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시장 석권한 K-라면 ◈
'뉴욕 타임즈’는 인스턴트라면에 대해 이렇게 평한 바 있어요
‘인스턴트 라면을 끓일 물만 있으면 신의 은혜를 받을 수 있다.
사람에게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면 평생 먹을 수 있다지만,
인스턴트 라면을 주면 그 무엇도 가르쳐줄 필요 없이 평생 먹을 수 있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라면의 원조는 어디일까요?
이러한 논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어요
중국, 일본은 각각 자신들이 라면의 원조국이라고 주장하고 있지요
실제로 라면은 중국 음식으로 한자로는 '납면(拉麵)'이라고 쓰지요
중국에서는 노면(老麵), 유면(柳麵)이라고도 불리고 있어요
납면을 일본식 한자 발음으로 읽으면 우리가 흔히 아는 '라멘'이 되지요
메이지유신 직후인 1870년대 요코하마 등 일본의 개항장에 들어온
중국 사람들이 라멘을 노점에서 만들어 팔면서
일본에 라멘이 처음 알려지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라멘이란 명칭이 아니었고 '지나(支那)소바'
혹은 '남경(南京)소바'라고 불렸지요
라멘은 닭 뼈, 돼지 뼈, 멸치, 가다랑어포 등을 우려내고
여러 소스를 가미한 육수에 중화면이라는 국수를 말아 먹는 것으로
일본에서도 중화요리로 구분됐어요
그러므로 라멘은 일본에서 자생적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전파된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은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흔히 먹는 인스턴트라면은 일본에서 제일 먼저 만들었어요
제2차 세계대전 후 패전국인 일본은 구호물자로 밀가루가 넘쳐났지요
사업가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는 밀가루를 원료로 한 식품을 개발하면
식량난을 해결함과 동시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직감했어요
안도 모모호쿠는 밀가루 반죽을 입힌 어묵이 기름에 빠지자
밀가루 속 수분이 급속도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며
면을 기름에 튀기는 방법을 개발했지요
결국 그는 1958년 '치킨 라멘'이라는 최초의 인스턴트라면을
상품화하는데 성공하지만 그의 인스턴트라면은
너무 일본식이어서 수출을 하진 못했어요
하지만 한국은 일본식 라면에 고춧가루를 넣어
드디어 전 세계가 사랑하는 인스턴트라면을 만드는데 성공했지요
결국 라면은 중국이 제일 먼저 만들었지만
일본이 인스턴트라면을 개발하고
한국이 전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개량한 것이지요
즉, 지금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라면은
바로 한국식인 것이라 해도 무방하지요
다시말해 한국의 라면은 일본의 라멘에서,
일본의 라멘은 중국의 라미엔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지만,
한국에서는 보통 기름에 튀긴 면에 스프가 첨가되는 인스턴트 라면을
라면으로 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이러한 라면의 원조는 명백히 일본이지만
이를 개량 발전 시킨 것은 분명히 한국이지요
따라서 현재의 라면 종주국은 한국이라 해도 무방 하지요
그래서 그런지 한국 라면이 출시 60주년을 맞아 수출액이 1조원을 돌파했어요
이는 K콘텐츠의 인기와 함께 세계 간편식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관세청과 식품업계에 따르면, 작년 한국 라면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952억 달러(약 1조 2000억원)로 잠정 집계됐어요
이는 2015년 이후 9년 연속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한 것이지요
2020년 10월까지 수출액은 765억 달러를 넘어섰어요
한국 라면의 수출액은 2015년에는 2억 달러대에서
2018년에 4억 달러대로 늘어났으며,
2020년에는 6억 달러, 2022년에는 7억 달러를 돌파했지요
이에 국내외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일부 라면 업체는
수출액에 포함되지 않는 해외 생산량을 감안하면
K라면의 세계 시장 규모가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러므로 세계 라면 시장의 1위를 우리나라가 석권하게 되었지요
한국 라면의 판매 증가는 K콘텐츠의 인기 덕분이지요
한국 영화와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라면이 노출되어
세계 각국의 관심을 받게 되었어요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간편식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한 것도
수출 증가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지요
일본에서 처음으로 라면을 도입한 삼양식품은
해외법인을 중심으로 수출 증대 전략을 짜고 있으며,
경남 밀양에 두 번째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지요
그러다 보니 한국인의 라면 사랑은 유별나지요
1인당 연간 70개 이상으로, 매주 한두개씩 먹고 있어요
전 세계 라면 소비 1위 자리를 놓고 베트남과 경쟁중에 있지요
문학작품에도 그 애정이 녹아 있어요
소설가 이문열은 대하소설 ‘변경’에서
1960년대 이미 한국인의 라면 사랑이 유별났음을 기록했지요
특히 국물을 예찬했어요
‘노랗고 자잘한 기름기로 덮인 국물’에 ‘깨어 넣는 생계란이
예사 아닌 영양과 품위를 보증’한다고 썼지요
소설가 김훈도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에서 국물을 강조했어요
맛있는 라면을 만들려면 물의 양은 조리법에 나오는 550㎖가 아니라
700㎖여야 하고 ‘파가 우러난 국물에 달걀이 스며’야 한다고 썼지요
그런데 라면 먹고 남은 것, 특히 국물이 문제이지요
국물이 애물단지가 되었어요
라면 국물 맛을 결정하는 수프는 사실상 소금국과 같아요
나트륨이 약 1800㎎으로 1일 권장 섭취량 2000㎎에 육박하지요
남아서 버려진 국물 속 염분은 토양을 오염시키고
풀과 나무를 고사시키는 등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어요
종이컵 하나 분량인 200㎖ 라면 국물을 정화하려면
그 7300배인 1460ℓ의 맑은 물이 필요하다고 하지요
버려진 국물에서 나는 악취도 고약하지요
대표적으로 악취에 시달리는 곳이 한강공원이지요
한강 편의점의 즉석 조리기에서 끓인 라면은 워낙 인기여서
‘한강 라면’이란 표현까지 생겼어요
그런데 먹다 남긴 국물을 한강으로 연결된 하수구에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요즘엔 건강 생각한다며 면만 건져 먹고 국물은 버리는 이도 많아요
얼마전 인근 한강공원에 나가보니 하수구마다
전날 밤 버려진 라면 국물 악취가 진동했어요
지난주 벚꽃 축제가 열린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도 버려진 라면 국물로
몸살을 앓고 있지요
전국의 산들도 라면 국물로 신음하고 있어요
1994년 화기를 사용한 취사가 금지된 뒤 등산객 사이에
컵라면이 인기를 끌면서부터이지요
일부 등산객이 먹다 남은 국물을 산이나 계곡,
심지어 등산로 화장실 변기에 버리고 있어요
얼마 전부터 소셜미디어에 컵라면 인증샷을 남기는 게 유행하면서
피해가 더욱 확산되고 있지요
한라산 국립공원이 이달 들어 ‘라면 국물 남기지 않기’ 캠페인을 시작했어요
버려진 라면 국물 때문에 맑은 물에 사는 날도래, 잠자리 애벌레,
제주 도롱뇽 서식지가 위협받는다고 하지요
음식 냄새를 맡은 까마귀와 산짐승까지 꼬이고 있어요
라면 국물도 엄연한 쓰레기이지요
산이라면 비닐봉지에 담아 보온병에 넣어 하산하고
한강공원에선 지정된 수거함에 버려야 하지요
몸에 해로운 국물은 자연에도 해롭다는 것을 알아야 하지요
이젠 전 세계인이 즐겨찾는 라면의 종주국이 한국 이지요
종주국 답게 라면에도 품위를 지켜야 할때가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