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식 레미콘 배차플랜트 30여 개국 수출
금강플랜트공업 : 안창수 대표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금강플랜트공업에 들어서자 목장갑을 낀 사람이 대형 레미콘 기계를 만지다가 기자를 반갑게 맞이했다.
건설기계, 레미콘 배차플랜트 분야에서 25년 이상 일해온 안창수 대표(55세)였다. ‘관리자가 아니라 기술자’라고 자칭하는 그는 소규모 기업임에도 몇 년 전부터 무역협회에 가입, 다양한 서비스를 활용해 수출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건설기계, 레미콘 배차플랜트 전문기업인 금강플랜트공업 안창수 대표는 지난해 10월 한국무역협회의 ‘제4차 한-남아공 비즈니스 협력포럼’에 참석했다. 그동안 시에라리온, 적도기니, 케냐, 가나, 우간다 등 아프리카 국가들에 기계 한두 대씩을 수출해온 만큼 아프리카 시장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었다.
금강플랜트공업은 매출 20억 원이 채 안 되는 소규모 기업이지만 8년 전 수출을 시작했다. 수출을 시작하면서 무역협회와도 인연을 맺었고 현재는 통·번역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무역협회 일대일 상담에서 성과
“한-남아공 비즈니스 협력포럼에서 바이어들과 일대일 상담을 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두 사람과 상담을 했는데 그 가운데 한 사람과는 얘기가 잘 진행됐습니다. 원래 통신 업종 바이어인데 제가 생산하는 제품에 관심을 가졌나 봅니다. 자료를 가지고 남아공으로 돌아갔던 바이어가 올해 초 개인 자격으로 다시 저희 업체를 찾아왔어요.”
남아공 바이어는 일주일간 서울에 머무르면서 금강플랜트 화성공장도 직접 방문했다. 기계를 설명하려니 영어 통역이 필요했고, 안 대표는 또다시 무역협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기계 담당 전문위원이 달려와서 제품에 대한 설명은 무리 없이 진행됐다.
“전문위원이 기계 쪽에서 오래 일해 온 사람이었어요. 자신의 일처럼 통역을 어찌나 열심히 해주던지….”
바이어는 남아공으로 돌아가자마자 지사 설치, 조립공장 건설 등에 대한 추가 제안을 해왔다. 현재는 지속적으로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남아공 시장에 대한 투자 의사를 타진 중이다.
이메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도 무역협회의 번역 서비스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안 대표는 “세계 각국에서 온 바이어와 직접 연결해주는 네트워크와 통·번역 서비스로 큰 도움을 받았다”면서 “이외에도 무역협회 정기간행물을 통해 국제시장 흐름을 감각적으로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금강플랜트공업의 대표적인 수출 품목은 ‘이동식 레미콘 배차플랜트’
일반적인 레미콘 공장과 달리 이동이 가능한 레미콘 공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마을 단위로 레미콘 공장이 있을 정도지만 외국의 경우에는 레미콘 공장이 없는 곳이 많다. 문제는 레미콘 공장이 없는 오지에 댐이나 발전소, 다리 등을 건설할 경우다. 공장을 세우려면 시간도 오래 걸릴 뿐 아니라 투자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럴 때 이동식 레미콘 배차플랜트를 설치하면 전기, 배관, 설치, 시운전 생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단시간에 가능하다. 안 대표는 “언제 어디서든 콘크리트 생산 공급이 가능하고 임무가 종료되면
손쉽게 현장에서 철수가 가능한 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현대 브랜드로 OEM 수출
안 대표는 어려서부터 기계에 관심이 많았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쳤지만 취업이 어려웠다. 애를 쓰다가 들어간 곳이 기계 공장이었다. 일본에서 수입한 건설기계 제품을 설치하고 수리도 하는 등 다양한 기술을 익혔다. 레미콘 배차플랜트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이때다. 다양한 기술을 배운 지 4년 만에 서울 청파동에 조그만 가게를 차려서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워낙 건설 경기가 좋고 기술자가 적어 일거리를 따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했습니다. 돈도 많이 벌었지만 관리보다는 기술에만 관심을 가진 탓에 큰 회사로 키우지는 못했네요.”
건설기계에 관한 아이디어만은 남들에게 뒤지지 않았다. 을지로, 마포 등에 재개발 붐이 일어나던 1990년대 초반 건설 현장에서 쓰이던 비계를 자동으로 끌어올리도록 하는 아이디어를 실제 작업에 구현했다. 현재는 이런 형태의 비계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안 대표의 얘기다.
“2003년에는 유엔평화유지군 활동 업무인 아프간 바그람 공군기지까지 찾아가 작업을 한 적도 있어요. 파괴된 아스팔트를 현장에서 생산해 설치하는 ‘이동식 아스팔트 배치플랜트’를 설치해 감사패도 받았습니다. 이라크전쟁이 터지면서 귀국하는 데 갖은 고생을 했지만 나름대로 보람 있는 일이었지요.”
건설기계에 대한 아이디어는 이동식 레미콘 배차플랜트 개발로 이어졌다. 안 대표가 2002년 개발한 이 기술은 몇 년간 잠자다가 2007년 현대중공업이 쿠바에 진출하면서 빛을 보게 됐다. 쿠바 전역에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간편한 레미콘 생산 방법을 찾던 현대가 금강플랜트공업을 알게 되면서 먼저 손을 내밀었다. 안 대표는 쿠바의 발전소 후보지 곳곳을 다니면서 직접 시운전을 하는 등 현대 브랜드로 쿠바 전역을 누볐다.
몇 년간 현대를 통해 OEM으로 수출하다가 현재는 자체 브랜드로 수출에 나서고 있다. 수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알음알음으로 수출한 나라만도 20개국이 넘는다. 특히 오지가 많은 아프리카와 중남미 쪽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안 대표는 “중소기업들이 수출시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인 현지의 우발적인 신변 안전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면서 “거래 사고 시 무역 중재에 대한 실무 서비스가 확충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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