기하는데, 개정된 한글맞춤법 규정에 따르면 순수한 우리말과 외래어 뒤에는 ‘난’을 붙이고, 한자어 뒤에는 ‘란’을 붙이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이영노 교수가 사용하던 ‘털복주머니란’이 아닌 ‘털복주머니난’으로 표기한다.
점박이 무늬의 주머니를 닮은 꽃이 특징
털복주머니난은 높이가 30cm에 이르며 줄기는 곧추선다. 뿌리줄기가 옆으로 벋고 마디에서 뿌리가 내린다. 원줄기는 밑에 2~3장의 초상엽(鞘狀葉, sheathing leaf)이 나며, 그 위에 큰 잎 2장이 줄기를 감싸면서 마주 난다. 잎은 넓은 타원형이며 끝이 뾰족하고 뒷면 맥 위에 털이 있다. 원줄기에 연결되어 잎의 위쪽으로 꽃줄기(花莖, 꽃이 달리는 줄기)가 나오며 1개의 잎 같은 포(苞)가 달리고 그 위에 1개의 꽃이 핀다. 꽃은 5~7월에 피며 지름은 3~5cm로 매우 커서 밑으로 숙여지며, 백색 바탕에 홍자색 반점이 있다. 열매는 삭과(蒴果)로 6~7월에 익는다.
난초과(Orchidaceae) 식물은 꽃이 3장의 내화피조각(內花被片)과 3장의 외화피조각(外花被片)으로 이뤄졌으며, 내화피조각 중에서 양쪽의 두 장은 날개처럼 펼쳐지고 아래쪽의 한 장은 입술 모양의 독특한 형태를 띠는 것이 큰 특징이다. 입술 모양의 이 꽃잎을 입술꽃잎 또는 순판(脣瓣, labellum)이라고 부르는데, 복주머니난속은 순판이 주머니 모양이다. 복주머니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바로 이 순판의 모양에서 비롯했다.
그런데 복주머니난속 식물은 양쪽 옆의 외화피조각이 하나로 합쳐져 외화피조각이 2장처럼 보인다. 합쳐진 외화피조각은 꽃의 아래쪽에 달리고 끝은 두 갈래로 약간 갈라진다. 털복주머니난의 위 외화피조각은 끝이 뾰족한 넓은 난형으로 길이가 2.0~2.5cm이다. 두 장이 합쳐진 아래 외화피조각은 이보다 작다.
털복주머니난의 순판은 백색 바탕에 홍자색의 알록달록한 무늬가 있어 다른 복주머니난속 식물과는 뚜렷이 구별된다. 순판 안쪽의 밑 부분에는 가는 털이 있어 꽃가루를 옮겨주는 곤충들이 꽃에 머무는 동안에 꽃가루를 효과적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수정된 씨앗의 발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난초과 식물의 씨앗은 매우 작고 배젖이 거의 없는 마른 씨앗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곰팡이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식물
난초과 식물은 뿌리에 특정한 곰팡이가 공생하는데, 이 공생체를 난균근(orchid mycorrhiza)이라고 한다. 난초과 식물의 씨앗에는 싹을 틔울 때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배젖이 없고, 대신에 특정한 곰팡이로부터 영양분을 얻어 싹을 틔운다. 곰팡이의 도움으로 자란 난초는 자라서는 곰팡이에게 필요한 환경과 영양분을 제공하면서 공생 관계를 이어간다. 난초와 곰팡이의 공생관계는 서로의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고 절대적이다.
그래서 털복주머니난을 비롯한 많은 난초과 식물은 원래 살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심으면 얼마 못가서 죽는다. 야생란을 함부로 채취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처럼 난과 식물의 경우는 이러한 사실을 널리 알려서 대중들이 스스로 보전에 앞장설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글상자 2] 털복주머니난이 한국 고유종?
털복주머니난은 1800년에 스웨덴 식물학자 올로프 스바르츠(Olof P. Swartz, 1760~1818)가 신종(C. guttatum)으로 처음 발표했으나 1952년에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이 우리나라에서 발견한 털복주머니난이 꽃이 황백색 바탕에 자주색 반점이 있어 원종과 차이가 있다고 보아 코레아눔(C. guttatum var. koreanum)이라는 한국 특산의 새로운 변종으로 발표했다. 이후 많은 우리나라의 학자들이 나카이를 따라서 털복주머니난을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취급해 왔지만 최근 학계에서는 그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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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물자원관 (2014) 『한눈에 보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국립생물자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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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kai, T. (1932) 『光陵試驗林の一班』 朝鮮總督府 林業試驗場
한국의 멸종위기종(국립생물자원관)
털복주머니난의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