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불암 샘에서 물을 채운다.
석불암 안에는 불이 켜져 있다.
장불재까지 가는 길에는 꽤 많은 사람을 만난다.
일출을 보고 규봉암 꼬막재로 내려가는 사람들일 것이다.
장불재엔 사람이 더 많다. 단체로 온 이들은 구호를 외치기도 한다.
해는 이미 떠 올랐고 서석대 위는 구름에 덮였다.
사람들 사이를 고개를 숙이고 지나 바로 입석대쪽으로 걷는다.
어깨가 어파 와 어디에 배낭을 걸쳐놓고 건너편 백마능선을 사진찍어볼까 하는데
지나는 사람들도 많아 마땅치 않다.
입석대 표지석 옆에 배낭을 벗어놓고 잠깐 쉰다. 쉬지 않고 한시간 가까이 걸었ㄷ하.
아침을 챙겨먹은 탓에 힘을 냈다.
장불재 오르면 본 소방 헬기가 입석대 뒷편에서 한참을 머물다가 떠나고 있다.
내려 온 이들이 부상자를 후송해갔다고 한다.
승선암 위에 오르자 굽어진 노란 풀 위에 하얗게 눈꽃이 피었다.
배낭을 벗어 스틱으로 받혀놓고 쉬며 논다.
나의 오늘 발걸음은 바쁘지 않다.
서석대에서 내려오는 이들이 아이젠을 대부분 차고 있다.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가 싫다.
난 아이젠을 꺼낼 생각도 않는다.
천천히 사진을 찍으며 숨을 고르며 오른다.
서석대 표지석 앞에는 산객들이 사진 찍으려고 줄지어 있다.
난 멀찍이서 찍고 지나찬다.
철쭉이나 진달래 가지에 눈꽃이 많아졌지만, 그리 탐스럽지 않다.
바람은 부는데 그리 차지 않다. 난 겉옷을 벗은 채 서석대를 지나
전망대 쪽으로 내려간다.
스틱에 의지해 아이젠이 파헤쳐 놓은 눈이 얼은 돌계단을 조심조심 내려온다.
눈길은 그리 미끄럽지 않지만 배낭이 무겁다.
많이 먹거 가벼워졌을텐데도 내리막이 더 무겁다.
전망대에서 암벽에 핀 나무의 설화를 보고 목교를 지나 옛길로 내려온다.
올라오는 이들이 많다. 외지의 산악회 팀들이 길게 이어져 멈추곤 한다.
고등학생인지 젊은애들도 운동복에 운동화 차림으로 하얀 김을 내뿜으며 올라온다.
치마바위에서 배낭을 벗어놓고 쉬는데 고향친구 창균이가 직장동료들과 오르고 있다.
스틱에 의지해도 내려오는 길에서는 허리가 아프다.
주검동 유적지 지나서는 발걸음이 느려진다.
관리사무소 앞에 배낭을 벗어놓고 차를 가지러 갈까 하다가
끝까지 배낭을 매고 간다. 아스팔트에서는 허리가 더 아프다.
차에 도착하니 11시 20분이 다 된다.
어제 점심을 먹은 산수동 오복식당에 들러 또 곰탕을 먹는다.
새해 첫날 이른 점심인데도 식당엔 손님이 많다.
소주 생각이 많은데 참고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