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기행 4
이번 여행을 실행하게 된 동기는 고등학교 시절에 꼭 해 보고 싶었던 무전여행을 못해봐서 언젠가 그런 방식의 여행을 해 봐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지금이야 무전여행이랄 수야 없지만 배낭 메고 자유스럽게 다니고 싶은 곳, 먹을 것도 손수 해결해 보는 식의 그런 여행을 이번에 제주도에서 해 보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실행한 4박 5일 여정을 날씨 때문에 포기하고 하루의 야영으로 그쳤지만 그래도 얻은 것이 많다. 우선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다음 기회에 조건이 맞으면 다시 도전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큰 소득이다. 사실 처음 시도할 때부터 내 나이에 무리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현지에서 생활하다보면 꼭 필요한 물품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한 밤에 텐트 안에서 야간등이 필요한데 LED전등이 있으면서도 가져오지 않았고 모기향이나 라이터도 사전에 준비해야 될 필수품이었다.
오늘은 자전거 여행은 포기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올레길 걷기에 나섰다. 어제 잠자기 전에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오늘 걷기 좋은 코스를 올레길 11코스를 선택했다. 이 코스는 모슬포항의 하모체육공원에서 무릉2리 생태학교까지 약 18Km 정도인데 제주도의 서남부 지역의 농산촌 모습, 모슬봉에서 보는 제주 앞바다의 모습, 제주에서 가장 큰 공동묘지, 천주교 성지, 두 곳의 곶자왈을 통과한다.
아침 9시에 짐을 간단히 챙겨 가볍게 배낭하나 짊어지고 연동주민센터까지 걸었다. 날씨가 너무 쾌청하여 걸어가면서 어제 왜 포기를 했나 후회가 자꾸 된다.
연동주민자치센터에서 502번 버스로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이 10시쯤, 10시 5분 평화로를 통해 모슬포로 가는 750-2번 시외버스를 탔다. 요금은 편도 3,300원, 40-50분쯤 걸릴거라고 예상했는데 1시간 20분이 걸려 11시 25분에 모슬포 종점에 도착했다. 하차하여 하모체육공원을 물렀더니 모슬포항쪽으로 곧장 걸어가란다. 도착해보니 시외버스에서 종점 가기 전에 내렸더라면 바로 여긴데...
하모체육공원 앞에 있는 올레길 안내소에 들렸더니 안내원이 상세히 알려준다. 난코스는 아니며 가는 길에 두 가지 표식이 있으니 그 표식만 따라가면 된다고... 하나는 화살표 모양이고 또 다른 하나는 리본표식인데 나중에 느꼈지만 이 표식이 얼마나 중요했고 고마웠던지...
이래저래 시간은 12시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 사전 알아본 정보로 모슬포항을 벗어나면 2-3시간 동안에는 식사장소가 없다고하여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일단 체육공원에서 안내표식에 따라 출발했더니 제일 먼저 나타난 곳이 모슬포어항이다. 그리고 대정오일장부근... 장날은 1일과 6일이니 오늘이 장날은 아니지만 근처에 맛집이 있다하여 찾았더니 이건 또... 사람들이 한 20M정도는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옥돔횟집으로 주메뉴가 보말칼국수 같은데 맛집이라도 밖에 서서 기다리는 것은 내 취향이 아니라서 그 주변에 있는 식당으로 옮겨 해물칼국수로 점심을 마쳤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출발! 시간은 12시 반.
모슬포항을 벗어나 해변가를 따라 잠시 걷다가 자그마한 논밭길로 들어선다. 가는 도중 논길, 밭길, 산길, 동네골목길, 등 다양한 길을 걷게 된다. 경작지에는 수확이 끝난 밭이 많았는데 지금 자라는 작물들은 참깨나 콩 종류가 많았다.
대정여고옆은 지나 산길로 접어들었는데 여기서부터 모슬봉으로 올라가는 산길 같다. 양쪽에 수없이 많은 묘지가 계속 이어진다. 이곳이 칠성공동묘지란다. 이 공동묘지 지나서도 여러 개의 묘소를 만나게 되는데 5개 마을 합동 공동묘지, 어느 집안의 묘지 등 수 없이 많은 묘지 옆을 통과하게 된다. 이 묘지 옆을 통과하면서 간간히 묘지석을 살펴보니 외지에서 들어와 제주에서 후손을 번영케 한 생활상과 충효에 절절히 살았던 그 분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어 충효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뜻밖에도 고부이씨 묘가 많이 보여 내 원래의 고향 고부 사람이 제주도에 와서 자손을 많이 두었구나하는 생각도 해봤다.
보성리 교차로를 지나 정난주마리아묘를 찾아가는데 이 길은 옛적 우리 고향 논둑길과 흡사하다. 여기저기 튀는 작은 메뚜기들, 뱀이라도 금방 나올 것 같은 무릎 이상 자란 풀들... 그 사이를 뚫고 동네 돌담 쌓여 있는 좁은 길들을 돌고 돌아서 간다.
내 생각에 보성교차로에서 정난주묘가 있는 대정성지까지는 직접 찾아가는 길도 있을 것 같은데 11코스를 개발한 사람은 아마도 거리를 20여Km로 만들려고 보니 이리저리 꼬불꼬불한 논밭둑길로 코스를 정한 것 같다.
천주교 대정성지와 정난주마리아 묘소에서 남편을 국가에 바치고 어린 자식과 헤어져 이곳으로 유배되어서도 올곧게 살아온 종교인으로써 지금까지 추앙을 받고 있는 그분의 높은 신앙심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는 주변의 환경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마음속으로 그 분의 신앙심에 경의를 표했다.
대정성지를 거쳐 신평 사거리에서 휴식 차 잠시 쉬며 휴게소에서 식수와 빙과 하나 사서 먹고 곶자왈을 항해 간다.
곶자왈이란 화산활동으로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산간지역 땅에 열대성 식물과 이끼류가 서식하는 이른바 밀림과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 두 곳의 곶자왈을 거치게 되는데 처음에는 신평곶자왈, 두 번째 이어지는 곳이 무릉곶자왈의 아름다운 숲길이다. 이 숲길을 2009년도 전국 아름다운 숲길 경연대회에서 선정되었다나... 어쩧던 이 두 곳의 숲길을 통과하면서 긴장감과 약간의 무서 같은 것. 그리고 리본표식의 고마움을 느꼈다. 숲길을 통과하는 동안 이 숲길을 지나고 있는 사람이 나 혼자라는 것을 알았고 가끔 어둠컴컴한 정글 같은 곳에서는 옆에서 무어라도 튀어 나올 것 같은 생각... 그리고 표식이 보이지 않을 때는 길을 잃고 헤맬 것 같은 생각이 나서 긴장하게 되었다. 리본은 길이 나누어지거나 굽은 길에서 코스를 정확하게 따라갈 수 있도록 나무에 걸쳐놨는데 한참 안 보이다가 리본이 눈에 띄면 긴장되었던 마음이 안심되는 것이다.
이번에 코스 순레가 처음이라 무조건 이 11코스를 걷게 되었는데 나중에는 혼자는 통과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중간에 걸으면서도 멀지 않은 곳에서 공사하는 차량의 소리가 간간히 들리는 것이 마음을 안심시켰다. 1시간 이상 걸려 곶자왈을 통과하고 무릉마을 종점에 도착한 시간이 5시 5분쯤.
여기서 제주까지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것이 큰 착오였다. 마지막 동네를 통과하면서 동네아줌마한테 모슬포로 갈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5시 조금 넘어서 시내로 들어가는 시내버스가 있으니 빨리 승강장으로 가 보라고 한다. 시계를 보니 5시 5분. 막 뛰어서 도착했더니. 아무도 없다. 승강장의 버스 안내 시간표를 봤더니 이곳 출발 시간이 5시 4분. 지금 시간은 8분.. 차가 떠난 뒤 4분쯤 지난 거다. 조금 더 빨리 올 걸... 동네를 지나면서 연못에 있는 돌두꺼비에게 무관심하고 그냥 왔다면 충분했을 텐데...
다음 차 시간을 보니 19시 7분. 약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어떻게 할까? 그냥 걸어서? 도저히 걸을 수는 없고 정류장 옆에 콜택시번호가 눈에 띈다.
그런데 그때 나와 같은 형편에 있는 사람이 하나 나타났다. 그분과 함께 콜택시를 이용하기로 하고 콜택시를 불렀다. 다행히 요금은 8,000원으로 그리 비싸지 않았다. 4.000원 정도는 기꺼이 대가로 치루어야지... 시원하고 쉽게 모슬포항에 도착, 여기서 5시 50분발 제주항 버스에 올라탔다. 갈 때는 1시간 20분이나 걸리던 차가 올 때는 같은 코스인데 약 1시간정도 걸려 제주 연동에 도착했다. 연동주민센터 앞 우리마트에서 몇 가지 식품을 사고 택시로 집에 도착한 시간이 7시 반경.. 오늘도 그런대로 계획을 잘 지키며 멋지게 보냈네.
이것은 어제의 기행문이고
오늘은 어제 같이 콜택시를 이용한 분의 권유했던 12코스를 갈 계획이었는데 지금 10시인데 빌라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예보에 태풍 할룰라가 오늘 오후부터 제주에 영향을 끼쳐 비가 내린다는 예보를 들어서 오늘은 쉬고 내일(27일) 12코스에 도전해 볼까한다. 오늘은 잠시 후에 시내에나 나가볼까한다.
첫댓글 여기 부천에는 토요일은 온종일 주룩주룩 바람과 함께 오늘은 흐리다가 화창했서 제주날씨 연천으로 여행중인 두례도
비가 너무 많이와 메운탕 식당에 있다고 카톡에 소식 걱정했는데 무사희 11코스 여행을 마친 연홍친구 12코스도
무사희 출발 화이팅~~~
친구의 그 열정과 도전 정신에~~ 어쩌면 태풍 할룰라도 다른 방향으로 비켜 가면서 아낌없는 박수를 쳐주지 않을까 ? ^^ ~~ 11 코스에 이어 12코스는 훨씬더 즐거운 일들이 기대되거든 ~~ 계속 응원할께 힘내시고 화이팅 ! ^♡^